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詩)가 필요한 시간, 정현태 전 군수가 첫 시집 ‘바다의 노래’(정현태 지음, 궁편책 출간)로 우리를 찾아왔다. 이 시집은 정치인 출신의 시인이 낸 보기 드문 시집으로, 정현태 전 군수의 ‘시로 쓴 자서전’이자 ‘유배 일기’이며 ‘부활의 노래’이다. 

‘운명의 바다’, ‘생명의 바다’, ‘은혜의 바다’, ‘유배의 바다’, ‘평화의 바다’라는 총 다섯 마당의 시적 공간으로서의 바다 위에 펼쳐진 인장과 같은 발자국이 담긴 이 시집은 시인 정현태의 데뷔작으로 출간과 동시에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 운명은 바다에서 탄생했다”. 정현태 시인은 이와 같이 말한다. 남해에서 나고 자란 정현태 시인의 삶은 그야말로 바다를 닮았다. 그에게 바다는 시와 삶을 넘나드는 시적 공간일 뿐 아니라 그의 인생을 축약한 단어이기도 하다. 공민권 박탈의 시기에 풀어낸 자전적 시에 담긴 허심탄회는 그 자체만으로도 진한 공감을 자아낸다. 정현태 시인은 바다에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물결처럼 삶의 굽이마다 덧입혀진 마음의 옹이를 가시화된 시어로 끄집어내었다. 

이러한 저자의 시를 두고 오인태 시인은 ‘서른일곱 푸른 나이’에 바다로 돌아간 아버지와 ‘스물아홉에 홀몸 되신’ 후 줄곧 청상의 세월을 오로지 자식들에게 헌신한 어머니, 그리고 그의 아내와 가족들의 이야기와 꾸밈없는 직설에 배어있는 진정성이야말로 시인의 시를 떠받치는 힘이라 말했다. 

남해보다 더 아름다운 시는 보지 못하리라 노래한 시집 ‘남해, 바다를 걷다’의 주인공인 고두현 시인은 “시집 ‘바다의 노래’에 담긴 시의 음역이 넓고 깊다. 바다의 수평 음대와 섬의 수직 음계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그것은 ‘니 이름을 찾아봐라’는 말을 남기고 바다에 잠긴 ‘아버지의 목숨’처럼 웅숭깊다. 그 ‘이름’을 뗏목처럼 붙잡고 ‘마침내 절정도 절망도 모두 뛰어넘은 능절’의 경지에 닿는 여정 또한 절절하다”며 추천사를 통해 뜨거운 애정을 전했다. 이밖에도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시와 정치의 결속을 통한 호활한 바다의 서정’이라 말했으며 임헌영 문학평론가는 정현태 시인을 ‘바다, 하늘, 별, 자유를 사랑했던 카잔차키스’에 비유하며 시인으로서의 역량을 칭했다. 아울러 임동창 풍류 아티스트가 이 책의 시 ‘남해처럼’을 모티브로 작곡한 음악은 ‘남해처럼’ 서로 어울림으로써 풍요로워지는 사회에 대한 저자의 소망을 더욱 생생히 전한다.

한편 정현태 시인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문학을 전공했지만 시대의 격류 속에서 교단도 문단도 아닌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문학에 대한 갈증으로 삶의 굽이마다 그에 맞는 시를 골라 가슴에 넣어 다니며 외운 지 수십 년. 시는 그의 가슴 속에서, 삶의 현장에서 언제나 함께 숨 쉬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의 시를 외우는 것도 좋지만 이제 자신의 시를 써 보라”는 영혼을 흔든 공산 스승님의 죽비소리를 듣고 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시를 쓴 지 1년 남짓, 어느덧 시의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작은 집을 지을 정도가 되었다. 시집 ‘바다의 노래’는 정현태 시인의 시로 쓴 자서전이며 그의 첫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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