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고 전체 조감도. 본관과 기숙사동이 각각 지상 2층으로 총 45명을 수용할 수 있다
보물섬고 전체 조감도. 본관과 기숙사동이 각각 지상 2층으로 총 45명을 수용할 수 있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본관(12월 16일 촬영)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본관(12월 16일 촬영)

민간위탁형 공립 기숙형 대안학교, 남해보물섬고등학교가 2021년 개교를 앞두고 제1회 신입생 모집을 마쳤다. 
앞서 가칭이있던 교명 ‘보물섬고등학교’는 지난 15일, 정식 명칭으로 확정되어 경상남도립학교 설치 조례를 통과했다. 관련하여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신설학교의 교명은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특성과 정서를 반영하여 지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제정했다”고 밝혔다. 

남해의 첫 기숙형 공립 대안고등학교의 교명이 남해 땅의 또 다른 이름, ‘보물섬’ 고등학교로 확정된 것은 그래서 특별하다. 학교법인 상주학원(이사장 강창수)이 보물섬고 설립의 뜻을 밝힌 이후, 부지를 선정하고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현재 개교를 목전에 둔 이날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녀가 진학할 고등학교를 잃어 다른 곳으로 삶의 터를 옮겨야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부침을 겪었지만 그 이름이 남해의 대명사, ‘보물섬’으로 확정되고 첫 신입생 모집까지 마친 상태에서 개교를 향한 마지막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보물섬고는 과연 어떤 학교인지, 보물섬 개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진주 명신고 하태종 교사에게 들어봤다. 하 교사는 현재 남해보물섬고 개교준비 TF팀 대표인 상주중학교 여태전 교장과 공립 태봉고에서 8년간 함께 근무하며 공립 대안학교의 비전과 교육과정을 설계, 실현시켜온 베테랑 교사다.

첫 해 입학생 경쟁률 1.5:1,연극, 영화, 목공, 농사 및 해양·생태·여행  
삶을 위한 교과중심 편성

먼저 첫 해 신입생모집 현황에 대해 하 교사는 “15명 정원에 총 23명이 지원했다. 일반전형 10명, 다양성전형 5명을 선발하는데 진주, 창원, 부산, 양산, 김해, 하동 등지에서 지원했다. 남해에서는 총 6명이 지원했는데, 남해군 내 중학교 졸업자 또는 졸업 예정자를 20% 우선 선발해야 하는 원칙에 따랐다. 그렇게 약 1.5:1의 경쟁률을 보였고, 최종 선발된 15명에게 합격자 안내까지 모두 마친 상태”라고 답했다. 

이미 상주중학교의 경우가 있어 남해 군민들에겐 ‘공립형 대안학교’라는 정체성이 비교적 익숙하지만, 일반적으로 흔하지 않은 ‘민간위탁형 공립 대안학교’라는 보물섬고의 수식어에 대해 설명을 요청했다. 하 교사는 “보물섬고는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인 상주중에 뿌리를 두고 출발한다. 공립학교지만 사립학교인 학교법인 상주학원이 경남교육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학교, 그래서 ‘민간 위탁형 공립 대안학교’이다. 2016년 6월, 교육부의 공모사업에 상주학원이 도전했고 경남에서는 김해 금곡무지개고와 남해 보물섬고가 선정됐다. 두 학교 다 2019년 개교를 목표로 시작했지만 진행 중 우여곡절과 진통을 겪다보니 개교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그저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하는 초등학교 시기를 지나, ‘아직은 좀 놀아도 괜찮겠지’ 하고 안심하는 중학교 시기를 거쳐 고등학교 진학 시즌이 다가오면 이제까지 대안교육 생태계 안에 있던 학부모들도 자녀의 입시와 진로를 새롭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인생 전체로 보면 이르고도 짧은 십대 후반의 몇 년이지만, 그 짧은 시간은 아직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평생에 걸친 영향력을 행사할지도 모르는 ‘대입’을 판가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중대차한 시기에 대안교육을 선언, ‘배움과 삶의 기쁨을 발견하는 꿈의 학교’라는 모토를 내건 보물섬고에 자녀를 맡기는 학부모들은 이곳의 무엇을 가장 기대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하 교사는 “무엇보다 대안학교로서, 입시경쟁을 벗어나 전인적 교육을 실천하는 새로운 학교를 기대하고 있다. 거기다 남해라는 아름다운 지역에 기반한 학교라는 데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학생을 적게 뽑는 점을 매우 아쉬워하시고, 개교학교다 보니 교사 정원, 학사 운영, 예산, 교통편, 기숙사 생활 등 학교 전반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 하신다”고 전했다. 
덧붙여 주요 교육과정에 대하여 “기본적인 인문, 자연, 예술 소양을 기르는 교과는 물론 연극, 음악, 영화, 목공, 요리, 농사 등 다양한 삶을 위한 교과 및 해양수업, 생태수업, 여행수업(국내·해외 이동학습), 졸업논문 등,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웃과 지구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수업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다. 특히 졸업논문(Learning Through Internship/Interest) 프로그램은 학교 울타리를 넘어 인턴십 수행 또는 자기 관심사에 따라 주제를 선정, 멘토들의 조언에 따라 보고서를 발전시켜나가 최종적으로 논문 심사를 거쳐 통과하는, 자기주도 학습의 핵심이다. 또한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있는, ‘한 주를 여는 시간’과 공동체 회의는 학생과 교직원이 모두 참석하여 학교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는 시간으로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체화, 강화하는 수업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자기만의 속도로 배우는 보물섬고등학교, 초대 교장 공모제 진행 중

이어 그는 보물섬고만의 특별한 점으로 ‘아름다운 남해의 마을 속 학교’라는 점을 들며, “기숙사에서 바다를 볼 수 있고, 도서관 창 너머로 지는 노을을 볼 수 있는 학교가 또 어디 있을까. 또 15명의 작은 학교라는 점도 특별하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소통하며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창의, 기획을 마음껏 펼치며 배울 수 있다는 점, 작은 학교의 장점을 십분 살려서 자신만의 속도대로 편안하고 차분히, 자기 배움을 가꿔갈 수 있는 학교”라고 소개했다. 
남해보물섬고의 초대 교장은 현재 교장 공모제를 진행 중에 있다. 하 교사는 “전국 단위에서 모집하며 교장자격증 소지 유무와는 관계 없이 공모가 가능하다. 대안학교 설립 취지에 맞는 교육철학과 실천 의지를 갖고 있으면서 대안교육 역량과 경험을 두루 갖춘 교장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개교업무 담당으로서 남해 지역민들과 1회 입학생,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하 교사는 여태전 TF팀 대표의 말을 빌어 ‘가장 좋은 학교는 마을 속에 있는 학교다. 학교가 살아야 마을의 문화와 살림살이도 다시 살아난다. 부디 마을 주민들이 사랑과 자비의 눈빛으로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품어주는 남해보물섬고등학교로 출발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대신 전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을 준비하고 있을 1기 입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합격을 축하한다. 다 함께 얼굴 보며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함께 꿈을 꾸고, ‘배움의 기쁨이 살아 있는, 삶을 위한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보자”라며 환영의 인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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