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남해바래길2.0의 시범개통이 제막식 위주로 간소하게 있었다. 시범개통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바래길 2.0’은 전국 어디 ‘도보 여행길’과 견주어도 지지 않을 매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이는 남해군 자체가 품은 천혜의 자연경관 덕분이고, 지난 10년 동안 바래길을 가꾸어 온 ‘남해 바래길 사람들’ 덕분이기도 하다. 지난 22일 열린 바래길 2.0 임시개통 선포식을 기점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바래길 2.0’이 기존 바래길과 달라진 점이 무엇이며, 바래길 2.0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 기존 100㎞에서 231㎞로 더 길어진 코스
약 100km였던 기존 바래길에 비해 바래길 2.0은 231km로 대폭 늘었다. 바래길 2.0을 걸으면 남해군 전체를 원형으로 종주할 수 있다. 1코스 출발점은 기존 평산항에서 대중교통 거점인 ’남해공용터미널‘로 변경됐다. 걷는 방향도 코리아둘레길 체계와 일치시켜 시계방향으로 걷도록 설정됐다. 바래길 2.0은 본선 16개와 지선 3개로 구성돼 있다. 코스 코스 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다르고 풍경도 다르다. 

본선 16개 코스는 △바래오시다길 △비자림해풍길 △동대만길 △고사리밭길 △말발굽길 △죽방멸치길 △화전별곡길 △섬노래길 △구운몽길 △앵강다숲길 △다랭이지겟길 △임진성길 △바다노을길 △이순신호국길 △구두산목장길 △대국산성길이다. 
여기에 지선 3개 코스가 더해지는데, △읍내바래길 △노량바래길 △금산바래길이다. 지선 코스는 단거리 순환형 바래길로, 자가용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면서 기존 관광자원을 결합한 관광형 걷기코스라 할 수 있다.

▲ 남파랑길과 연계되는 남해바래길
바래길 2.0은 열흘 가량 걸어야 완주가 가능한 코스다. 이번에 코스가 대폭 늘어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래길을 ‘남파랑길’의 남해군 코스와 정확하게 일치시켰기 때문이다.
‘남파랑길’을 포함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한반도 외곽 전체를 순환하는 총거리 4,500km에 이르는 초장거리 국가급 탐방로이다.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 탐방로인 ‘해파랑길(770km)’ 남해안길인 ‘남파랑길(1,450km)’ 서해안길인 ‘서해랑길(1,800km)’ 북쪽 ‘DMZ평화의 길(500km)’로 이루어져 있다. 코리아둘레길의 남해안길을 뜻하는 ‘남파랑길’은 부산의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해남 땅끝마을까지 90개 코스 약 1450km를 잇는다. 이중 남해군 구간은 11개 코스 약 160km다. 당초 남파랑길과 바래길이 이격된 곳이 더러 있었으나 바래길2.0 사업을 통해 현재는 노선과 시ㆍ종점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정됐다.  
 
▲ ‘코스 이탈 알림기능’ 탑재된 전용앱
‘바래길 2.0 전용앱’은 새롭게 탄생한 바래길 2.0의 시그니처 메뉴라 할만 하다.
이 앱은 현존하는 국내 단일 걷기여행길 앱 중에는 가장 진보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직관적인 사용법과 더불어 ‘코스 이탈 알림 기능’을 통해 길 잘못 드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각 코스별 완보를 했을 경우 예쁘게 디자인 된 각 코스 온라인 스탬프가 활성화되는 ‘코스별 완보인증 기능’도 탑재되었다. 바래길 2.0 앱은 이용자 중심의 메뉴 구성을 통해 직관적인 이용이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특히 각 코스의 시작점이나 도착점으로 이동이 쉽도록 티맵, 네이버지도, 카카오맵 등과 교통정보가 연동된다. 이 밖에도 각 코스를 다 걸었을 경우, 코스별 완보 배지가 활성화되어 자기가 어느 길을 완보했는지 알 수 있고, 그 여행기록이 스마트폰에 직접 찍었던 사진과 함께 저장된다. 바래길 2.0 앱은 등산계의 대동여지도라 불러질 만큼 큰 인기를 끈 ‘램블러’ 앱 제작 업체인 비엔투스가 개발했다.

▲ 뚜벅이버스와 바래길 앱이 만나면 
수많은 게스트하우스와 사통팔달한 대중교통체제가 구비된 ‘제주 올레길’과 비교한다면 ‘남해바래길’은 투박하게 보일 수도 있다. 남해군의 대중교통은 특히 외지 여행자들이 불편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개통한 ‘뚜벅이 버스’가 숨통을 틔워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더해 현재 활용 가능한 자원을 십분 활용해 불편함을 덜어보고자 노력했다. 우선 각 코스 시종점의 버스정류장 시간표를 홈페이지와 바래길 앱을 통해 소상하게 제공한다. 특히 군내 숙박업소를 중심으로 바래길 여행자들을 길에서 숙소까지 데려오고 다시 데려다주는 무료 ‘픽업’ ‘샌딩’ 서비스를 적극 추진 중이다. 바래길 픽업과 샌딩서비스를 약속해준 숙박업소는 해당서비스를 시행하는 코스 여행 정보에 등재되어 이용자와 숙박업소 간을 온라인 정보로 연계한다. 바래길 ‘픽업’과 ‘샌딩’ 서비스를 하겠다는 바래길 협력 숙박업소의 수는 10곳 정도로 아직 적지만 벌써 손님 유치에 효과를 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걷기여행자 타깃의 음식, 특히 걷는 도중 먹어야 하는 점심식사에 대해서는 도시락이나 빵 등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해소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걷는 중간에 식당이 없는 코스에 대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가칭 ‘바래길 도시락’을 구체화하기 위한 기획단계에 접어들었다.

▲ 풍광 속에 스며든 역사, 바래길은 삶의 서사
단순히 풍광이 멋지다고, 그 길에 뚜렷한 역사적 사건이 숨 쉬고 있다고 해서, 길 자체가 품은 아름다움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어느 하나의 요소만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장거리 도보 여행길이 탄생하는 건 아니다. 남해 바래길을 걸으면 손에 잡힐 듯 바다가 길을 함께 걷고, 해안 절경에 매료되는가 싶으면, 어느새 깊은 산속에 접어든다. 울창한 숲속에 갇혔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풍요로움을 자랑이라도 하듯 넓은 평야가 펼쳐지는가 하면, 고단했던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다랭이논밭이 층층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금산의 풍광 속에는 태조 이성계의 건국 설화가 녹아 있고, 이순신순국공원에서 바라보는 붉은 노을은 비장감이 서려 있다. 무엇보다 ‘바래’(바닷물이 빠지는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 조개나 미역 등 해산물을 손수 채취하는 작업을 일컫는 남해토속어)라는 말 속에 담긴 남해 어머니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길의 질감은 더욱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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