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손도수산 김영자 대표(사진 왼쪽)가 60년 수산업 경력의 수협중개인 31번 강영례 수산인에게 고마워 직접 쓴 감사글을 가지고 본지로 방문했다
SK손도수산 김영자 대표(사진 왼쪽)가 60년 수산업 경력의 수협중개인 31번 강영례 수산인에게 고마워 직접 쓴 감사글을 가지고 본지로 방문했다
김영자 대표가 직접 찍은, 굴 경매하는 강영례 여사의 모습(몰래 찍어 초점이 흔들렸다)
김영자 대표가 직접 찍은, 굴 경매하는 강영례 여사의 모습(몰래 찍어 초점이 흔들렸다)

지난 16일, 지족 SK손도수산 김영자 대표가 남해신문 편집국을 찾아왔다. 신문사 바깥에는 봉고차가 시동을 채 끄지 않은 채 대기하고 있고, 여장부 같은 목소리로 김 대표는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이 있어 직접 신문사를 찾았노라’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내용인즉슨 “창선면 해창마을에 사는 강영례 여사님(사진 속 빨간잠바)이 주변에 매우 귀감이 되는데다 같은 수산업에 종사하면서 그 존재만으로도 어려운 시기에 큰 힘이 되어준다. 내가 동종업계에서 동고동락해온 한참 부족한 후배지만 이 분에 대한 고마움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어 몇 자 적어 와 봤다”며 신문사를 찾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꼬깃꼬깃한 종이 2장과 함께 본인이 몰래 핸드폰으로 찍었다는, 초점이 흔들린 강영례 여사의 사진을 보여주셨다.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꾹꾹 눌러 담아 쓴 글자로 ‘감사글’, ‘공로글’이라는 제목의 글이 차례대로 놓여 있다. 

일부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강영례 여사님의 83년 인생 꽃이 피었습니다. 60년동안 수산업에 종사하면서 남해군 패류 유통 발전을 위해 보여준 열의와 노고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여사님의 수산인을 향한 따뜻한 사랑과 희생 덕분에 어느 지역보다 우리 지역 어업인들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늘 환한 미소로 품어주시고, 우리 수산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지켜주시며 험한 인생 속 큰 우산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강영례 여사님의 강인함과 지혜로움을 본받아 우리 젊은이들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수산업 유통에 종사하며 많은 수산인들에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영자 대표는 “이 분이야말로 우리 수산업의 어머니시다. 1939년생이니까 올해 83세시다. 수협중개인 31번으로 60년 넘게 어업 현장에서 어업인들의 물건을 좋은 값에 팔아주시려 애쓰고 계시다. 돌꼬막, 피조개 양식업도 하고 중개업도 한다. 정말 대단한 분이시다”고 말했다. 또 “장수 할매가 나이만 많이 먹고 방에 들어앉아 있는 게 장수 할매가 아니다. 여사님처럼 이 나이가 되어도 숫자에 괘념치 않고 일을 해야 장수다. 일 해서 직접 번 돈으로 나라에 세금도 내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베풀고 사는 게 장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서 그녀는 “지금 이놈의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얼마나 어렵누. 하도 어렵다보니 젊은 사람들도 나가서 일하기 싫어하고, 장사 안된다고 울상 아이가. 그래도 이분은 늘 똑같다. 항시 힘내시고 있다. 신문사 온 거는 다른 뜻은 없다. 요새 젊은 사람들이 좀 알았으모 싶다. 연약한 아녀자의 몸으로 60년 넘게 바닷일을 해 오는 그 열정 말이다. 진짜로 큰 우산같이 눈비 맞고 있는 우리를 품어준다. 어려운 사람들 위해서 자기 돈 쓸 줄도 알고, 하나라도 더 팔아 줄라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현장에서 저런 사람 찾기 참말로 어렵다. 근데 원체 알려지는 것 자체를 질색하니 내가 용기 내 온 거다. 연말이라꼬 온 사방서 공로패니 뭐니 상장 주더만, 이 분은 몰라서 못 주는 거니 내가 이리 직접 온 거니까 신문사에서 예삐게 잘 내주라”

정작 본인은 35년간 일을 하다가 힘들어서 이제는 쉰다는 김영자 대표. 본인의 거의 두 배 세월을 수산업에 바친 인생 선배 강영례 여사에 대한 애정을 담뿍 보여주고는 홀연히 문밖으로 걸어나갔다.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래서 사람 사는 세상이고, 이래서 사람이 최고 보물이라는 보물섬 남해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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