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태 문 / 남해군 농민회 정책실장
미국 워싱턴에서 지난 6월 5일부터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 협상이 9일 모두 끝났다.

한국측의 김종훈, 미국의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를 비롯한 양측 협상단은 5일 동안 계속된 이번 협상에서 총 15개 분과 중 11개에서 양측간 합의사항과 쟁점을 정리한 통합협정문을 작성하여 협상이 타결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미FTA가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정확하게 분석되지 않은 조건에서 특히 농업과 의료, 교육, 금융등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게 타결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러면 1차 협상의 결과에 대한 분석과 한-미FTA의 쟁점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미국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

1차 협상 점검을 간단하게 점검하면 한마디로 ‘미국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국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 일부 독소조항에 한국이 합의를 해준 내용이 있어, 우리 쪽의 양보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신금융서비스의 수용 시사는 우리 금융산업 전반의 붕괴우려가 있다.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만 있는 금융기법인 신금융서비스에 대해 김종훈 대표는 “이것을 받는다 만다라고 성급하게 말할 필요는 없고 돌아가서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금융서비스는 환투기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제2, 제3의 론스타를 양성하여 국내 환율과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우려가 있다. 또한 우리 금융산업 전반을 위협할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기업에만 이로운 협상이었다는 평가다. 주요합의 내용인 △이행의무 부과금지 △투자자의 재산 수용 때 보상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 절차 △핫머니·지적재산권 등의 투자개념 인정 등을 살펴보면, 미국기업이 회사에 한국인을 억지로 고용하거나 제품에 한국부품을 일정 비율 써야 할 의무가 사라진다.

미국기업은 국내기업과 달리 부동산 등이 몰수당할 때만이 아니라 지적재산권, 심지어 예상되는 자본이득 같은 주관적이고 불확실한 이윤에 대해서도 한국정부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외환위기가 다시 발생할 경우, 국외 송금 등을 제한할 수 있는 긴급제한조처를 미국에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이 들어줄지는 불투명하다.

이전부터 제기되고 있는 한-미FTA의 쟁점들을 살펴보자

 쟁점 1-경제주권의 상실 대미예속성의 심화


미국은 이번 한-미FTA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 제도는 미국의 기업들이 FTA를 체결한 국가의 공공정책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메탈클래드 사건’으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맥시코에 진출한 메탈클래드란 기업이 쓰레기매립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유독물질이 상수원에 배출이 되었다.

 이에 맥시코의 주정부가 규제하려하자 오히려 메탈클레드가 멕시코 정부를 국제 분쟁조정 기구에 제소하여 결국 1,560만 달러의 배상금을 얻어내었다.

아마 론스타의 투기이득에 대하여 정부에서 세금을 요구했는데, FTA가 체결되어 있었으면 사과기자회견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제조정기국에 제소하여 배상금을 얻어내었을 것이다.

이처럼 국가가 수호해야 할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미국기업의 요구에 의해 훼손되는 등 경제주권자체가 상실될 것이다.

또한 한-미FTA 본 협상전에 요구했던 스크런쿼터 축소, 광우병소고기 수입허용등 미국 정부는 자국의 수출업자와 투자자들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법과 정책, 제도의 변경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이는 더욱 더 우리 주권을 상실시킬 것이며, 대미예속성을 심화시킬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가 〈낯선 식민지, 한미 FTA〉(메이데이 펴냄)란 책을 통하여 한-미 FTA 투자조항은 미국 투자의 악영향과 문제점을 개선하고 극복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 정부와 기업, 투기자본을 보호하고 조장하는 정책으로 보고 있다.

그는 책에서 “한-미 에프티에이는 말 그대로 ‘무역 자유를 위한 협정’이 아니라 “경제통합협정”이다.“ 그것이 한국이라는 국가에 미칠 “가장 치명적인 결과는 경제체제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국가의 정책공간을 위축시키고 또 정책수단을 박탈하는데 있다.”

 노리는 건 경제통합만이 아니다. 정칟사회·문화 거의 모든 분야의 통합이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정치적 결과는 (한국의) 주권 상실이다.”며 한미FTA가 가져올 경제주권의 침탈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쟁점-2 한-미 FTA에 대비한 농업정책 준비되고 있는지 의문 

이미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미국의 선결조건인 광우병소고기 수입허용에서 보듯이 이번 한-미FTA의 가장 큰 피해자는 농민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한-미FTA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주요 의제 중 하나인 농업 관련 협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농업정책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보면 농업의 생산 감소액은 쌀을 포함하면 8조 8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생산액의 약 8조 8천억원은 우리 한국 농업총생산액(20조)에 대비하면 약 45%가까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를 일자리의 개념으로 환산하면 약 8만5천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데, 이는 한 산업분야가 통째로 파탄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 산업분야가 이처럼 심각한 감소가 우려될 것이 예상됨에도 경제협정을 맺은 예는 세계경제사의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우리 농업의 사정이 이러함에도 농업전반에 대한 정책의 준비가 아주 부족한 실정이다. 이전 UR(우르과이라운드)협상이나, 한-칠레자유무역협정등의 예에서 보듯이 농업에 대한 정책적 준비가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김세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한미 FTA에 관한 논의가 4∼5년 전부터 대두했지만 중요 예상 안건별로 차분하게 협상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밝히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산업 구조조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둬야할 부분은 농업이지만 한미 FTA 협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농업정책이 준비되고 있는 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쟁점-3 극과 극을 달리는 한-미FTA의 효과

한-미FTA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과연 한-미FTA가 어떤 효과를 거둘 것인지에 대하여는 생각의 차이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이는 한-미FTA의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을 던져주는 것이다.

