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회 주무관이 받은 적십자헌혈유공장 30회(은색), 50회(금색)
구전회 주무관이 받은 적십자헌혈유공장 30회(은색), 50회(금색)

보름마다 헌혈하러 가는 청년이 있다. 직업은 공무원, 멀끔하니 인물도 좋다. 그런 그가 데이트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약속이 바로 ‘대한적십자사 경남혈액원’과의 약속인 ‘혈소판, 혈장 헌혈’이라는 사람. 이름은 ‘구전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니 LG 구광모 회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한다.

20대 군 복무 시절, 초코파이 준다는 말에 털래털래 따라가서 처음 경험해 본 헌혈. 그 당시 헌혈 버스 차량이 와서 10분 가량 피를 뽑아가는 ‘전혈’을 했다. 물론 그때는 그게 ‘전혈’인지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초코파이가 탐났던 군인이었을 뿐이라고. 그랬던 그가 지금은 몸 상태가 좋고 각종 수치가 좋을 때면 40분, 처음 하거나 오랫동안 헌혈을 안 한 경우는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혈소판ㆍ혈장 헌혈’을 2주 내지는 3주 단위로 꾸준히 하는 ‘열혈–헌혈-청년’이 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혈액수급에 비상등이 켜진 지금, 멀리 창원시까지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러 가는 구전회 주무관이 본격적으로 헌혈을 하게 된 이유는 뭘까 궁금해졌다.

1984년생인 구전회 씨는 “20대 중반에는 공무원 준비하러 서울서 공부할 무렵이라 대충 먹고 헌혈하러 가는 바람에 안된다고 튕긴 적이 한 번 있었다. 2018년 9월 첫 발령을 받아 남해군에 살면서부터는 좋은 자연에서 난 먹거리 덕분인지 한 번도 거부당하지 않고 늘 좋은 수치를 받아 꾸준히 헌혈할 수 있었다”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두 달 주기로 할 수 있는 ‘전혈’만 하다가 한날 노란색 액체를 뽑는 걸 보고 물어봤더니 그게 ‘혈장’ 헌혈이고 이러한 혈장이나 혈소판 헌혈은 건강상태만 좋으면 2주 주기로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돼 그때부터 꾸준하게 헌혈을 하게 됐고 헌혈 덕분에 창원 계신 부모님께도 자주 들르게 됐다”고 한다. 

무서워서 헌혈을 못 하겠다는 원초적인 질문에 “아무래도 바늘이 크니까 솔직히 겁난다. 그러나 한번 해보고 나면 바늘을 ‘안 쳐다보는’ 요령이 생긴다”며 웃는다. 오히려 헌혈하는 그로서는 굵은 주사 바늘보다 선입견이나 시선이 더 불편하다고 한다. 가령 ‘코로나 19 시국에 무슨 헌혈이냐, 너 그러다 코로나 걸린다’ 라던지 ‘골프 치러 가고, 축구 하러 가는 사람에겐 그렇게 자주 가느냐고 묻지 않으면서 헌혈하러 간다고 하면 혹시 집에 누구 아픈 사람 있느냐며 의아해 한다’ 는 게 더 난처하게 한다고.

‘피는 거짓말을 못한다’며 구전회 씨는 “혹여나 헌혈 전날 술을 먹거나 고기를 먹고 난 후 헌혈을 하면 맥주 거품처럼 기름이 뜨기 때문에 결국 그 피는 쓸 수가 없다”며 “건강한 상태로, 건강한 피를 기부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내 지인에게 이 피가 쓰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헌혈 전에는 커피조차 마시지 않고 진지하게 궁서체로 임한다”고 말했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청년 구전회 씨는 “사실 제가 뭐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돈이라도 많아서 LG 구회장님처럼 생활치료 센터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할 수 있는 나눔이…다만 제가 건강하니 봉사라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까 이제 습관이 된 것 같다. (저 아닌 누구라도) 헌혈이야말로 한번 해보면 제일 가까이에서 할 수 있는 나눔인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건강한 헌혈을 위한 생활습관이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헌혈 때문만은 아닌데 본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특히 의회 근무는 늘 일찍 출근해야 한다는 관념이 강해서 오전 6시 전에는 꼭 일어나지만 헌혈로 인한 ‘꿀잠’을 위해 알람을 맞춰서라도 밤 11시 전으로 잠들려 한다. 왜 좋은 음식 만드는 식당 주인들이 꼭 하는 단골 멘트 있지 않나. 내 아이가 먹는다는 마음으로 만든다고…헌혈을 하다 보니 제 몸에 대한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같은 값이면 제대로 된 피가 들어가야지, 얄궂은 피가 들어가게 해선 안 되지 하는 그 마음은 늘 품고 있다”고 한다. 

오는 3월이면 100회 훈장을 받게 되는 그는 100회까지는 오래 걸렸다고, 이후 5~6년 목표로 200회 달성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나아가 서부 경남 헌혈왕도 도전해보고 싶다며 “건강한 그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헌혈하겠다”는 건강한 다짐을 보였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