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커피
커피는 입으로 마시며 동시에 눈으로 그 진한 색깔을 마신다. 커피의 진함 속엔 추억, 설렘,  차분 같은 것들이 고요히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가 추억을 마시는지, 누가 설렘을 마시는지를 알 수 없다. 각자 다른 이유로 마시는 이것이 커피의 잔잔한 매력이다. 만약 커피가 투명한 색이었다면 지금처럼 넓게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사전』은 ‘커피’를 이렇게 풀었다. ‘이제 커피는 어쩌다 기분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습관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왜 우리는 일상에 커피를 들여놓았을까. 맛있어서? 습관이 되어서? 혹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외롭기 때문에 그래서 오늘도 커피를 하게 되는게 아닐까. 모두가 커피를 마실 수 있지만, 모두가 다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건 아니다. 소위 ‘다방커피’도 타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르지 않은가. 단순해 보이는 검은 커피는 복잡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어 매번 다른 결과물을 가지고 온다고 한다. 커피라 하면 바리스타가 주인공일 것 같지만 참여한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한다. 커피콩을 재배하는 농부, 품질을 평가하는 커피감별사, 생두를 원두로 만드는 로스터, 마지막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바리스타.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각 포지션의 역할이 최고였을 때 최고의 한 잔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바리스타란 추출을 잘하는 사람이라기보단 ‘과정을 이해하고 최상의 커피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청년 창업거리에 노천카페를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노천카페가 남해읍에 있다면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현재 영업중인 카페대부분은 건물 실내에 자리 잡고 있어 한낮에도 전등불 아래 앉아서 차를 마셔야 한다. 유럽을 여행해 본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노천카페들이 남해는 왜 없을까.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나 노천카페들이 즐비하다. 카페 앞 인도 반쯤을 점령한 채 노천에 자리 잡고 있는 탁자에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커피나 맥주를 마시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 노천카페는 유럽의 문화가 되어 있다. 

1884년에 문을 열어 140년 가까이 된 프랑스 파리시의 노천카페 마고(Magots)만 해도 그곳에 드나든 고객들 가운데 알베르 카뮈, 사르트르, 보부아르, 생텍쥐페리, 헤밍웨이, 피카소 등이 있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카뮈는 마고 카페에서〈이방인〉을 집필했다고 한다. 카페 안에서 작가들이 앉아 글을 쓰던 자리 뒷벽면에 작가 이름이 동판으로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한마디로 문학과 철학,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카페라 할 수 있다.

70~80년대 우리 남해읍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선술집도 유럽의 노천카페처럼 하루 일을 마치고 피곤함을 달래고 길가에 편하게 앉아서 한잔 하고 있다가 오가는 사람들, 아는 사람 불러서 막걸리, 소주 한잔 하고 가라고 하던 추억과 낭만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삶을 얘기하고 계절의 흐름을 음미하는 즐길 공간을 마련해 줄 유인책이 필요하다. 하루를 즐기는 젊은이들과 남해를 찾은 사람들은 읍 시장에서 볼 일만 끝내고 바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 

마침 남해에도 청년 창업거리가 있어 노천카페를 시도해 볼만한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최근 일방통행도로 시행으로 기존의 양방향 도로에 비해 다소 폭도 여유가 있을 것이고 관련규정과 통행에 다소 불편이 있어도 유럽의 도시와 같이, 이용하는 모두가 우리 남해사람 그리고 손님인 관광객임을 감안하여 조금 양보하고 참아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옛날 모습이 그대로인 남해만의 거리의 풍경을 보고 걷고 음미하다가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고 즐기는 남해를 만들고 싶으면 걷고 싶은 거리, 노천카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걷고 싶은 거리가 많을수록 그 도시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만 살아온 게 아닐까. 정신없이 바쁘게 바쁘게 달려오다 보니 뭔가 중요한 것을 빠뜨리고 온 게 아닐까.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 경쾌함을 더하고 싶다면, 앞으로 만들어질 것을 기대하며 청년 창업거리의 노천카페에서 커피에 빠져 보는 상상은 어떤 것일까. 매일 즐거움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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