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 경기 불황,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가덕도 신공항 추진 문제 등 당장 시급하게 의논해야 할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고 소통하지 않는 행보를 보인다고 언론과 야권에선 연일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초창기 매우 독선적이고 고집불통이고 대부분을 본인 의지대로 해야 하고 그렇게 추진이 안 되면 화를 내는 자신이 항상 기준이고 최고인 리더였다. 남의 말을 귀 기울이지 않고 독선적인 언행으로 인해 끊임없이 다른 경영진과의 마찰을 초래했고 본인이 만든 회사 애플에서 쫓겨나게 됐다. 
1997년 애플에 복귀한 후 스티브 잡스는 직원들에게 자신을 ‘최고경청자’란 의미인 “Chief Listening Officer(CLO)”라 불러 달라고 주문했다. 회사을 쫓겨난 뒤 깊은 성찰이 있었고 그것이 그러한 자기반성 겸 선언으로 이어졌다. 지시하는 리더에서 듣는 리더로, 잡스의 리더십 반전이 있은 후 애플은 세상을 바꾸는 혁신과 새로운 애플의 신화를 만들어 나간 것이다. 

조선 최고의 성군 세종은 즉위 직후 “경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고 한다. 세종실록에 자주 등장하는 문장은 “경들의 생각은 어떠하오?”라는 표현이다. 경청한다고 해서 다 똑같은 경청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말만 골라서 듣는 경향이 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은 대체로 흘려듣는다. 
그래서 입으로는 “그래, 알았어”라고 말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알았으니 그만해”라고 장벽을 친다. 팀장, 과장 등 조직에서부터 각 조직의 기관장을 하고 있는 리더 대부분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소통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기울여 듣는 것이다. 그래서 경청(傾聽)이다. 
조선시대 세종은 지식이나 학식에서 신하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고 역사와 철학, 음악, 과학 등 다방면에 걸친 독서와 학습으로 스스로 대부분을 터득했다고 한다. 신하와 백성의 존경을 받으면서 세종대왕을 조선왕조 최고의 성군으로 만든 것은 그의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나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왕이라는 지위를 내려놓고 백성과 신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 경청의 리더십이었다고 한다. 

경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낮추는 것, 그리고 비움이다. 공부를 많이 하고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고, 누구나가 인정할 만한 경력을 가진 자신감으로 가득 찬 사람은 타인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 이미 내가 너보다 더 잘 알고 있는데 시간낭비하고 들을 필요할 없기 때문에 말을 끊어 버린다. 특히, 본인 입장만 생각하고 일방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 얘기는 더 들을려고 하지 않는다.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채우기 전에 먼저 비워야 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경청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괴짜나 엉뚱한 말,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고 때로는 말도 안되는 말을 해도 들어주는 리더라는 평판이 나야 누구나 마음껏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최근 남해군은 임야의 경사도 변경계획에 따른 각종 이익단체의 불만표출과 재산가치 하락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해 남해 미래를 걱정하는 군민들의 목소리가 높아 가는데 군민들은 어떤 결과가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법대로만 하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에서도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그 결과까지 공개하고 있다. 
조선시대 세종은 국정 토론시 허조가 이런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늘 소수 의견과 반대 의견을 내놓아도 말을 가로막지 않고 일리가 있다며 소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인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대화 습관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점이 무엇인지 단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경청하는 습관을 들 것이다”라고 썼다. 어떻게 보면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경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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