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노도 그리고 그리운 위로
설령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노도 그리고 그리운 위로
  • 강영자 기자
  • 승인 2020.12.24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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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기자의 현장스케치
섬 속의 섬 ‘노도’, 문학 이전의 위로가 머무는 섬
상공에서 본 노도 정상부의 문학공원
상공에서 본 노도 정상부의 문학공원
김만중 문학관
김만중 문학관
작가창작실 방면에서 바라본 풍경
작가창작실 방면에서 바라본 풍경
옛날 서포가 쉬었을법한 바다 낚시터
옛날 서포가 쉬었을법한 바다 낚시터

노도 가는 길은 여정(旅程)이다. 벽련항까지 가는 길은 어쩐지 쓸쓸하였고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하루 4회 밖에 없는 배편을 놓치기 십상이라 노도 가는 길은 다짐에 또 다짐을 더 해야만 다다르는 길이다. 그러하기에 노도로 향하는 배를 타면, 그 순간부터 묘한 안도감이 잦아드는, 남해라는 섬 속의 섬 ‘노도’. 불과 35년 전만 해도 등잔불을 켜고 살았고 2013년까지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배가 없어 어선을 타고 벽련 마을로 나왔던 ‘오지(奧地) 중의 오지’로 일컫던 삿갓 모양의 섬 노도.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로 출발해 이제는 김만중 문학관이 완공된 ‘문학의 섬, 노도’를 찾았다. <편집자 주>

서포 김만중은 1689년 남해 노도로 유배 와 3년 뒤인 1692년 노도에서 눈을 감았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등 한글로 글을 쓴 대표적인 문인인 서포 김만중이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하룻밤에 ‘구운몽’을 지었다는 일화는 그의 효성과 더불어 유명하다. 이러한 서포의 흔적을 찾아 조각, 조각 이어나간 과정이 바로 ‘노도 문학의 섬’이다. 노도 선착장 입구에 서 있는 조형물에는 ‘놀고먹고 할배’로 불리던 유배객, 서포 김만중의 국문 정신을 보여주는 글귀가 반겨준다. 서포가 머물렀다는 터에 초옥을 재현하고, 노도 정상부에 문학공원을 조성했다. 최근 김만중 문학관을 완공해 12월 1일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길은 안개 속처럼 어두웠고 생은 섬처럼 외로웠다
‘노도에서 피어난 김만중의 꿈’. ‘김만중 문학관’에서 만난 영상물은 김만중의 파란만장한 삶을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영상은 “이승과 저승이 너울을 타는 전쟁의 바다, 그 한복판에 떨어진 하나의 낙엽처럼 전란의 파도에 휩쓸려 가는 피난선 한 척. 절망의 신음소리를 뚫고 터져 나온 탄생의 울음소리”로 유복자로 태어난 김만중의 출생을 보여주고, “전란이 갓 지나 책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윤 씨 부인 방에는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아들 만중을 가르치기 위해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도록 옥당의 관리로 있는 이웃 사람으로부터 ‘사서’와 ‘시경언해’를 빌어다가 손수 옮겨 적으시니…” 서포 김만중의 어머니인 윤 씨 부인의 각별한 교육과 희생을 표현했다. 이어 “김만중을 비롯한 서인 세력은 원자 책봉을 반대하며 장희빈의 간교함에 속지 말 것을 촉구했다. 조정에는 광풍이 몰아쳤다”로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아득한 유배길의 시작을 알리고, “깊이 알겠다. 영해의 귀양살이 나의 길임을, 옛 선현들을 뒤쫓아감이나 원망도 탄식도 하지를 말자. 집필에 혼신의 힘을 쏟은 서포 김만중, 진흙탕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우리나라 서민문화의 새로운 바람이 시작된다”는 서포 김만중의 생애를 담은 이 영상은 긴 여운을 남긴다.

‘김만중 문학관’을 나오면 곧장 만날 수 있는 서포가 물을 길었다는 옛 ‘우물터’가 보인다. 문학관에서 아래 바다 방면으로 방향을 틀면 붉은 동백꽃 군락이 반겨준다. 매서운 날씨에도 붉은 빛을 내는 동백꽃을 따라 바닷가로 걸어 내려가면 그 옛날 서포 선생이 고뇌하며 서린 세월을, 풍진 문학의 언어를 낚았을 법한 바다 낚시터가 보인다. 
그곳에 앉아 바라보는 바다는 적막하다. 하염없다.
  
외딴 섬에도 길은 있었고 삶은 이어졌다
‘남해안 관광클러스트’ 조성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노도 문학의 섬’. 2008년도 9월 남해안 관광클러스트 사업이 확정되고도 착공은 2014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가능했다. 섬에서 이뤄지는 공사는 예측을 뛰어넘는 불편과 부당의 연속이었으리라. 

150여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된 ‘노도문학의 섬’ 공사는 야외전시장을 시작으로 작가창작실, 문학관까지 2020년 초 마무리되었으나 개관이 늦어진 데는 코로나19라는 악재와 함께 운영의 고민 때문이었다. 

남해군은 올해 2월, 위탁 운영을 위한 원가계산 용역을 시작으로 관리운영 용역을 완료하고 청년활동가 사업 등을 공모했으나 섬이 가진 특수성으로 인해 민간운영엔 무리가 따랐다. 손영숙 문화예술팀장은 “노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어쩌면 이제야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해도 무방할지 모르겠다. 일례로 초입의 체험관의 경우 건물 외관만 존재할 뿐 콘텐츠가 없다. 내부의 체험 거리를 위한 예산은 내년도인 2021년도 예산에 실은 상황이다. 또 관내 문학단체와의 간담회 이후 위탁 의사를 보인 남해문학회에서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려던 것이 무산돼 군 직영으로 운영하게 돼 조례 개정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립공원구역에다 섬이 지닌 제약이 커서 좋은 구상이 있어도 실현 가능성을 찾기란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문학의 섬’이라는 관념에 국한 지을 게 아니라 노도가 갖는 본연의 매력에 오롯이 집중하며 길을 찾아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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