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월이면 가장 분주한 곳, 바로 헬스장이 아닐까. 새해 소망 1, 2위를 다투는 건강과 다이어트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행운의 장소이기에 그래왔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이 휩쓸고 간 2020년을 이어받고 있는 2021년의 1월 풍경은 다르다. 긴 세월 동안 애써 일궈온 회원이 코로나19로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가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무리해서 이전한 넓디넓은 250여평의 헬스장 청소만 묵묵히 해오던 하경태 관장을 만나고 온 지난 11일. 딱 그날 저녁 확진자 제로 상태를 기적적으로 지켜오던 남해군에도 ‘진주국제기도원’발 남해군 확진자 2명이 발생한 것이다. 군청에서 보내준 재난문자를 받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다시 2021년의 희망을 써보려 한다며 단축영업, 철저한 방역, 체온 체크와 QR 체크인 안내에 열성적이던, 새해 선물이라며 회원들에게 마스크를 일일이 챙겨주던 하경태 관장이었다. ‘아뿔싸, 또 한 번 시련이 닥친 건가’. 하지만 그는 외려 우리를 위로한다. “2021년은 정말 좋은 일이 한가득 오려는지, 마지막 액땜을 했다 생각하련다”라고. 코로나19가 준 시련으로 속으로 많이 울었을 법한 이 사람, 하경태 관장을 만나고 왔다. <편집자 주>

“최고의 성형은 운동입니다. 건강! 잃고 나서 후회하면 늦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체육관에 오는 것입니다. 당신은 방금 그걸 해내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쉬운 걸 해보겠습니다”
비타민 헬스장을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기분까지 상큼하게 바꿔주는 마법의 문구들이다. 이 문구에서도 느껴지듯 이곳은 긍정의 기운이 가득했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는 사람들의 진풍경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선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생의 의지가 흐르고 있었다. 물론 그 중의 으뜸은 역시 하경태 관장이다. 그가 지나온 2020년은 어땠을까. “2020년 2월부터 시작해 거의 한 달 넘게 문을 닫았다. 운동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거의 온종일 체육관을 운영해왔다면 코로나19 이후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보니 300명대의 회원이 절반에 가까운 수준까지 뚝 떨어졌다. 특히 야심 차게 준비한 점핑 수업의 경우 20여 명의 특강 회원이 있었는데 정부 방역지침 준수로 근 7~8개월 쉬는 바람에 결국 5명 남짓 남아 현재는 소생시키기가 상당히 어려운 처지다”라고 하 관장은 담담히 말했다.

그 와중에 폭염과 수차례 반복된 폭우, 여름엔 체육관 천장이 무너지는 난리까지 겪어 그 길로 20여 일 이상 영업을 하지 못했다. 현재는 2단계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밤 9시까지만 운영하고 있다고. 
하 관장은 이러한 남해군의 방역 수칙에 대해 “남해군이 청정지역이고, 이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청정지역 지키면서도 생활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민(民)의 입장에서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건재한 곳도 있겠으나 남해읍 지역 경제는 위태롭다. 사실상 근 일 년 가까이 장기화 됐기에 코로나19에 대한 예방수칙은 군민들이 인이 박힐 정도로 잘 알고 잘 지키고 있다. 유아부터 노인까지 마스크 쓰기를 비롯한 생활방역엄수는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게 군민의 현실이라면 외부에서 유입되는 관광객 단속, 진주와 사천, 하동에서 출ㆍ퇴근하는 사람들 단속 등을 더 강화돼야 할 실정인데 외려 집토끼인 읍내 단속에만 더 열을 올리는 것 같다. 큰 기업 하나 없는 남해군이다 보니 사실상 알음알음 지역 내수이고, 지역 모임이고, 지역 공무원들이 이용해주지 않으면 읍의 소상공인들은 대개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인 걸 뻔히 알면서도 뭐라 할까, 정부방침대로만 그저 따라갈 뿐 우리 지역의 생활경제, 체감 경제를 살리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아쉽다”고 말했다.  

운동=면역력↑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활기가 주는 힘은 크다. 건전하게 운동하는 힘은 다른 모든 것들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되고 면역력도 향상시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야외 운동은 금지시키고, 실내 식사는 허용, 카페 음료는 ‘무조건 테이크 아웃(take-out)’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방침을 내세워 같은 소상공인들마저도 누구는 ‘코로나 특수’를, 누구는 ‘영업 중단’의 기로에 서게 했다. 또 이런 강력한 거리두기 방침을 따라가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은 자연스레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니 그 또한 안타까웠다. 젊은 사람들이야 배달서비스를 가입하거나 SNS를 활용해 홍보하거나 발 빠르게 포장 판매로 전환하는 등 살아남을 방도를 찾지만, 연세가 있는 영세상인들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 아닌가.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건, 설령 정부방침이 이렇다 할지라도 지역의 특성과 지역의 생활경제 상황은 우리 남해군 공직자들이 가장 잘 알지 않나. 인근 광양시의 경우처럼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출입자 명단과 발열 체크’ 준수하면서 24시간 영업하고, 카페에서도 거리 두기로 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하는 건 어떤가. 광양시가 코로나19 방역에 무책임해서일까? 아니다. 지역경제 죽는 게 더 두렵기 때문 아닐까. 확진자가 없는 남해군이라는 특색을 강조하면서 남해군민들이 서로 먹고살 수 있도록 방법을 더 모색했더라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도 잡고, 지역경제도 무너지지 않은 지자체로 명성을 떨치진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하경태 관장. 그는 “남해군이 얼마나 생활체육이 강한 곳인가. 노년층 비율이 높아도 이렇게 건강히 유지된 데는 운동장을 비롯한 야외에서 신선한 공기 마시면서 자기 적성에 맞는 운동으로 스트레스도 풀고 우울감도 줄이고, 면역력을 높였기 때문 아닐까? 남해군민들이 잘 살도록 경제적으로 덜 지치도록, 군민들에게 뭐가 필요할지 한 번 더 고민해주는 공직자들을 기다린다. 단속과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지 않겠는가”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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