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아 오면서 
잠시 잊고 있던
가족, 이웃, 친구들 
서로의 존재를
새롭게 확인하며
고마운 일 챙겨보고 
소박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사랑하는 계절

12월, 벌써 2020년 이제 달력의 마지막 장을 남겨두고 있는 달. 최근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올해를 되짚어 보니 하루하루 불안 속에 지낸 기억밖에 없는 것 같다. 매년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고 하면서 서로를 챙겨보고 한 해를 되돌아보고 마무리 하는 12월인데 2020년 올해는 유난히 도둑맞은 느낌이다. 한 해 동안 내내 거리두기 하라고 해서 누구나가 대부분의 시간을 집과 학교, 직장에 박혀서 1년을 시간을 보내며 학업도, 경력도, 여행도, 모임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무력감을 절절히 느꼈던 한해 일 것이다. 그야말로 계획했던 삶이 일제히 틀어진 한 해였고 그 결과, 즐거움이 있었는지 모르겠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한다.

한편으론 앞만 보고 달려오던 지금까지의 삶에서 조금은 뒤돌아보고 겸손과 일상의 귀함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지난 달 11월, 학교 졸업 후 40년만에 만난 친구가 생각난다. 그동안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서로에게 연락 한 번 없이 지내던, 어떻게 보면 까맣게 잊고 있었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생각도 못했던 친구로부터 온 전화였으니 그 반가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군 제대 후 부천, 안양 등지에서 살아가면서 고향에 부모님 계실 때는 가끔 남해로 왔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니까 오기가 힘들어졌다면서 ‘내일 남해금산에 가려고 한다. 남해 가면 얼굴이나 한 번 보자’는 연락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학창시절과 비교해서 어떤 모습인지 참 궁금했는데 다음 날 만나 본 모습은 여전히 예전의 그 모습이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갑자기 금산의 단풍 그리고 남해의 바다가 그립고 보고 싶어서 빨리 가고 싶어서 한달음에 왔다는 것이다.    
친구와 함께 남해 여러 곳을 하루 동안 동행하면서 수많은 얘기를 나눈 것 같다. 결론은 학창시절의 추억과, 먹고 살기 위해서 고향을 떠나갔다는 얘기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남해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며 살아왔고 오늘과 같이 갑자기 가보고 싶어도 삶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 마음대로 와보지 못했다면서 고향 남해에 살고 있는 친구가 부럽다고도 했다. 

고향을 잃어버린 현대인은 한밤중에 잠깨어 낙엽 흩날리는 길거리를 서성이며 고독을 되씹을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심취해 봤음직한 릴케의 시 ‘가을날’을 통해 ‘고향’, 그것도 ‘마음의 고향’ 현대인의 고향상실을 예감하고 있는데 친구도 옛 추억도 생각나고 고향이 그립긴 한 모양이다. 

12월은 올 한 해 동안 힘들어서 날카로워진 마음을 순하게 길들이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보고 싶은 사람도 만나고 고마운 사람도 만나는 시기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하는 만큼 그동안 문명의 이기인, 이제는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스마트폰 보다는 편지나 크리스마스 카드로 마음을 전하는 소박한 기쁨을 만들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년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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