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방학중 돌봄교실에서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미술활동을 하고 있다
한 초등학교 방학중 돌봄교실에서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미술활동을 하고 있다

삼동면에 사는 귀촌인 학부모 신은정(가명)씨는 초등학교 방학이 시작한 이래 아이의 돌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둘째는 저녁 7시 30분까지 돌봄이 가능해 걱정이 없는데, 문제는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아이다. 은정씨와 남편 모두 오후 6시 이후에야 귀가가 가능한데, 방학 중 돌봄은 점심식사를 하지 않은 채 오후 1시면 아이가 집에 오기 때문이다. 

은정씨는 “한두 시간도 아니고, 8살짜리를 점심도 거른 채 다섯 시간이나 집에 혼자 둘 수는 없지 않나. 주변에 보낼 학원도 없고, 돌봐줄 가족이나 친척도 없다. 할수없이 다른 엄마들에게 부탁해서 이 집에서 며칠, 저 집에서 며칠 그런 식으로 일단 일주일은 버텼는데 남은 날들이 너무 걱정”이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지역아동센터에 보내면 안되냐는 질문에 은정씨는 “애가 학교 입학할 때부터 당연히 알아봤다. 자리가 없어서 대기를 걸어 뒀는데, 관계자로부터 대기를 건다 해도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등 입소 우선순위가 있어서 저 같은 일반가정은 사실상 입소가 어려울 거란 얘기를 들었다. 현실이 그런 건 알겠지만 너무 힘이 빠지고 막막했다”고 했다.

현재 남해에는 학교 외 초등학생 돌봄 기관으로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가 있다. 은정씨가 사는 삼동면에도 물건리지역아동센터가 있는데, 관내 지역아동센터를 총괄하는 아동복지팀 최미아 주무관은 “현재 남해지역에서 서면, 상주면, 미조면을 제외한 모든 읍·면에 지역아동센터가 한 곳씩 있고, 물건리센터는 그 중 유일하게 대기자가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다른 센터들에 대해선 “대부분 정원은 차 있지만 대기는 없고, 정원에서도 한두자리 정도 여유가 있는 곳도 있다. 물건리센터의 경우 아무래도 젊은 귀촌인들이 많다 보니 다른 곳보다 수요가 좀 있는 편인 것 같은데, 현재까지 정원 확대 등 행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함께돌봄센터는 초등학생 종일돌봄 확대를 위해 지난 해 8월, 읍 남해초등학교 인근에 남해 1호점이 개소했다. 상시돌봄 20명, 일시돌봄 4명을 수용하여 방과 후와 방학 중 아동들의 학습지도 및 재능개발활동 등 돌봄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장세정 아동복지팀장에 따르면 “읍 초등학생들은 대부분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돌봄센터의 입소경쟁이 그렇게 치열하진 않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들이 초등돌봄교실이 오후 6시까지 확대되길 원한다. 현재 초등 돌봄시설 운영주체의 지자체 이관을 놓고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 합리적인 방향으로 해결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지난 해 하반기, 논란이 되었던 ‘온종일돌봄’ 법안은 ‘학교돌봄터’라는 이름으로 기존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학교는 시설만 제공하고, 지자체가 운영을 맡는 새로운 형태의 돌봄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법안의 계획수립책임자가 교육부로 명시되어 있는 점을 들어 교원단체가 강력히 반발했고, 학교비정규직단체는 ‘지자체 이관은 결국 민영화’라는 논리로 팽팽히 맞서다 지난 19일 정부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지자체-학교 협력돌봄 기본계획’에 따라 ‘학교 돌봄터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자체의 직영 돌봄을 권장하고, 위탁이라도 지자체가 설립한 사회서비스원이나 공공법인으로 국한해 돌봄과 전담사들의 공공성을 보장한다. 돌봄시간 또한 기존 오후 1시~5시에서 지역 내 돌봄수요에 따라 오전 7시~9시 아침돌봄, 오후 7시까지의 저녁돌봄까지 연장된다.

은정씨는 이와 같은 학교 돌봄 변화를 적극 환영하며 “돌봄시간이 맞벌이가정의 현실에 맞게 연장되는 건 정말 잘 된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어느 학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오랜 시간 맡기고 싶어하겠나. 9시에 등교해서 열 시간 가까이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 건 아이도, 학부모도 원치 않는다. 정말 필요한 건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가 좀 더 자유롭게 유연근무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과 사회적인 분위기다. 저만 해도 아이가 아프거나, 조기하교를 하는 날이면 회사에 사정을 말하고 배려를 받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죄인이 되는 기분이다. 동료 직원들에게도 엄청 눈치가 보인다. 그런 현실이 바로 변할 수 없으니 이런 대책이라도 나와서 다행이긴 하나, 공무원이나 공공기관뿐 아니라 중소기업, 작은 회사라도 주위 눈치 보지 않고 부모가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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