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기 남해군 자율방재단장 “시스템, 전문성, 사명감 갖춘 우리가 남해 안전 지키는 데는 최고”
이정기 남해군 자율방재단장 “시스템, 전문성, 사명감 갖춘 우리가 남해 안전 지키는 데는 최고”
  • 최윤정 기자
  • 승인 2021.01.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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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재난상황 뿐 아니라 축제 현장지도, 무더위쉼터 점검 등 남해군 전 세대의 안전한 일상 책임지는 자율방재단의 활약상
지난해 10월, ‘안전한국훈련’에 참가한 남해군자율방재단
지난해 10월, ‘안전한국훈련’에 참가한 남해군자율방재단
2019년 가을, 장날 노인일자리에 나가시던 할머니 한 분이 교통사고를 당한 현장을 마침 지나던 이정기 단장이 긴급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다
2019년 가을, 장날 노인일자리에 나가시던 할머니 한 분이 교통사고를 당한 현장을 마침 지나던 이정기 단장이 긴급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7일 아침, 밤새 내린 눈에 남해에서는 보기 드문 흰 들녘이 펼쳐졌다. 창 밖을 내다보며 아침 풍경을 감상하던 사람들이 슬슬 출근길 결빙을 걱정하기 시작할 때, 이미 주요 도로 제설작업을 마쳐놓고 혹시나 놓친 곳은 없을까, 이른 새벽부터 도로를 순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남해군 지역자율방재단원들이다. 

같은 날 새벽, 미조자율방재단과 이정기 남해군 자율방재단장은 항도마을과 미조마을, 무민사 인근 도로와 미조중학교 등하교길인 경사도로의 제설작업을 펼쳤다. 이정기 단장은 “미조중학교 애들 다니는 그 길이 경사도가 거의 25도에 달할 정도로 엄청 가파르다. 제설작업 한번으로는 위험해서 염화칼슘 10개를 차에 실어 두고 비상시에 뿌리려고 늘 살펴보면서 다닌다”며, 자신뿐 아니라 모든 방재단원들은 이렇게 갑자기 눈이 오거나 하면 평소보다 더 안전의 촉을 세우고 주변을 살핀다고 했다. 

지난 호 본지에, ‘새해날 결빙된 도로를 통제하다 이웃에게 미담으로 제보 당한’ 이정기 단장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 단장은 그때 본지와의 통화 중 ‘내 이야기 말고도 할 이야기가 꼭 있다’고 언질을 주었고, 그렇게 대면하게 된 이 단장은 “우리 남해군 자율방재단이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사례도 정말 많은데 아직까지 군민들한테 홍보가 덜 되어 있다. 사람들이 방범대는 알아도 방재단이 뭐하는 데인지 잘 모른다. 우리 단체는 전시용, 구색 맞추기용이 아니라 순전히 군민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예찰, 안전지도, 재난 대응과 복구 등을 하는 단체다. 안전에 관한 모든 것을 총괄하고 군 전체에서 활약도 뛰어난데 모르는 분들이 많다 보니 아쉬운 마음에 우리 단원들 사기를 좀 올려 주고 싶었다”며 운을 뗐다.

지역 자율방재단이란 자연재해시 행정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민간역할 분담과 재난분야에 대응하는 민간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 내 지형과 상황에 밝고, 적극적인 활동의지를 가진 지역주민이 공동협력체를 구성하여 재해의 예방 및 경감에 역할을 담당하는 선진형 방재시스템 조직이다. 기상특보 발효시 사전 예찰, 사후 복구 등 대응활동에 나서고 평소에는 각종 재난대응 훈련 및 교육에 참여해 그 전문성과 역량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228개 시군구에 6만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 남해군에도 총 200여명의 단원들이 각 읍면별 방재단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이정기 단장은 지난 2016년에 남해군 자율방재단장으로 선출되어 현재까지 연임 중이다. 
이정기 단장은 우리 군 자율방재단의 활동상에 대해 “안전에 관해 총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태풍, 폭우 시 예찰과 점검, 여름철 무더위쉼터 점검, 이번엔 제설작업 했고 축제 때 현장안전지도요원도 하고. 예보된 재난이나 행사 말고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항상 안전에 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다닌다. 평상시에는 국가안전훈련에 참가하고 CPR(심폐소생술)같은 안전자격증 교육도 받는다”고 설명했다. 

