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프랑스 작가 세비녜 부인은 당시 나이 47세인 태양왕 루이 14세를 언급하면서 왕을 ‘늙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현 시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옛날 이야기다. 하긴 조선 시대 역대 왕의 평균수명은 46세 정도라고 한다. 현재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한다. 유엔 기준에 따르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다.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의 진행으로 2026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된다고 한다. 

얼마 전 끝난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가 되기 위한 민주당 대권 주자들을 보면 대선후보 경선에서 겨뤘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현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70대다. 워런 71세(49년생), 바이든 78세(42년), 샌더스 79세(41년), 트럼프 74세(46년). 이들은 1940년대에 태어나 베트남전이라는 격동의 60년대를 거쳐, 70대에 정치적 전성기를 경험하고 있으니 ‘467세대’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치는 ‘467 황금시대’다. 미국 의회의 여야 지도부에서도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78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80세다. 

미국보다는 프랑스에서 노익장 정치가 먼저 시작되어 프랑스의 페탱 장군은 84세에 국가 원수가 됐고, 드골은 67세에 다시 권력으로 돌아왔다. 미테랑은 65세에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노익장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레 건강 문제로 쏠린다. 그럼에도 노익장 정치는 왜 나왔을까. 유권자 수명이 늘어 65세 이상이 유권자의 23%를 차지하고 있고 젊은층에 비해 나이든 층의 투표율이 월등히 높고 또한, 나이 많은 후보자를 선호하는 심리를 이용한 노령 정치인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외 70대의 열정은 외국과 우리나라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0년 이상 꾸준히 모델 겸 영양사로 활동해 온 메이 머스크(72)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화장품 브랜드인 커버걸(Covergirl) 메인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커버걸은 전 연령대, 모든 피부타입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메이 머스크는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를 설립한 엘런 머스크의 어머니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영업을 하다 1999년 귀농한 뒤 16년째 토종다래를 재배하고 있는 이평재(72)씨는 10년 전 참다래나 산다래로 불렸던 열매에 '토종다래'란 이름을 처음으로 붙인, 3가지 신품종을 개발해 특허까지 내는 등 토종다래를 향한 열정으로 전국에 50여 명 밖에 없는 최고 농업기술 명인에 선정이 됐다. 남들이 은퇴를 생각할 60대 초·중반에 사과농사를 시작한 경주 산내농협 김태암 작목반장(72·산내면 대현리)은 맛있고 기능성까지 더한 ‘가바사과’를 생산하고 있고 오래된 오디오 수리 장인인 세운상가의 이승근(71) 씨 모두가 70대다. 

평균 수명이 늘수록 노인의 기준점은 점점 올라가야 한다는 것 같다. ‘60세 환갑’이 더는 노인이 아니고 노인네 소리를 듣기 싫은 것처럼 ‘70이 이제는 50’이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노익장 시대는 인간 수명 연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 세상은 젊은이의 패기와 노년의 경륜이 정반합으로 주고받으며 굴러간다. 그러니 해방 전후기에 태어나 6·25전쟁에서 살아남은 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지금의 대한민국을 우리에게 물려준 467세대 어르신들은 그 삶의 궤적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하다.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70대가 나이를 잊고 열정적으로 뛰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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