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로 인사를 드려야 할지 마음이 열리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2020년은 갔지만 새로운 2021년도 희망이 보이지 않은 채 맞이했습니다. 

남남은 물론이고 피를 나눈 사랑스런 가족도 5명이 모이는 걸 꺼리는 이런 일은 우리가 겪지 않아도 되련만. 지난 추석 때만 해도 다 같이 힘을 모아 남해인의 끈질긴 근성으로 참고 견디면 코로나는 물러가지 않겠냐고 서로를 다독거리며 격려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말들은 결국 헛된 바람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된다는 의료진들의 전망은 모두를 암울하게 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앞으로도 잘 버터리라 하는 간절한 소망을 해봅니다.

다른 해 같으면 연말연시 모두가 정신없이 바쁠 때입니다. 저 역시 군향우회 회장으로서 재경도민회 행사와 군향우회 행사를 준비하고, 각 읍·면과 산하단체 신년회에 참석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때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개인적 외출도 자제해 달라는 방역당국의 당부에 답답한 심정을 못 이기고 남해로 왔습니다.

고향에서는 코로나19 없는 청정 남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 만나기도 꺼려집니다. 더더욱 외지에서 온 사람들을 경계하는 눈치여서 정다운 친구나 친지들께 식사 한 끼 하자는 인사도 못한 채 산속 집에만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생각해낸 것이 얼마 전 새로 단장해서 개통한 남해바래길 걷기였습니다.

몇 년 전 남해를 완보한 적은 있지만 코로나19가 나에게 준 기회로 생각하고 남해바래길을 3번에 걸쳐 13일 동안 본선 16코스, 지선 3코스 등 총 231km를 걸어 전체 12번째 완보자로 명예의 전당에 등록하며 2021년 첫 완보자가 되는 기쁨을 안았습니다.

2021년 1월1일 금산 보리암 지선 3코스를 마지막으로 오르면서 우리 군민과 향우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고 “코로나19야, 물러가라”를 목청껏 외치고 끝냈습니다. 금산 보리암은 일출 명소인 관계로 1월1일 차량이 통제되어서 등산로만 이용가능했습니다. 눈에 덮인 보리암은 오르기가 힘들었지만 풍경은 보물섬 그 자체였습니다.
군데군데 숨어있는 아름다운 풍광들을 보면서 절로 감탄이 나오고 남해가 고향임이 더 자랑스러웠으며 이 보물섬의 숨은 비경을 우리 모두가 같이 누리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고향 사랑이 묻어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남해에서의 일정을 끝냈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애써 키운 남해특산물 보물초(시금치) 값이 다른 해보다 높아 시금치 농가에 큰 위안을 주고 있어 내 일처럼 반갑습니다.

새해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희망을 안고 우리 함께 했으면 합니다. 20201년 새해 건강하시고 복된 한해 지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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