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가장 청량한 계절, 남해 곳곳에서는 각양각색의 플리마켓들이 제철을 맞았다. 
핼러윈데이였던 지난달 31일, 삼동면 꽃내활성화센터에서 열린 ‘꽃내장터’에 직접 셀러로 참가해보았다. 장터 전날, 집안을 뒤져 쓰지 않지만 상태가 괜찮은 살림들을 ‘캐’ 내었더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옷가지부터 신발, 장난감, 화장품, 소형 가구와 가전 등등. 저금통을 털어 잔돈까지 든든히 준비해 둔다. 

일찍 도착해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주최측에서 제공해준 테이블과 돗자리에 물건들을 보기좋게 진열하고 ‘싹다 1000원!’이라고 써붙여 두니 손님들이 오기 시작한다. 이날 셀러는 열팀 남짓 참가했으며, 체험프로그램은 마리모 수족관 꾸미기, 무료 쿠킹클래스와 열쇠고리&모빌장식 만들기가 진행됐다. 

어느 순간, 센터의 정중앙에서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꽃내활성화센터의 한달살러인 육동혁씨와 싱어송라이터 이성우씨가 장터 사람들을 위해 깜짝 공연을 연 것.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로 흥을 띄우고, 성우씨는 속해 있는 ‘나잇어클락’ 밴드의 ‘동해 드라이브’ 곡을 ‘남해 드라이브’로 바꾸어 불러주는 센스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싱어송라이터 이성우씨

오후 5시가 넘어가자, 슬슬 파장 분위기다. 이날 행사를 주최, 주관했으며 강사섭외비를 비롯한 모든 비용을 사비로 충당했다는 꽃내활성화센터의 고광석 사무장은 “사무장으로서 이 공간이 활용되지 못하는 게 늘 안타까웠다. 그래서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지원 없이 실험해보고 싶었다. 목적은 이 공간이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는 걸 보고, 또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전까지 이곳에서 민박 외에 무언가 이루어진 적이 있었느냐 하니 “딱히 없었다”라는 고 사무장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좋은 접근성과 다양한 실내·외 공간을 보유한 이곳이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는 데 안타까움을 같이 했다. 여윳돈이 남아돌아서가 아닌, 사무장으로서의 책임감과 개인의 ‘뭐라도 해보자’는 의지가 2020년, 삼동면의 핼러윈데이를 좀더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주민주도·주민참여 행사들이 이곳 꽃내에서 그 이름처럼 활짝 피어나 삼동면 문화의 허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서 이날 얼마를 벌었느냐고? 오백원짜리 장난감부터 최고가 만오천원짜리 제습기까지, 무려 12만원을 벌었다고 몰래 귀띔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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