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이란 수식어를 붙이기가 민망한 2021년 새해가 시작된지도 오늘로 15일이다. 
매년 1월에는 금연, 만보걷기,영어회화, 피아노, 기타배우기, 수영하기 등 마음 속에 새기던, 일기에 기록을 하던 신년계획을 세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등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매년 80%가까운 사람들이 새해계획을 세우지만 대부분 3개월 정도되면 흐지부지 된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그럼에도 새해계획을 반복하는 이유에 대해 심리적 경계선인 새로운 나를 찾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달라질 것’이란 심리적 경계선을 스스로 만드는 작업이 바로 새해계획의 본질이란 것이다. 
계획과 실천은 다른 문제인데 어떤 계획이든 반복해야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거창한 계획보다 꾸준히 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우라는 건 이런 사실 때문이다. 

또한 새해가 시작되면 모두들 더 열심히 하겠다고 결심하게 되는데 힘들었던 지난 해를 감안하면 더 의욕으로 가득 찬 신년초이긴 하지만 차분하게 한번 더 쉬어가면서 뒤돌아 볼 수 있는 터키 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신과의 인터뷰’라는 시를 한번 읽어 보게 된다. 

시인은 어느 날 신과 인터뷰하는 꿈을 꾸면서 신에게 “인간에 대해 무엇이 가장 놀랍습니까?” 하는 물음에 신은 4가지가 가장 놀랍다고 했다. 
첫째, 어린 시절을 지루해하며 빨리 어른이 되기를 원하는 것,그러다 어른이 되면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가고 싶어 하는 것.
둘째,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돈을 잃는 것.
셋째, 미래를 걱정하다 현재를 잊고 사는 것, 그러다 현재도, 미래도 살지 못하는 것.
넷째, 죽지 않을 것처럼 열심히 살다가 결국은 삶의 의미도 느끼지 못하고 죽는 것.

신이 놀라워하는 인간의 4가지 어리석은 행동은 가치 있는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열심히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식에게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고, 돈이 있어야 안정적인 삶, 원하는 것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돈을 향해 열심히 일한다. 미래에 못 살게 될까 봐, 돈이 없을까 봐, 노심초사하며 앞날을 대비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더 높이 올라가고, 더 갖고 싶고, 열심히 하긴 하는 데 인생의 마지막에 가서는 평생 벌었던 돈은 건강 회복과 유지하는데 탕진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미래가 되면 더 먼 미래를 걱정하느라 죽는 날까지 현재를 누리지 못하고 죽음 앞에서야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 번도 제대로 살아보지 못했다고 후회하며 눈을 감는다는 것이다.

신은 삶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필요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것 보다 소중한 사람과 현재의 행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올해는 ‘더 열심히’를 잠시 내려놓고 삶의 비전을 향해 하루 하루 ‘감사’와 ‘충실’로 인생을 채워 나가기를 소망한다. 
그래도 새해계획 하나 정도는 세워서 나쁠 게 없다. 아무리 부질없는 짓이라도 일단 돈이 들지 않는다. 여기에 마음의 안정감도 함께 온다. 그리고 지키지 않아도 나무라는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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