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 농사가 어려웠으면 ‘자식 농사’라는 비유까지 나왔을까. 실제 대다수의 농민들은 노력 대비 큰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농사일지언정 농사가 주는 매력을 ‘커 가는 기쁨’ ‘새로운 작물을 알아가는 감동’, ‘수확하는 환희’로 꼽을 만큼 제 자식 키우듯 수분과 양분, 땅의 온도까지 체크하며 작물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지족정보화마을에 자리한 다우리농장, 강윤성 농민 역시 그러하다. 해마다 새로운 작물에 대한 도전, 성분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그를 만나 농사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던지면 통통 튀어 오를 것 같은 까무잡잡한 ‘애플수박’을 최초로 남해군에 선보이더니 자양강장제로 알려진 ‘코끼리마늘’을 심자고 주창하고 어느 날부터는 꽃인지 배추인지 헷갈리는 ‘콜리플라워’를 선보이는 사람. 바로 지족정보화마을 내에 터 잡은 다우리농장의 강윤성 농민이다. 뼛속까지 농민인 줄만 알았던, 농사가 천직이라고만 덮어두고 오해했는데 알고 보니 그 또한 다른 도시에서 쉬이 볼 수 있는 직장인이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오랜 시간 IT업계에서 숫자와 씨름하다 홀로 계신 어머니께서 도저히 농사지을 수 없노라고 백기를 드는 바람에 부랴부랴 고향인 지족정보화마을에 내려온 게 2006년. 그 이듬해인 2007년부터 농사짓기 시작했으니 농사는 인생 2막인 셈이었다. 어깨너머로 배운 벼농사에 늘 혁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 ‘기능성 쌀’인 녹찰미, 향찰미, 흑찰미를 심기 시작하더니 그때부터 쌀농사 외에 다른 작물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제는 성분 싸움…보물초만으로 부족 ‘키토산 보물초’
콜리플라워 심는 준비로 분주하던 강윤성 농민, 그는 애플수박은 이미 다 심어뒀다며 콜리플라워와 애플수박은 5월 중순이면 수확이 될 것이며 그렇게 수확한 후 미니단호박과 하미과를 5월에 심는다고 한다. 이어 땅콩호박과 오렌지 단호박은 9월초 수확이 되도록 준비하고 9월 이들 작물 수확이 끝나는 즉시 또 한번 콜리플라워를 심어 3기작을 완성한다고. 강윤성 씨는 “면적은 좁은데 3번을 심고 수확하니 남들이 보기엔 늘 바쁘고 작물도 많아 보인다. 보통 남해에선 마늘 심고 두 달 쉬었다가 시금치 농사짓는 2기 수확이 대부분인데 나는 3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작물 재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큰 도전인데 여기에 성분에 대한 연구, 도전까지 더해졌다. 그는 “최근에 남해군에서 ‘보물초’라는 이름으로 시금치를 브랜드화했으나 현재 ‘농수산물경매정보’에는 ‘포항초’는 있어도 ‘보물초’는 등록이 안 돼 있다. 발빠르게 바꿔줘야 그 자체로 더 홍보가 되고, 소비자 선택을 더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이름 바꾸는 건 기본이고, 거기에 좋은 성분을 더해야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전자상거래나 판매망이 워낙 잘 돼 있어서 건강에 좋은 ‘기능성 농산물’이라고 인증받고 입소문 나면 브랜드가치는 덩달아 더 높아지게 돼 있다”고 한다.

특히 키토산 약재를 밭에 뿌려 시금치가 먹고 자라게끔 해서 키운 이 ‘키토산 시금치’는 재배 초기부터 당도가 높은 장점을 갖고 있다. 
강윤성 씨는 “당초 다른 시금치가 후반으로 갈수록 당도가 나는데 비해 키토산 시금치는 초창기부터 단맛이 높다. 수확 초기 사계절플러스종이 13.4의 당도가 나왔을 때 키토산 시금치는 당도가 16.4가 나왔다. 당도가 좋을 때 18까지도 나온다. 또 잘 부러지지 않아 시금치 단 작업 하기가 굉장히 좋다”며 “이젠 갈수록 농업에도 기능성이 더해지지 않으면 어려운 시대다. 소비자들은 나날이 새로운 걸 찾는다. 요즘엔 지자체 간에도 경쟁이라 여차하면 ‘키토산 시금치’도 타 지자체에 뺏길 수 있다. 남해군농업기술센터가 먼저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규모화된 체험농장 없다…농촌도 공동체 개념으로 가야 승산있다
올해 미니단호박에는 인삼에 든 ‘사포닌’ 성분을 넣어 생산할 거라고 한다. 늘 ‘혁신’에 목말라 있는 그는 남해군과 농민 모두 변화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강윤성 씨는 “남해군은 풍광은 일등인데 먹거리와 숙박, 체험면에서는 더 섬세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체험마을과 체험농장이 이런 빈 칸을 좀 채워주면 좋은데 일정 규모가 되는 체험농장이 없다는 게 늘 안타깝다. 2-3개 품목을 묶어서 진행하면 좋은데 거리상으로 떨어져 있다는 단점이 있고…이제 농촌도 공동체 개념으로 가야지 혼자서 자기 농사만 짓는 시대가 아니다. 응집력이 필요하다. 하나하나 개인으로 보면 똑똑한 사람이 많은데 응집이 잘 안 된다. 그래서인지 남해에서는 큰 유통회사가 안 생기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농사형 일자리…남해군 전체 친환경특구 어떨까
젊은층이 농사에 도전을 한다고 할 때 최소 3-4년은 꾸준하게 해봐야 토양 성분 등 땅을 체득하게 된다고 운을 떼면서 귀농 정책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이어진다. 그는 “지금의 귀농정책은 돈을 짊어지고와서 농지를 사기만 하면 기존의 농민들이 봤던 혜택을 거의 다 똑같이 보는 정책이다. 이보다 좀 더 근본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100평이건 200평이건 농사짓는 사람들의 농지 경작권을 지자체에서 사서 남해군 전체를 친환경으로 해야 한다. 친환경특구로 두고 읍면별 복합영농회사를 설립해서 (땅 없이도) 농사짓겠다는 사람에게는 경작권을 주고, 고령화 등으로 농사를 못 짓는 땅 가진 농민에겐 농사지었을 경우를 산정해서 임대료처럼 주는 것이다. 아무리 친환경 농법으로 짓고 싶어도 바로 옆 땅에서 농약 쳐버리면 다 헛수고다. 땅과 물은 각각이 아니고 모두 연결돼 있다. 남해군 전체의 농업브랜드 이미지를 친환경으로 높이고, 농사짓는 사람과 농사로 인한 일자리도 확보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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