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시절 소통의 중심이던 온돌방
아랫목에서 문화, 삶의 지혜 전수 

1960~70년대 겨울철, 우리나라 가옥들은 대부분 외풍이 거셌다. 방 안의 천장이나 벽 사이로 매섭게 찬 기운이 스며들었다. 초저녁부터 군불로 달군 아랫목에 밥그릇을 묻고, 밤에는 온 가족이 한 이불을 덮고 잤다. 
그 시절 다니던 중학교는 자갈길을 걸어서 가는 1시간 거리에 있었다. 등하굣길 그 겨울 칼바람을 피하고자 논 언덕과 담장밑을 걸어야 했던 기억은 지금도 오롯이 남아있다. 
하굣길 그 춥던 신작로를 조금만 참고 걸어가면 따뜻한 아랫목이 있다는 기대감에 숨을 헐떡이면서 참고 달리다 보니 시간도 조금씩이라도 당기고 허벅지에 조금씩 근육이 붙기 시작했던 것 같다. 

60년대와 70년대 그 시절엔 온돌방이 삶의 중심이었다. 지금과 같이 기름, 전기, 가스보일러가 없던 그 시절 어느 집이나 할 것 없이 추운 겨울 저녁, 온돌방에 군불을 때고 온 가족이 이불 밑에 다리를 넣고 한 방에 모인다. 온돌방에 모여 앉은 가족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삶의 지혜를 전수받았다. 일제강점기, 6·25때  굴 속에 숨어있던 경험과 역사에 대한 지식, 살아 온 얘기, 이웃간, 친척들 관계에 대해 그리고 산돼지가 내려오던 얘기 등 재밌는 옛날 얘기도 듣고 배운 것이다. 

그 시절 온돌방은 유태인의 밥상머리 교육과 같은 값진 지혜를 배우는 장이였다. 
온돌방은 소통의 공간이고 만남과 작업의 공간이며 나눔의 공간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소통을 중시 여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통의 공간을 내 집안에 품으며 살기를 원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세계 어느 민족에도 없는 온돌방은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이다. 지금과 같이 주방이나 식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어머님이 부엌에서 밥을 해서 온돌방으로 가져 오면 아버지의 밥상머리 교육이 시작되곤 했다. 온갖 얘기를 듣고 많은 것을 배웠다. 인생의 지혜를 배운 곳이 바로 온돌방이다. 지금처럼 체계적인 교육이나 별도의 사교육이나 학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 진정한 삶의 지혜를 배운 곳이 온돌방이었던 같다. 또한 온돌방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자들에게 윤리와 도덕을 가르쳤다. 요즘 어린아이들이 레스토랑이나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서 타인들에게 불편을 줄 정도로 천방지축 돌아다니고 떠들어도 젊은 부모는 제지도 하지도 않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남을 불편하게 할 정도로 행동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무엇일까? 

온돌방 아랫목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판단한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집에 돌아오면 대화하지 않고 각자 방에 들어가는, 갈수록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것 같다. 각자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을 한다. 접촉이 없다. 온돌방 아랫목에서 어른들에게 삶에 필요한 지식과 지혜와 도덕을 배울 기회가 없는 것이다. 
어른들과 함께 살아 오면서 그 삶을 통해 보고 느낀 소중한 지식과 지혜를 전수할 온돌방 같은 곳이 현재는 없어졌다. 한동안 유행하던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이 시대, 어른들을 뒷방 노인으로 치부하고 그 삶의 지혜를 고리타분하고 잔소리로 여기는 세대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세월은 흐르고 세상은 계속 변할 것이다. 우리 고유의 전통 온돌방을 새롭게 발전시킨 한국의 난방 보일러 문화를 외국에서는 최고의 주거방식이라 하고 중국의 고급 아파트는 한국의 보일러 난방 방식을 한다고 하는데 역설적으로 보일러 난방의 발전으로 온돌방 문화가 사라진 것 같아서 왠지 발전하는 것 모두가 다 좋은 것이 아니라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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