교육·선진지 견학·이웃 재난현장 출동 
예산 지원된다면 역량강화 가능해

이정기 단장은 올해로 5년째, 단장직을 맡아오며 자긍심도, 보람도 늘 느끼지만 언제나 단원들에게 미안했던 점으로 예산부족을 들었다. 
이 단장은 “우리 단원들이 태풍이 내습하거나 하면 한밤중에도 비바람 맞아가면서 출동한다. 이번엔 밤새 눈이 내려 새벽에 이미 길이 얼어 있었는데 담당공무원들은 출근도 전이고, 또 읍면별로 수가 너무 적어서 제설작업을 혼자 다 할 수가 없다. 그럴 때 우리 단원들이 행정보조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방재단 자체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단원들은 전문성과 사명감도 있는데 예산이 없는 게 가장 안타깝다. 정기회의 때 식대랑, 타 시도 안전훈련 갈 때 교통비 정도는 나오지만 안전지도사자격증이라든가, 이런걸 단원들이 다 갖추면 전문성이 훨씬 커지는데 교육비라도 지원이 된다면 좋겠다. 이웃 지자체에 홍수나 화재 같은 재난이 생겨서 응원을 가고 싶어도 예산이 없어서 못 갔다. 재난이라는 게 긴급상황의 연속인데 미리 보고서 올리고 결제를 받고 하는 건 현실과 맞지 않는다. 선진 방재시스템 견학도 필요하다”며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이에 덧붙여 “우리야 새마을정신으로, 수당 같은거 없어도 자체회비랑 봉사로 활동하고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계속 단원으로 유입되려면 실비라도 예산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봉사단체라도 어떤 곳은 실비지원은 물론 아이들 학자금, 민방위교육 면제 등 제도가 뒷받침해주는 곳도 있다. 우리는 정말 봉사정신으로만 움직인다. 우리 자율방재단이 더욱 전문성을 갖추고, 역량을 키우려면 이런 부분이 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의 방재단 활동은 올해로 16년째다. 그는 “미조면단원부터 시작해서 면단장, 군단장까지 됐다. 군생활을 해병, 해양경찰, 해군들 훈련소 조교로 했는데 그때 나한테 봉사에 대한 사명감이 있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제대 후에도 계속 봉사할 곳을 찾다가 여기에 몸담게 됐다. 우리 단원들은 길 가다 가로수가 쓰러져 있으면 전기톱 들고 오는 사람들이다. 그냥 못 지나친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이 단장의 아내이자 그 역시 방재단원인 김미옥 씨가 “그런 식으로 차 타고 가다가 내린 적이 셀 수도 없다”며 보탰다. 

이 단장은 “남해군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온 데는 우리 방재단이 최고다. 이대로 묻히더라도 사명감으로 계속 할 사람들이지만, 단원들한테 자긍심을 좀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알릴 건 좀 알리고, 그렇게 자부심도 좀 갖고. 방재단에 들어오고 싶으면 면사무소 담당자한테 가서 말하면 된다. 특별한 자격 제한은 없다”며 소리 없이 봉사하고 있는 단원들을 응원하고, 또 깨알 홍보도 놓치지 않는다.

이렇듯 길가의 넘어진 쓰레기통 하나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의 어제와 오늘이 별다르지 않게 흘러가고 있는가보다. 당연한 줄 알고 누려왔던 일상의 안전함이 실은 당연하지 않았고, 누군가의 수고와 언제나 살펴보는 눈길로 인해 이루어져왔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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