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엔 어색, 금새 적응 자신감 키워
교사들 "좋은 기회, 전체로 확대되길"

  
 
  
로케트를 만들며 영어공부를 하는 시간. 어느 남자 중학
생이 지도교사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다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군내와 도내에서 처음으로 교육청 차원에서 군내 초중학생 40명을 모집, 영어로만 생활하도록 하는 영어캠프가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상주 양아학생수련원에서 열렸다. 이번 캠프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원어민 강사(진주국제대 이의신교수 등 2명)이 초빙됐고 평소 영어에 관심이 많은 일선 교사 10명이 보조지도교사로 나섰다. 이들은 이번 캠프를 통해 오직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시도했고 게임, 공작, 놀이, 레크레이션 등을 즐기며 영어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시간을 가졌다. 본지는 지난 21일과 23일 두차례에 걸쳐 그 현장을 다녀왔다<편집자주> 

영어공부에 드는 돈, 시간 줄여보자   

이제껏 군내에서 없었던 특별한 여름캠프를 기획한 사람은 바로 남해교육청 김진영 교육장. 김 교육장은 지난 21일열린  캠프 개소식을 통해 "세계화시대, 영어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는데 남해는 학원도 별로 없고 주민들이 자녀들을 도시에 보내 큰 돈을 들여 영어를 배우게 하는 것도 힘들다. 그래서 이런 캠프를 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캠프에 가기 전 기자는 살풋 걱정을 하기도 했다. 비록 3박 4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한참 재잘재잘 더들 나이에, 익숙했던 언어사용을 금지 당하고 영어절대사용구역에 입소한 아이들이 의사소통의 통로가 막힌 것을 비관, 혹시 매일매일 대탈출(?)만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 짐작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직접 현장에 가 살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영어절대구역, 초반만 낯선 공간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과 교사들에 따르면 물론 처음엔 활발한 의사소통보다 굳이 말로서가 아닌 표정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이심전심'의 분위기였다고 했다. 또 며칠 지났지만 아직 상황에 어울리는  단어 하나, 표현 하나 떠올리기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라는 것. 하지만 상황과 시간이 주는 힘은 대단한 모양이었다. 몸도 말을 했고 강한 느낌을 담은 단어하나로도 의사를 전달했다. 원어민 강사 앞에서 처음엔 주눅이 들었지만 이는 곧 조금더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고현중 신민정학생은 "평소에 실생활에서 영어로 말을 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 처음엔 어색하고 어려웠는데 이제 자신감이 많이 생긴다"면서 "친구들도 이번캠프를 다들 재미있어한다"고 말했다. 창선중에서 온 남학생 역시 "평소 학교수업보다 훨씬 재밌다"고 강조했다. 

교사들, "원어민교사 좀 더 머물게 했어야"

이런 학생들을 보며 자원봉사자로 나선 교사들은 흐뭇해했다. 다들 "의외로 잘 적응을 하고 캠프자체를 즐긴다"는 것. 삼동초의 한 교사는 "잘 안되더라도 일단 영어로 말을 해보면 된다는 자신감을 학생들에게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한 중학교 영어교사는 "자기들끼리 알아서 사전을 찾아가며 영어일기를 쓰는 것을 보니 흐뭇하다"면서 "스스로도 아이들에게 영어를 더욱 제대로 가르쳐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교사들은 대체로  "영어에 대한 흥미를 키워준 시간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됐다"면서 "앞으로 프로그램을 좀더 보완하고 원어민 교사가 캠프기간동안 함께 머무는 방식으로 운영이 개선된다면 더 나은 캠프가 될 것이며 이런 기회가 전체학생들에게 돌아가면 더욱 좋겠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교육장, "반응 좋아, 확대운영 계획"

지난 23일 오후 김진영교육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캠프를 통해 무엇보다 학생들이 영어에 대한 적극적인 모습을 볼수 있어서 흐뭇하다. 캠프에 자녀를 보내지 못한 일부 학부모들은 캠프장에 찾아와 청강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도에서 처음 열린 영어캠프여서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면서 만족감을 표시한 후  "다만 예산이 부족, 캠프기간이 짧고 원어민 교사가 학생들과 일선교사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도록 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내년부터는 영어캠프를 조금 더 확대, 운영하고 싶다. 예산이 문제가 된다면 일부 비용을 수익자가 부담하는 방안도 생각중이며  영어에 관심이 많은 교사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더 많은 원어민 교사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교육장은 "영어캠프와 별도로 일선학교에는 영어만 쓰는 구역을 지정, 외국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 자신감을 갖도록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양연식기자roady99@netian.com/


<캠프 참가자 인터뷰>

"영어공부, 탄력받았어요"
 "교육장님, 기회줘서 감사해요"

  
 
  
캠프를 통해 영어와 친구가 됐다며 즐
거워 하는 학생들. 사진 오른쪽이 미조
중 허수윤, 가운데가 고현중 류은진, 왼
쪽이 이동중 정임숙 학생.
 
  
돌을 씹어도 소화가 된다는 어린 시절, 사람 사귀기도 비슷하다.  금새 안면을 트고 친하게 지낸다. 사람을 대하는데 선입견이 적고 두려움도 없기 때문.
영어캠프에서 처음 본 미조중 허수윤, 고현중 류은진, 이동중 정임숙 이 세 아이들 역시 그렇게 금새 친해졌다.
이 아이들에게 이번 캠프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겠다는 계기를 제대로 심어준 시간. 캠프를 찾은 원어민 교사, 자원봉사 교사등과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영어로 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구나라며 작은 자신감을 느꼈고 수업을 받던중  잘 모르는 단어와 표현 등을 접하면서  영어공부에 대한 이른바 '탄력'을 받았기 때문.
아이들은 "이번캠프가 너무 좋고 재밌다. 후배들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면 좋겠다"면서 "캠프를 열어주신 남해교육장님, '짱'이고 고맙고 또 너무 사랑스러워요"라고 말했다.
어찌보면 이제야 갓 영어와 안면을 튼 이 아이들, 언제쯤이면 영어랑도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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