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제 석
신 제 석

코로나19가 잠시 잦아들고 사람들의 활동이 점차 늘어나던 지난 10월에 아는 지인으로부터 ‘남해팔만대장경 판각사업’ 업무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오래전에 역사책으로만 배워 어렴풋하던 팔만대장경 판각 이야기를 별다른 연관이 없을 것 같던 남해 사람들에게서 듣게 된 것도 신기했지만, 남해가 팔만대장경을 판각했던 장소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순한 관광지 남해와는 약간 다른 더 깊은 남해를 느끼는 듯 했습니다.  

우선 대장경 판각체험 교실에서 판각체험 교육을 돕는 일부터 시작했는데, 판각나무 재질의 특성과 판각 방법 등을 학습하는 과정을 보조하면서 판각 분야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판각체험 교육은 ‘남해고려대장경 판각문화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이에 더해 ▲판각지 산닥나무 자생지 보존 식수행사와 ▲남해 대장경 유적지 답사 ▲국회의원 회관의 ‘고려대장경 판각 시연회’ 등 일련의 행사들을 통해 남해가 팔만대장경 판각지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오늘날 남해 문화의 새로운 차원을 발굴해 내려는 남해 사람들의 용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팔만대장경이나 판각에 문외한인 내게는 이런 문화사업들이, 막연하지만 매우 거대한 남해군의 큰 열망을 표현한다는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니 판각을 인경하는데 쓰였던 종이를 만드는 산닥나무를 심는 일이나 대장경 유적지를 돌아보는 일 하나하나가 거대한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들이라는 느낌이 점차 강렬해졌습니다. 

좀 더 알아보니, 팔만대장경이 그동안 강화도에서 판각됐다는 이야기가 주로 전해져 오다가 현대의 주류 학설은 경남 남해에서 판각됐다는 것으로 인정받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신문을 찾아보니 경향신문의 도재기 기자는 “경남 남해에서 (팔만대장경 판각이) 이뤄졌다는 게 주류학설이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남해 역사의 이러한 힘과 군민들의 바람이 지닌 무게일까, 지난 23일~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남해 팔만대장경 전시 및 시연회’가 갖는 무게와 비중은 매우 컸습니다. 국회정각회 명예회장인 주호영 의원을 비롯해 남해 출신 김두관 의원, 박성중 의원, 하영제 의원, 문화재청과 경남도 관계자, 동국대 이사장인 법산스님 등 불교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남해 팔만대장경의 무게와 깊이를 실감하게 했습니다.  

국회 전시회 기간 3일 동안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고 판각 시연회를 지켜보시는 분, 자료들을 관람하시는 분들, 설명을 들으시는 분들 등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는 등 활기있는 행사였습니다. 
진행한 대장경 전시회 업무를 보조했던 저는 팔만대장경 문화에 대한 식견이 짧아 방문객들에게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같이 온 다른 안내원이 함께 도와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깊숙이 감춰두었던 팔만대장경 판각의 역사가 아침을 맞은 해처럼 새벽을 뚫고 솟아 남해군과 나아가 전 세계를 비출 날이 머지않은 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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