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준 홍 
남해커피마을협동조합 대표 

나는 개인적으로 남해-여수간 ‘한려대교’의 필요성에 적극 동의한다. 물론 이것은 우리 남해가 여수에 비해서 상대적인 경쟁력을 갖추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우리의 준비가 없다면 한려대교든 아니면 해저터널이든 우리에게는 기회가 아니라 위기가 되는 것이다. 

지금 남해 곳곳에는 남해-여수간 해저터널 건설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서명운동 또한 나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주객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첫째, 남해군민은 누구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자유’가 있고 이는 한려대교(이하 해저터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관변단체를 동원하여 군민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듯한 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 

남해군민 중에는 해저터널이 남해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창선-삼천포대교의 사례를 본다면 이는 충분히 근거가 있는 판단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수-남해를 포함하는 국도77호선의 경과를 본다면 해저터널은 이미 가시권 내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전남 무안-영광 9.5Km 구간이 이미 지난 2019년 말에 개통되었고, 여수와 고흥을 잇는 화양-적금 도로는 2020년에 완전 개통 되었다. 또한 전남 신안군 압해부터 목포시의 율도를 거쳐 해남군 화원까지의 13.49Km 구간도 전액 국비(4820억원)로 추진 중에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목적(도깨비방망이)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한 해저터널의 건설문제로 군민 간에 갈등을 초래하는 것보다는 해저터널이 현실화 되었을 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정책들을 개발하는 것이다. 

군민들을 동원하여 정책의 당위성을 과장하고 그것을 현직군수의 치적으로 포장하려는 행태가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가?
가까운 예로 얼마전까지 우리 남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IGCC(석탄가스화 복합발전)의 경우를 살펴보자. 
장충남 군수는 2018년 지방선거 후보시절 <IGCC에 따른 신재생에너지산업단지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다. 2019년에는 남해군청 회의실에서 ‘남해 IGCC 건설촉구 군민모임’ 명의로 기자회견까지 열렸지만 정작 MBC경남은 올해 2월 16일 “정부의 탈석탄 정책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남해군의 최대 역점사업으로 꼽혔던 IGCC 건설 사업이 결국 무산됐다”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될 줄 과연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당장 공약(空約)을 발표해야 하기에 그랬던 것일까? 이렇게 되었다면 해저터널이 마치 도깨비방망이인 것처럼 포장하기에 앞서서 정책실패에 대한 사과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가 아닐까!

둘째, 해저터널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신청사의 입지와 망운산 풍력발전을 비롯한 현안문제의 해결이다. 
우선 해저터널의 대외적인 마무리는 하영제 국회의원의 노력에 맡겨놓고 차라리 우리 남해군은 내외 50만 향우와 더불어<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하여 “해저보다는 지상으로 다리를 건설해 달라”는 요청을 함이 남해군민의 이익에 더 부합할 것이다. 
다만 해저터널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관광객을 남해 쪽으로 끌어들이는 수단에 불과하기때문에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문제들을 먼저 해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해저터널이 남해군의 이익에 반하지 않게 된다. 

장충남 군수의 2018년 선거공약처럼 남해군의 신청사를 바깥으로 이전하고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하여 여수 쪽의 관광객이 남해읍으로 들어오는 흐름을 마련하고 나아가 망운산이나 서면 등에도 관광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남해의 자연경관이나 사람 또는 스토리를 대상으로 하는 ‘영화제’를 개최하거나 서면지역에 마을단위의 ‘꽃단지’를 조성하거나 그 무엇이든 정작 중요한 것은 껍데기(해저터널)가 아니라 관광객을 우리 남해군 쪽으로 끌어들이는 알맹이(컨텐츠)라는 것이다. 

셋째,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 남해군이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차라리 서부경남 공공병원의 문제이다. 
남해-여수간 해저터널이야 이미 말했던 것처럼 국도77호선의 유일한 미완성구간이기에 국가정책적으로 해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하영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우리가 믿음을 주기에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남해와 하동간의 선택이 필요한 공공병원의 경우에는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의 한 곳 만을 편들 수도 없기에 더더욱 우리 남해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장충남 군수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동과 남해가 상생할 방법을 찾겠다”라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공공병원이란 두 곳에 반반씩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해군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그 많던 후보지 중에서 당당하게 3곳 중의 한 곳으로 선정되었다면 이제는 남해군에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병원은 근무자나 환자 그리고 보호자 등이 남해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크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한려해상국립공원 보호구역이란 거대한 벽을 깨뜨릴 수 있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남해군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남해군민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남해경제공동체의 부활이고 이를 위해서는 많은 영역에서의 다양한 고민과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해저터널(한려대교)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를 옥죄는 사슬도 될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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