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방랑자’ 강재현 ‘채식주의’는 지금의 기후위기를 줄일 수 있는 하루 3번의 실천
‘비건 방랑자’ 강재현 ‘채식주의’는 지금의 기후위기를 줄일 수 있는 하루 3번의 실천
  • 강영자 기자
  • 승인 2021.02.1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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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동물을 먹는 것에 대하여’가 첫 계기… 동물권 및 환경보호 돕는 채식주의 3년간 이어 가

‘유례없는’ 폭염, ‘이례적인’ 가뭄, ‘느닷없는’ 폭설 등 지구촌 기후위기의 비상등은 이처럼 급작스런 형용와과 함께 우리에게 구조요청을 보내고 있다. 낯선 날씨로, 예상을 뒤엎는 대기로 인간에게 조용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지구 환경이 겪는 기후위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안이자 동물권 보호, 개인의 건강을 보살피기 위한 대안으로 ‘채식주의(vegan)’가 떠오르고 있다. 3년간 채식주의를 이어온 스스로를 ‘비건 방랑자’라 칭하는 강재현 씨(36)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재현 씨가 들려준 경험과 ‘비건’을 쉽게 설명한 김한민 작가의 책 ‘아무튼 비건’을 바탕으로 인터뷰를 재구성해보았다. <편집자 주>

“나는 어느 날 무언가를 보았고, 알게 되었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변화를 시도했다. 시도의 결과는 좋았고,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았고, 그러다 보니 이제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이게 다다”
(김한민 작가의 책 ‘아무튼 비건’)

#남해기후위기비상행동준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강재현 씨는 ‘채식주의’라 알려져 있는 ‘비건’의 실천이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환경을 살리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며 운을 뗐다. 16일 읍내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우유로 만든 카페라떼’ 대신 ‘꿀을 뺀 레몬차’를 주문했다. 앉자마자 그는 “저라고 처음부터 자비심이 넘쳐서, 동물을 사랑해서 채식주의자가 된 건 아니다”며 “어떤 선택이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개개의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일순간 정말 잊히지 않는 경험이 팡 터지고,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다 싶은 경험이 온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후 대학진학으로 미국에서 8년 살았다. ‘비건’에 대한 첫 관심은 스물셋, 대학 도서관에서 우연히 본 ‘동물을 먹는 것에 대하여’라는 책이 시작이었다고. 초록색 표지에 돼지가 그려져 있는 표지에 이끌려 본 책. 재현 씨는 그 책에서 “채식을 하면 기아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당시에도 유니세프에 후원하던 터였는데 늘 후원을 하면서도 좀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재현 씨는 “대규모 옥수수밭을 경작하는데 그곳의 옥수수는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의 식량으로 쓰이지 못하고 소와 돼지의 사료로 쓰인다는 내용에 놀랐다”고 했다.
  
#비건(vegan)이란? 단순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비건은 동물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이자 소비자 운동이다. 고기는 물론, 치즈나 우유 같은 유제품, 달걀, 생선도 먹지 않으며, 음식 이외에도 가죽, 모피, 양모, 악어가죽, 상아 같은 제품도 사지 않는다. 좀 더 엄격하게는 꿀처럼 직접적인 동물성 제품은 아니지만 동물을 착취해서 얻은 제품도 거부하며, 같은 의미에서 돌고래쇼 같은 착취 상품도 거부한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게 음식이니, 엄격한 채식이라 알고 있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책 ‘아무튼 비건’)

#50년 전, ‘담배가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고기를 덜 먹으면 되겠지’ 했는데 생각과 달리 너무 많은 곳에 동물권이 걸려있었다. 동물을 사육하고 도살하는 일련의 과정이 비윤리적이라는 현실 직시를 통해 동물을 타자화하는 것, ‘사람답게 사는 삶은 타자에 눈뜨고 거듭 깨어나는 삶’을 진중하게 고민하게 되면서 채식주의는 삶의 방향과 실천이 되었다. 재현 씨는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져스’를 보면 “50년 전에는 야구선수와 의사가 나와서 담배를 직접 피우면서 건강에 좋다고 한다. 육식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공장식 축산에 대한 문제점은 서서히 알려지고 있다”고 했다. 또 “유엔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2019년 8월 제네바에서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소고기 소비를 줄이자, 그게 탄소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라는 권고를 했다”고 전한다. 

#비건-친화적인 사회: 사람들을 더 ‘비건적’으로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동물을 살리는 데도, 환경을 보호하는 데도, 공중건강을 위해서도 말이다. 세계적 석학인 유발 하라리는 “‘21세기의 홀로코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있다면, ‘공장식 축산’이다. 즉 인류가 공장식 축산에서 동물들을 다루는 방식 말이다. 미래 인류가 돌아본다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 배출이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여기에 축산업이 놀라울 정도로 많은 기여를 한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전체 배출량의 최소18퍼센트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비행기, 자동차, 기차, 선박 등 모든 교통수단을 합친 배출량(약13퍼센트)보다도 많다. 그중에서도 소가 배출하는 가스가 가장 심각하고, 양과 돼지가 그 뒤를 잇는다. 메탄가스의 경우, 인간활동에 의한 전체 배출량 중 축산업이 35퍼센트나 차지한다. 환경주의자라고 자처하면서 온실가스 발자국이 엄청난 적색육을 먹고 있다면 맞지 않다. (책 ‘아무튼 비건’)

#일, 기후 그리고 미래 재현 씨는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직전엔 호텔에서 일했다고 한다. 재현 씨는 “호텔에서 일하는 동안 재밌고 좋았다. 그런데 투숙객이 많아지면 내 손으로 직접 고기를 더 많이 사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누구에게라도 일이란 그 사람의 생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 생활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직접적으로 보탬이 될 수 있는 일로 ‘소방관’을 택했다. 앞으로 홍수나 태풍 등 기후위기는 심화 될 것이고 그렇다면 소방관처럼 사람들을 돕는 일은 더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고 한다. 끝으로 조천호 대기과학자가 강연에서 소개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현세대가 기후위기를 막지 않는다면 인류역사상 최초로 자기의 어린 세대와 자기의 미래세대의 생존을 짓밟아버리는 존재가 지금 세대가 될 것”이라며 “채식은 개인이 스스로 하루 세 번 실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엔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발표한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유엔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발표한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조천호 대기과학자가 강연 중 보여준 그림
조천호 대기과학자가 강연 중 보여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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