“나 자신을 노인이 될 과도기에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처럼, 어린이도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다. 또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는 사이에 늘 새로운 어린이가 온다. 달리 표현하면 –세상에는 늘 어린이가 있다- 어린이 문제는 한때 지나가는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거쳐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김소영 작가의 책 ‘어린이라는 세계’ 중에서

 
여기저기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인구소멸’을 걱정하며,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며 출산지원금을 뜯어보는 시대다. 지난 1월 남해군 전 읍면 통틀어 단 1명 태어났다고 한다. 소중하다. 한 명이어서가 아니라 어린이라는 한 세계를 만났기 때문에 소중하다.

남해군이 변화하는 현실에 발맞춰 출산장려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 지난 6일 종합사회복지관 다목적홀에서 ‘함께 고민하는 출산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부터 유아를 키우는 엄마, 당시는 지금과 같은 보육환경이 아니어서 월 100만원이 넘는 아이돌봄비용을 써가면서 세 아이를 눈물로 키워낸 아빠와 어린이집과 여성단체, 정춘엽 주민생활복지과장, 이연주 청년혁신과장, 강현숙 여성보육팀장, 강홍주 정착지원팀장, 장세정 아동복지팀장, 이 미 건강생활팀장 등 유관 공무원이 함께 했다. 이날 간담회는 배진호 국장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더욱 활기를 띠었다.
 
2020년 12월말 인구수 42,958명 전년대비 664명 감소

강홍주 정착지원팀장은 남해군의 지난 10년간 인구변동 추이를 설명하면서 “2011년 대비 2020년 인구는 14.5%에 해당하는 7284명이 감소했으며 65세이상 인구는 6.6%인 1007명 증가했다”며 “2011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5.18%출생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남해군은 2020년부터 적용해 첫째 300만원, 둘째 400만원, 셋째 5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산후조리비 1인 100만원 이내 지원, 공동육아나눔터 운영과 다함께 돌봄센터 운영, 임산부 및 영유아 의료비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서비스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육아휴직 못 쓰는 엄마, 어린이날에도 일하는 아빠가 느끼는 돌봄 공백
지역의 ‘머무는 아이’가 부모의 직장과 주변 여건 때문에 떠나지 않도록 일-가정의 조화

참석자 중 유일한 아빠였던 류평준 씨는 “실질적으로 낳고 싶어도 현실이 안 따라주면 포기를 하거나 미루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출산장려금 갖고는 턱도 없다. 남해에서 자란 학생들이 별다른 대책이 없어도 다 객지로 가는 이유를 봐야 한다. 객지에서의 삶이 더 힘들어도 남해에서는 일할 곳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신혼부부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적게는 3000만원이라도 임대를 해줘야 한다. 제가 아이를 키울 땐 유아방에 100일도 안 된 애를 맡겨야 했는데 100만원이 넘게 들었다. 정말 견디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떠나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부모가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낳을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출산장려금이 아닐 젊은 세대가 살 수 있도록 ‘정착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례로 무료로 예방접종을 맞으세요가 아니라, ‘가가호호 찾아가는 예방접종 서비스’처럼 의식을 바꿔 적극 돌봄으로 가야한다. 행정 또한 언제까지 타 시군과 비교해서 따지는 것보단 아예 앞서서, 그 어떤 시군도 하지 못한 새로운 정책,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러울 정도로, 나라에서 지역에서 제대로 키워준다는 적극 돌봄으로 가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는 “여러 정책을 두루 보면 행정에서 무얼 더 해야 할까 의아할 정도로 이미 출산관련정책은 이미 차고 넘친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다 한들, 그 정책을 실제 적용받는 사람은 ‘일부’라는 점에서 그 간극을 줄이는 데 행정력을 모아주면 좋겠다. 출산휴가, 육아휴직의 사용유무와 이유, 기간만 따져봐도 그렇다. 이러한 간극을 메워가는 데는 결국 ‘일과 직결되는 기업문화, 사회문화’와 거의 이어져 있다.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회사에서 허용 안 하면 못하는 게 공무원 외의 ‘남해군내기업’의 실상이다. ‘남해군 자체를 가족친화도시로 방향을 정하고, 군수와 행정관료들이 합심해 군내 향토기업 등의 일-돌봄-인식개선, 캠페인, 가족친화기여도 등 여러 방법으로 남해군 자체가 아이 키우기 좋은, 워라밸이 유지되는 곳으로 만들어 갈 때 아이 낳아도 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전 과정에서 생애주기별 애정과 지지가 필수

이어 “일시적인 출산축하금에 그치기보다 아동수당의 지속성, 초등기, 중등기 등 생애 이벤트가 있을 시 응원한다는 뜻으로 작은 지원을 하거나, 임산부 시기 잠시 받았던 ‘먹거리 꾸러미’도 ‘밀키트’나 ‘우유와 달걀, 아이 밑반찬’ 등으로 분기별 한 번씩 선물처럼 받으면 ‘행복이란 빈도’라는 말이 있듯 아이 키우는 과정에서 더 행복한 가족으로 향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세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낳고부터가 시작이더라. 잘 키우고 싶은 게 모든 부모 마음 아니겠나. 도시에 비해 발레 수업 등 배움의 기회, 좋은 아동연극을 만나는 등 체험의 기회가 적고 이마저도 선착순이다. 가끔 ‘키트 이벤트’를 하는데 이 또한 대동소이해 아쉽다”며 “무엇보다도 자연이 좋다는 건 알지만, 영유아의 실내놀이 공간이 너무 없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울 때 아이들이 놀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간담회 중간에 배진호 행정복지국장이 “급하게 아이를 맡기고 싶을 때는 어디로 전화하면 되는가?”라고 묻는 돌발질문에서 남해군 돌봄 지원의 확대가 시급함을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끝으로 배진호 국장은 “행정에서 아무리 잘한다고 할지언정 부족한 게 많을 것이다. 흩어져 있는 각종 복지정책과 지원 등을 원스톱으로 묶고 이를 두고 더욱 발굴해 가면서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것들을 적시적소에 이루질 수 있는 일종의 복지교육생활재단 같은 기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구상도 해봤다”고 덧붙였다. 또 정춘엽 주민복지과장은 “2019년도 간담회 때 직면한 육아 현실과 큰 차이가 없다는 깨달음에 다시 어깨가 무겁다”며 “저희는 늘 열려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의견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어린이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린이 스스로 그렇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자에게 안전한 세상은 결국 모두에게 안전한 세상이다. 우리 중 누가 언제 약자가 될지 모른다.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한다. 나는 그것이 결국 개인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는다.” 
-책 ‘어린이라는 세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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