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유자

단풍이 짙어지고 아침저녁 일교차가 커진 지금, 남해는 유자가 익는 계절이다. 유자의 시배지로서 한때 ‘대학나무’로 불리며 집집마다 유자를 키웠지만 타지의 탱자 접목유자의 생산성에 밀려 점점 자취를 감추었다는 남해유자가 2020년, 조용하지만 빠르게 부활하고 있다.
관광 트렌드의 중심인 ‘로컬’과 ‘감성’의 요소를 완벽히 만족시키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개성으로 유자를 활용한 상품과 체험들이 남해 곳곳에서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필수 코스가 됐다. 그중에서도 감성 넘치는 공간과 반할 수 밖에 없는 아이템으로 ‘남해 대표 핫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게 세 곳을 찾았다. <편집자 주>

카페유자
드러난 서까래와 대들보 천장이 감성을 자극하고, 창밖 대숲은 대충 찍어도 화보가 되며, 시골집 대청마루에 앉아, 달콤한 카스테라와 쌉쌀한 커피를 즐기며 농촌뷰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게 바로 여행이요, 힐링이라고 한다. 
바로 ‘카페유자’ 이야기다. 메뉴는 남해유자를 이용한 유자카스테라와 유자차, 커피와 우유로 단출하다. 은은한 유자향, 쌉쌀하니 달콤한 맛, 포실포실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가진 카페유자의 시그니처, 유자카스테라를 두고 한 방문객은 “고민하는 시간이 아까우니 무조건 되는 만큼 사오라”고 후기를 남겼다. 
카페유자 서명호 대표는 “꽤 많은 분들이 의외로 남해유자를 잘 모르신다. ‘남해가 유자로 원래 유명해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어본 것 같다. 사람들한테 남해유자가 왜 특별하고, 이곳의 특산품이라는 걸 알려주면서 그런 자부심으로 꾸준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카스테라 맛의 비결을 묻자 서 대표는 “굳이 차별점을 꼽자면 좋은 원료와 손반죽인것 같다. 최상품 유자만 쓰고, 반죽부터 거의 모든 과정을 손으로 매일매일 굽는다. 같은 이유로 대량생산이 힘들고, 그래서 헛걸음하시는 분들껜 늘 죄송한 마음이다”라며 정말로 죄송해했다. 
짧은 시간 인터뷰로도 대표의 진심과 온화한 품성이 느껴지며 또 다른 방문객의 후기가 문득 떠올랐다.
“따뜻한 공간과 잘 어울리는 친절한 사장님이 계시는 마음 편해지는 곳이었어요. 역시 공간은 주인을 닮는 것 같습니다.”
(카페유자 : 삼동면 동부대로 1423 / ☎867-5201)

유자아뜰리에
봉화로에 위치한 유자아뜰리에는 조향사가 운영하는 체험형 공방이자 기념품샵이다. 
“이거 진짜 유자 아니예요?”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을 듯한, 진짜 유자 같은 유자캔들이 제일 먼저 방문객들을 맞는다. 유자 외에도 페들(돌멩이), 라떼, 맥주 캔들 등 그 모양과 향이 진짜보다도 더 진짜 같아 몇 번이고 바라보고, 향을 맡고, 만져보게 된다. 
체험객들의 반응이 가장 좋다는 조향체험은 실제 브랜드 향수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특별한 체험이다. 레몬, 바질, 레드로즈 등 200여종의 향료를 일일이 맡아 가며 자신의 취향대로 향료를 골라 섬세한 작업을 거친다. 작업 과정은 개인시트에 꼼꼼하게 기록하여 다음에 똑같은 향수를 다시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향수가 완성된다. 한 체험객은 “이날 만들어간 향수는 뿌릴 때마다 남해가 떠올라 나에겐 ‘남해향’ 그 자체”라고 후기를 남겼다. 
유자아뜰리에 김경아 대표는 “유자향은 사실 호불호가 갈리는 향이라 우리가 사용하는 유자향은 좀더 대중적으로 조향한, 나만의 유자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엔 기념품 수요가 늘어서 제작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을에는 특히 출강이 많아 공방운영시간이 불규칙적이라며 체험 및 구매를 원하는 방문객은 사전 연락 또는 예약이 필수라고 한다. 유자의 계절이 끝나버리기 전에, 유자캔들만들기 체험을 해보는건 어떨까?
(유자아뜰리에 : 삼동면 봉화로 143 / ☎010-8521-2129)

남해유자빵 & 백년유자
삼천포대교로 나가려면 반드시 지나칠 수 밖에 없는 곳, 그래서 남해여행이 끝났음을 못내 아쉬워하는 관광객들이 홀린 듯 방문한다는 곳, 바로 남해유자빵카페 1호점이다. 
‘유자할배’로 남해 사람들에게 이미 친숙한 남해유자빵은 최근 아들 홍장식 이사가 가업에 뛰어들며 사업을 확장했다. 남해에서 자라오며 유자농가 어르신들이 유자를 머리에 이고 길거리로, 시장으로 팔러 다니는 모습과 어르신들이 힘에 부쳐 수확도 채 하지 못한 유자들이 땅에 떨어져 썩어가는 모습을 보아온 홍장식 이사는 ‘남해에서 단 한 알의 유자도 버려지지 않도록’을 목표로 삼아 유자원액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접목유자의 생산성에는 못 미치지만 그 향을 맡으면 ‘과연 남해유자다’라는 말이 나온다는 명품 실생 남해유자의 가치에 주목하고 생과를 낭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유자원액을 만들었다. 기념품으로는 유자원액과 유자+자몽원액, 여기에 유자빵까지 묶은 3종세트가 가장 잘 팔린다고.
남면에 2호점인 ‘백년유자’의 공사가 막 시작됐다고 한다. 홍 이사는 “키우는 데 품이 많이 들고, 판로를 찾지 못해 남해의 유자나무들이 방치되는 게 너무 안타깝다. 우리 사업이 계속 성장해서, 남해에서 유자농사 지으면 남해유자빵이 전부 수매한다, 그런 믿음을 주고 싶다. 남해 대표 기념품으로 자리 잡고, 100년동안 죽 밀고 가고 싶다. 그래서 2호점 이름이 백년유자”라며 직접 만든 유자에이드 한 잔을 권한다. 
(남해유자빵카페 1호점 : 창선면 동부대로 2692 / ☎867-6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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