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 L씨가 억울한 금융대출조건으로 귀농인의 지위를 포기할 마음으로 보유하고 있는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신축) 지원사업 취소 신청서’ 사진
귀농인 L씨가 억울한 금융대출조건으로 귀농인의 지위를 포기할 마음으로 보유하고 있는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신축) 지원사업 취소 신청서’ 사진

남해군에 정착해 농사를 지으면서 오순도순 살아갈 꿈으로 온 귀농인이 농지 관련 대출조건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귀농인 지위를 포기하려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역의 인구늘리기 차원에서 귀농귀촌인 등 남해로 전입하는 인구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이고 정밀한 정책적ㆍ금융적ㆍ사회적 배려와 관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18년 창선면으로 귀농한 40대 L씨는 남해군에서 부푼 농부의 꿈을 안고 농경지와 임야를 구입해 농사짓고 살려는 의욕을 가진 청년농부였다. 귀농하면서 저리 귀농인정책자금을 A금융기관을 통해 대출받아 농경지를 구입해 농사를 지어 왔다. 귀농 3년이 지난 올해 L씨는 농업인 정책지원사업인 비가림시설 하우스를 기존 농지에 설치하려고 지원했지만 A금융기관이 앞서 농경지 구입용 대출을 해 줄 때 이 농지에 설정해 둔 ‘지상권’ 때문에 비가림시설 하우스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농경지에 대한 ‘지상권’은 다른 사람의 농지에 대한 건물이나 공작물, 나무 등을 소유하려는 목적으로 그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은행 등 금융권이 대출해 줄 때 농지 위에 다른 시설이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애초에 권리를 제한하는 기능을 한다. 농부의 입장에서는 수익성 있는 농사를 하고 싶어도 농경지 위에 시설하우스 등을 설치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귀농인 L씨는 “애초 농지 구입을 위해 대출할 때 근저당 설정이나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보증금 부담 등 각종 금융 안전장치들이 구비돼 있는데도 거기에 더해 금융권이 지상권까지 설정해 농사를 못 짓게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농업 소득을 높여야 금융대출 상환도 원활하게 될 텐데 불필요한 지상권을 설정해 농업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니 누가 농사 짓고 싶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L씨는 이와 관련해 “너무 황당해서 A금융사도 찾아가고 군 귀농정착지원팀도 찾아가 너무 굴욕적이고 불합리한 귀농인에 대한 지상권 설정에 대해 풀어 줄 것을 요구했고 앞으로 귀농할 귀농인들에게도 지상권을 설정하지 말아달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런 요청 후 3주가 지나서도 A금융사는 기존 대출 관련 지상권이 풀리지 않고 있어 L 씨는 더욱 귀농인 지위를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게 됐다고 했다. 귀농인 L씨는 “저는 개목줄같은 귀농인의 지위를 버리고 일반 농업인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L씨는 “다시는 귀농인들이 저처럼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지상권 설정 등 제한조건을 없애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A금융사는 “이런 일은 처음 겪어 우리로서도 당황스럽다. 지상권 설정으로 인해 관련 정책사업을 받지 못한 일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조금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상담을 했으면 건별 검토를 거쳐 해제할 수 있는 경우였다”며 “향후 귀농인 등이 농업 관련 정책자금대출을 할 경우 지상권 설정은 포함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귀농인 등 농업인들이 금융 대출조건으로 설정된 지상권으로 수익성 있는 영농활동에 제한을 당하고, 대출금 상환 이외의 부당한 재산권 침해를 당하는 일이 있는지, 좀 더 세심하고 체계적인 귀농귀촌사업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지역으로 안 오려는 사람을 억지로 데려오기도 힘들지만 지역에 오려고 하는 귀농인을 배타적으로 쫓아내는 모양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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