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우페이민 선생님, 지아메이지 학생, 왕슈안 학생, 최승관 선생님
왼쪽부터 우페이민 선생님, 지아메이지 학생, 왕슈안 학생, 최승관 선생님

창선고등학교(교장 최성기)는 올해 말, 첫 외국인 졸업생을 배출한다. 중국 난징에서 유학 온 3학년 지아메이지(贾美子) 학생과 왕슈안(汪璇) 학생이다. 경남에서는 외국어고를 제외하면 최초이자 유일한 외국인 유학생인 이 두 학생과 이들의 전담 선생님, 그리고 창선고 최성기 교장을 만나 지난 1년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창선고 최성기 교장은 2019년 12월 24일의 모든 것을 정확히 기억한다고 한다. 유학생 협약을 맺기 위해 난징 응천고등학교(南京應天高中)를 방문하던 순간, 빨간 깃발에 노란 글자로 환영 문구가 쓰여 있던 플래카드, 그곳의 교직원과 학생들까지. 

최 교장은 “2박 3일동안 난징에 머무르며 학생들을 만났다. 최종 12명 중 면접을 통해 지아메이지와 왕슈안, 두 학생을 선발했다. 이 아이들이 우리학교 외국인 유학생 1기이고, 우리로서는 다른 이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이라 좋은 선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했다. 지난 1년간 아이들의 생활을 중국 학부모들에게 세세히 전달했고, 또 중국인 원어민인 우페이민 선생님이 중간에서 소통창구 역할을 너무 잘 해주셔서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대단히 크다”며 처음 학생들을 만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유학생들의 담임이자, 학습 및 생활까지 모든 것을 전담하는 최승관 교사는 “쉽지 않았지만 우리 학교로서는 정말 도전할 가치가 있었던 것 같다. 학생들이 우리 창선고에 너무 적응을 잘 해주어 이전에 가졌던 걱정이 무색할 정도였다. 원래 3월부터 학기를 같이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로 입국이 늦어셔 6월에 들어왔다. 그 동안은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여기에 우페이민 선생님이 아이들의 정서까지 세심하게 케어했다. 무엇보다 이 두 아이들은 자신이 왜 유학을 왔는지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해서 일상에 거의 흔들림이 없었고, 빠르게 적응해서 한국 친구들과도 굉장히 원만하게 잘 지낸다. 코로나로 졸업식을 하지 못한 채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지아메이지(贾美子)와 왕슈안(汪璇), 창선고가 난징과 맺은 소중한 인연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곤 해도 이제 한국어 공부 10개월차. 감성도, 감정도 충만한 십대 여학생들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표현하기엔 아직 언어의 장벽이 크다. 그럼에도, 언어로는 그저 “정말 좋았어요”라고 두 마디 뱉었을 뿐이었지만 그녀들의 표정과 눈빛, 제스처를 통해 그보다 훨씬 풍부하게 표현되는 그들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올해로 만 19세, 난징 응천고에서 2학년까지 보내다가 3학년이 된 올해 남해 창선으로 날아왔다. 고대하던 유학생활이 막 시작하려는데 코로나로 입학이 늦어졌고, 겨우 입국할 수 있었을 때 두 학생은 혹시나 싶어 6월의 날씨에도 두꺼운 옷을 껴입고 공항에 나타났다고 한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한국에는 와 본적 없다는 이들이 처음 학교에 도착했을 때 기분은 어땠을까? 
지아메이지 학생은 “불안했지만, 도착하는 순간부터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진심으로 환영해줘서 걱정이 사라졌다. 그래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왕슈안 학생은 “난징에서 선생님들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분들이라면 믿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 체온이 37.5도가 나와서 하루 격리한 뒤에 출국할 수 있었는데, 혹시 못 가게 될까 봐 마음이 정말 힘들었다. 함께 온 친구가 그때부터 큰 힘이 되어 줬다”며 이미 절친인 친구를 바라보았다. 

분명한 목적이 있고, 주변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 해도 십대의 어린 나이에 유학생활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터, 언제 가장 힘들었는지 물었다. 두 친구는 한목소리로 “엄마아빠가 보고 싶을 때”라고 말했다. 왕슈안 학생은 “그럴 때마다 친구들이 작은 거 하나부터 도와주고, 외롭지 않게 챙겨줘서 버틸 수 있었다”며 서툴지만 분명한 한국어로 고마움을 표했다.

매월 둘째, 넷째 주말은 창선고 기숙사가 텅 비는 날이다. 그때마다 최성기 교장과 최승관 교사, 우페이민 교사가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보며 집에도 초대하고, 인근 지역과 남해 곳곳을 구경시켜주며 향수병을 달래주었다고 한다. 두 학생은 그 모든 돌봄에 감사해 하면서도 유학생활중 최고의 기억으로 10월 10일, 왕슈안의 생일날을 꼽았다. 왕슈안 학생은 “반 친구들 전체가 삼천포에서 생일파티를 열어 줬다. 우리끼리 버스타고 나가서 거리를 걷고, 맛있는 것도 사 먹으면서 하루종일 놀았는데 그날 하루 전체가 선물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선생님들과의 주말 나들이
선생님들과의 주말 나들이

두 학생은 모두 이미 경희대 합격증을 받아 둔 상태다. 어느 학교로 진학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나가게 될 것은 분명하다. 지아메이지 학생은 정치외교를, 왕슈안 학생은 식품영양 전공을 희망한다. 

모국어를 공유하는 선생님으로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때로는 엄마처럼 아이들을 돌보는 원어민 우페이민 선생님은 “정말 내 아이들처럼 키웠다. 원하는 대학까지 가게 되어 너무 자랑스럽다. 산청에서 매일같이 출퇴근하는 길이 멀다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아이들을 사랑했고, 이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소회를 밝히다가 아이들과 헤어질 시간이 머지 않았음에 눈물을 보였다. 
난징에 있는 후배들에게 창선고를 추천하겠냐고 묻자 마치 미리 합이라도 맞춰둔 듯, 이구동성으로 “창선고, 너무 좋아서 추천합니다. 빨리 오세요. 어서오세요”라며 멋진 추천사를 남겨 주었다. 

내년에는 좀더 규모를 늘려서 6~8명까지 유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창선고는, 중국을 넘어 베트남과 인도에서까지 학생을 유치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면접 당시 중요한 항목이었던 적극성, 성실성, 도전정신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선발됐다는 이 두 아이들을 직접 만나보니 이들의 어떤 면모가 선생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알 것 같았다. 흔들림 없는 눈빛, 완벽하지 못해도 자신있게 말하는 한국어, 한 단어, 한 단어에 꼭꼭 마음을 눌러담아 전하는 진심까지. 이들이 창선고에서 꿈을 향해 도약하고, 한국과 중국의 가교역할을 담당하는 멋진 세계시민으로 자라나길 응원한다. 

최성기 교장선생님과
반 친구들과 함께
사랑해, 고마워 친구들아!
승마체험
시험 잘 치고 올께요~
토픽(TOPIK,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러 다녀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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