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준비 끝에 공립기숙형 대안학교 ‘남해보물섬고등학교’가 법인등록을 마치고 지난 8일 첫 학생을 받는 입학식을 했다. 이 학교의 첫 교육자로 부임한 백명기 교장을 만나 인터뷰하는 장면
오랜 준비 끝에 공립기숙형 대안학교 ‘남해보물섬고등학교’가 법인등록을 마치고 지난 8일 첫 학생들을 받는 입학식을 했다. 이 학교의 첫 교육자로 부임한 백명기 교장을 만나 인터뷰하는 장면
남해보물섬고 교정
남해보물섬고 교정
지난 8일 남해보물섬고등학교가 입학식을 갖고 단체사진을 찍은 모습
지난 8일 남해보물섬고등학교가 입학식을 갖고 단체사진을 찍은 모습

남해군 창선면 소재 공립기숙형 대안학교인 ‘남해보물섬고등학교’가 지난 8일 첫 입학생 15명을 맞이하는 입학식을 개최하고 대안중학교인 상주중학교와 연계되는 대안교육의 새 문을 활짝 열었다. 대안학교인 남해보물섬고등학교의 학제와 학습활동방법, 특징, 향후 계획 등 궁금한 점들을 안고 이번에 남해보물섬고등학교의 첫 방향키를 잡으신 백명기 교장을 만나 보물섬고등학교에 대해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남해군의 공립 대안학교인 남해보물섬고등학교의 초대 교장이 되신 것을 축하드린다. 취임 소감은 
= 남해보물섬고등학교는 2016년부터 교육부가 5개 권역에 추진한 민간위탁형 공립대안학교 중 위탁자 선정, 부지 선정, 마을 주민과의 소통 등을 거치며 마지막으로 개교하게 된 학교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우여곡절 끝에 개교가 되었지만, 학생과 교사, 학부모 그리고 마을 주민께 행복을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학교가 생겼다는 사실이 감격스럽고,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되어 부담이 크지만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는 학교로 잘 이끌어 가야한다고 다짐하게 된다. 

이번에 남해에서 ‘대안 고등학교’를 개교했는데 이것이 갖는 가치와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지 
= 아시다시피 남해에 상주중학교라는 대안학교가 있다. 상주중학교는 폐교 직전까지 갔었는데 대안학교로 전환하면서부터 행복한 교육을 꿈꾸는 학생과 학부모가 모여들기 시작했고, 학교가 살아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에 활력을 주고 있다. 
상주중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상주학원이 민간위탁자로서 민간위탁형 공립대안고등학교를 운영해보겠다고 나서면서 남해보물섬고등학교 설립이 추진된 것이다. 대안중학교 상주중, 대안고등학교 남해보물섬고등학교가 남해를 행복한 교육마을로 만드는 데 앞장 설 것이다. 또한 그동안 대안학교의 실험과 실천들이 혁신학교, 행복학교, 자유학년제 등 한국교육에 좋은 영향을 주었듯이 남해보물섬고등학교 또한 지역사회와 지역민들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직도 ‘대안교육’ 하면 사람들에게 생소한데 ‘대안교육’이란 무엇인지 

= 대안교육이 한국 사회에 등장하게 된 이유는 입시와 경쟁교육으로 일관하고 있는 학교만으로는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키울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출발했다고 보면 된다. 
흔히들 학교 부적응 학생이라는 용어는 어른들이 만든 말이다. 이 말 안에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잘 지내지 못하는 학생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떻게 모든 학생들이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과 입시전쟁으로 뛰어들어 버틸 수 있겠는가. 심지어 요즘은 유치원 이전부터 경쟁이 시작되기도 한다 그 속에서 버틸 수 있는 학생도 물론 있겠지만 그 속에서 버틸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부적응 아이니 문제아라고 부르는 건 너무 폭력적이고 저급한 표현이라고 본다. 어찌보면 사람의 본성 중 하나인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입시교육만을 추구하는 학교를 감옥으로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저는 그런 학생들이 경쟁체제에서 비켜서서 자신의 꿈과 소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런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은 누구나 공평하게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대안학교에서는 대부분 경쟁보다는 협력과 평화를 가르치고, 단순 암기보다는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하며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하는 힘을 배우게 된다. 교사가 주도하기 보다는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보물섬고등학교의 기본 정신과 학제, 학생모집 등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 남해보물섬고등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른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고, 각자의 성찰과 성장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딱히 ‘이래야 한다’는 식의 강요 사항은 없다. 다만 학생들이 ‘자율적인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자기 삶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 ‘내면의 힘을 믿는 사람’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갖고 있다.   
학생은 한 학년 정원을 15명씩으로 두고 있는데 올해가 첫 입학생을 받았으니 현재 학생 수는 15명이다. 2년 후에 3개 학년이 구성되면 45명이 되고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수업하는 교사도 초창기인 올해는 4명이라서 담당 과목에 따라 외부 강사를 초빙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우리 대안고등학교에는 경남과 부산, 울산의 학생이 지원 가능하고, 남해 출신 학생을 20% 우선 선발하고 있다. 
  