한-미FTA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예기를 들어보면, 한-미FTA가 ‘한국의 새로운 기회’라고 설파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육성,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 등을 통해 성장 동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한국 경제의 선진국 도약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예를 들면 수출시장의 안정적인 확보, 한미간 외교. 안보관계 강화, 외국인 직접투자의 증가, 서비스산업 등 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 등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한-미FTA의 추진이유에 대해서는 작년 초 한일간 FTA 논의가 중단되는 등 FTA 추진이 교착상태에 빠졌고 유럽연합(EU)은 우리와의 FTA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중국은 농산물의 민감성 때문에 섣불리 대화하기 어려웠다고 한미FTA 추진이 불가피한 상황 논리이다.

그러나 찬성론자들도 "제도의 선진화 등이 협정의 구속성에 기반을 둔 투자자의 분쟁 제기에 의한 것일 경우에는 역으로 대외신인도 하락, 외국인 투자 감소 등도 있을 수 있다"며 선제적인 해결 노력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또 "준비가 안 된 개방은 큰 피해를 낳을 수 있고 FTA를 통한 개방 자체가 경제발전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면서 대외 개방과 함께 대내 개혁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이에 반해 반대입장의 사람들은 이득보다는 실이 많은 FTA로 판단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관세율이 이미 낮은 점등을 볼 때 대미 수출 증가 논리는 무리한 측면이 있고 미국의 경제, 사회 시스템이 여과 없이 국내에 적용되면 사회 갈등구조만 고착화할 우려가 높다고 분석이다.

 아울러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에 반대하는 것이 미국 입장인 점을 볼 때 한-미 FTA는 한반도가 동북아 경제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하는 것”이라며 “미국 기업에 동북아 거점을 제공, 이익을 향유하겠다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쟁점 - 4 여전히 문제되는 한-미FTA의 진행과정의 문제

우리나라는 현재 협상의 시점을 미국의 국내법인 ‘무역촉진권한법’의 소멸 시점에 맞추어 협상 일정이 짜여져 있다. 이는 FTA와 관련하여 미국의 상대국인 우리의 준비정도와는 관계없이 미국의 의도대로 협상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세계경제 10권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고, 농수산, 보건의료, 교육, 금융 등 사회의 전 분야에 걸친 한-FTA협상을 1년 안에 마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싱가폴도 미국과의 FTA를 완경하는데 2년이 넘게 걸렸다.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는 한-미FTA가 심각한 사회쟁점이 되고 있다. 유사이래 가장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한-미FTA의 저지를 위해 뜻을 모으고 있다.

또한 영화인이나 축산이, 농업인, 의료인, 교육자 등이 자신들의 생계와 직결되면서 각기 다양한 요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미국에서는 이미 5∼6년전부터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치밀하게 준비하였지만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거치지 않고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협상의 추진과정에서 심각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며, 만약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사회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내 내지 못하여 계속 사회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미FTA의 저지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한-미FTA의 선결조건을 수용한 우리 정부의 방침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든 사람들이 영화인들이다.

안성기, 최민식 등 전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인들이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에 반대하며 ‘스크린쿼터사수’와 ‘한-미FTA저지’를 위한 대책위를 구성하여 촛불문화제와 전국 순회집회등을 벌이고 있다.

또한 광우병소고기의 수입으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한우인들도 한-미FTA의 반대에 큰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곧바로 시민사회단체로 이어져 87년 6월항쟁 이후 가장 많은 시민사회단체(270개 단체)가 참여하는 “한-미FTA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범국본에서는 지난 미국에서 열린 1차 협상 때 원정시원단을 조직하여 다양한 반대활동으로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오는 7월 10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협상 때는 대규모 시위대를 조직하여 반대운동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범국본에서는 11월 15일을 ‘제2의 을사늑약 한-미FTA저지를 위한 민중총궐기의 날’로 정하고 저지투쟁에 힘을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대중서명, 반대 선언운동 등 다양한 실천활동을 전개하여 대국민 선전활동을 통하여 한-미FTA를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남해에서도 남해군농민회, 전교조남해지회등이 포함된 남해민중연대에서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여 내부에 본격적인 반대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한-미FTA를 막아낼 수 있을까?

글을 정리하면서 한가지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것이 자명한 것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일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한-미FTA는 우리가 의식하고 있던, 그렇지 못하던 상관없이 전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 농민뿐만아니라 문화예술계, 교육계, 의료계, 언론이, 법조계, 종교인, 시민, 환경단체등 우리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이 직접적인 피해당사자가 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한-미FTA를 제2의 을사늑약이다”라는 표현으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런 불합리한 국제협정이 애매모호한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은 위대한 선택과 행동을 보여왔다. 우리 국민이 일제에 대항해 끊임없이 싸웠던 것이 그 당시 현실이 거부할 수 있는 현실이었기 때문이었을까? 87년 5월의 호헌이 거부할 수 있는 대세였기 때문에 피를 흘리며 싸웠는가?

국가에서 추진하는 잘못된 정책에 항거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는 당연한 권리이다. 이번 한-미FTA는 우리 경제의 자립구조를 송두리째 허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는 경제의 종속으로 나아가 우리 주권의 심대한 침해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 수 있기에 국민들의 힘으로 한-미FTA가 막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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