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상언줄 알고 긴장, 격투하듯 물가로 몰아
생김새 특이, 어종 이름 아직 확인 안 돼

  
 
  
임진국씨가 자신이 몸으로 잡은 물고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길이 108센티미터, 무게 5.7킬로그램. 어종은 열대어인듯....,  
  








































29일 밤 11시, 기사 마감을 위해 신문사에 남아있던 기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기는 남면 월포·두곡해수욕장에 있는 마린원더스호텔 앞인데요. 우리 호텔 손님이 1미터가 넘는 큰 물고기를 잡았어요.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상하게 생긴 어종인데요. 아마 열대어 같아요. 빨리 와서 사진을 찍어주면 좋겠어요. 진짜로 큽니다.”

현장에 도착한 기자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눈에 보아도 1미터는 넘어 보였고, 남해연안에서 볼 수 있는 어종은 분명히 아니었다. 머리부분이 굵은 몸체가 꼬리부분으로 갈수록 가늘고 얇아지는 형이었고, 이마가 툭 튀어나온 형이었다. 줄자로 재어보니 108센티미터였고, 저울에 올려 놓아보니 무게가 5.7킬로그램이나 됐다.

몰려 있던 사람들이 여럿이었지만 물고기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기자가 도착하기 전에 누군가 지나가다 열대어종의 하나인 ‘마이마이’라는 물고기라고 거들더란다.

어찌하여 전에 볼 수 없던 이상한 어종인 이 물고기가 월포해수욕장 백사장 물가에까지 와서 피서객에게 생포되게 됐을까?

이 한 마리만은 아니었을 텐데…,

그리고 앵강만 가장 깊숙한 곳인 이곳 백사장까지 오려면 앵강만에 첩첩이 설치된 정치망그물에 다른 놈들도 걸려들었을 것인데…, 내일이면 그런 소식을 들을 수 있겠지.

이 이상한 놈을 생포한 사람은 김해시 장유면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곳으로 피서를 온 임진국(36)씨. 삼성테크윈 창원공장에 근무하는 임씨는 월포·두곡해수욕장에 반한 사람이다. 5년전부터 여름휴가는 이곳에서만 보내온 임씨는 낚시광이다. 어딜가나 낚싯대를 꼭 챙기는 임씨는 휴가 3일째인 이날도 아침부터 홍현바닷가 갯바위에서 낚시대를 드리웠으나 파도가 높아 한 마리도 못 낚았다고….

오후에는 사촌바닷가까지 원정을 갔으나 역시 실패, 아쉬운 마음에 저녁에는 월포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낚싯대를 드리웠던 것…, 백사장에 설치해놓았던 다른 낚싯대를 하나를 지나가던 피서객이 못보고 밟는 바람에 낚싯대가 부러져 기분이 상한 임씨, 그만 바지 호주머니에 휴대폰이 든 것도 모른 채 성한 낚싯대를 들고 허리춤 깊이까지 물 속으로 들어갔다.

  
 
  
이마가 툭 튀어나온 이 물고기의 머리부분 모습. 남해연안에서
흔히 보는 어종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뭔가 물 속에서 꾸물꾸물한 것이 자꾸 자기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저게 뭐지?… 어! 상언가? 아이고 깜짝이야! 근데 상어라면 삼각형 등지느러미가 보일텐데…, 분명히 상어는 아니고 그럼 아주 크다란 장어인가? 어, 장어는 아닌 것 같고…, 근데 왜 자꾸 내 앞으로 다가오지…, 어어 이것 좀 봐라! 저걸 확 그냥 잡아버려…!

이씨는 몇 차례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이상한 놈을 잡기로 결심했다. 틈을 타서 이놈을 무거운 짐을 들 듯이 두 팔을 가슴 앞쪽으로 죽 내밀어 그놈을 확 끌어안았다. 이놈은 무지 힘이 셌다. 꼬리지느러미한테 뺨도 몇 차례 얻어맞았다. 그래, 이놈을 물가로 몰자! “어이 처남!, 이리 좀 와봐! 이놈을 잡아보자!”

처남 정대회씨와 힘을 합쳐 물가로 이놈을 밀어내는데 성공한 임씨. 물 속으로 도망치려는 이놈과 격투를 벌이기를 서너 차례… 약 40분간의 격렬한 힘 겨루기 끝에 놈을 완전히 백사장으로 밀어 부치는데 성공했다.

  
 
  
디지털남해 하길동 기자가 디지털 카메라로 놈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백사장에 나와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임씨보다 더한 환호성을 질러댄 건 당연지사. 놈이 생긴 거는 우락부락.

임씨는 “오늘 제가 일진이 참 안 좋더라구요. 아침부터 낚시하러 나갔는데 놀래미새끼 한 마리도 못했어요. 낚싯대 하나 부러졌죠. 휴대폰 버렸죠. 근데 마지막에 놈을 잡았어요. (놈을 잡은 게)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 모르겠어요. 아마 좋은 일이겠죠?”라며 싱글벙글 웃었다.

“놈을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은 회로 먹자고 하고, 가져가 표본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임씨는 놈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내일 아침에 계속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월포에서 올해는 또 하나 멋진 추억거리 하나는 확실하게 만든 셈입니다. 오늘 놈과 벌인 격투가 평생 안 잊혀지겠죠. 남해도 내겐 평생 안 잊혀질 겁니다”

29일 밤 월포·두곡해수욕장을 찾은 한 피서객의 추억을 공유한 기자도 이 날을 평생 못 잊을 터…,

+++++++++++++++++++++++++++++++++++++++++++++++++

<취재 후......>

취재 후 기자가 남해수산기술관리소에 어종을 문의한 결과 이 물고기는 남해연안에 사는 '농어목 만새기과에 속하는 줄만새기'라고 확인해주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