이 학교의 학습 학습내용 등 커리큘럼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가 

=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일반교과’는 전체 수업의 약 40% 정도이고 나머지 60% 정도가 ‘대안교과’로 구성되어 있다. 대안교과 과정은 농사, 연극, 사진과 영상, 춤, 음악생활, 목공, 해양수업 등 ‘체험교과’와 함께 삶과 철학, 한 주를 여는 시간, 공동체 회의 등 서로 소통하고 생각을 나누는 교과 등으로 돼 있다. 또한 직업을 주제로 해서 직접 실천해보는 개인 프로젝트 수업 등 LTI(Learning Thrugh Internship) 과정도 있고 여행을 계획하고 국내나 국외로 가서 직접 체험해 보는 단체 프로젝트 수업도 있다. 특히 기후위기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환경교과를 편성해 우리 학교 환경담당 교사가 직접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정규수업은 7교시까지 진행한다. 특별히 월요일에는 모두 모여 각자가 관심있는 주제나 자기소개를 돌아가면서 진행하는 ‘주를 여는 시간’을 갖고, 목요일 오전에는 모두 함께 모여 학교의 현안을 나누고 결정하는 ‘공동체회의’를 한 후 오후에 LTI 프로젝트를 자율적으로 하게 된다. 방과 후에는 자율적인 동아리 활동과 방과 후 활동이 진행된다.  

보물섬고등학교가 몇 일 전에 개학했다. 시작 단계인데, 이후 학습 및 수업, 학교운영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 기본적으로 다양한 대안교과가 편성되어 있고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변경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폭넓게 교과자료를 준비해 두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일반교과의 편성이 좀 적기 때문에 학점은행제가 정착되면 이를 활용해 필요한 학생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교가 안정되면 가까이 있는 상주중학교는 물론 작년에 개교한 금곡무지개교와 거창연극고와 함께 할 수 있는 교육과정들을 추진하면 조금 더 재미있고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남해보물섬고등학교는 환경 선생님을 중심으로 환경교육을 모든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해의 자연환경을 탐구하고 보존하는 것을 넘어, 지구의 행복한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배움으로 삼고 또 서로가 배우고 성찰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자아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힘이 생긴다면, 스스로 행복과 평화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남해군민들과 군행정, 상주법인, 율모마을 주민을 포함한 남해군민들에게 한 말씀 
= 갑자기 학교가 생겨서 처음엔 율도마을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에게 불편함을 끼칠 우려를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차차 학교가 마을과 지역에 좋은 영향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마을의 문화센터가 되어 문화가 있는 밤, 마을 장터 같은 것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마을 생태지도 만들기, 마을과 어른들의 역사를 정리하기처럼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환경 관련한 프로젝트를 통하여 남해의 생태적 가치를 높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역주민이나 남해군민께서는 남해보물섬고등학교 학생들의 활동을 계속 지켜봐주시고 반겨주시면 감사하겠다. 
다만 학생들의 체험활동이 많이 일어나는 학교의 특성상 교통편 확보가 절실하다. 통학버스는 물론이고 활동을 나갈 때 이용할 승합차나 버스편이 없어서, 부모나 교사들이 일일이 승용차에 태워 가야 하는 형편이다. 
또 학생들의 자유로운 체육활동을 위한 체육관, 학생과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고 이용할 수 있는 마을문화센터가 필요한 상황이다. 남해군의 행ㆍ재정적 지원과 군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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