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계의 최강자 신진서(21) 9단이 올해 50승 고지에 등정했다. 지난 16일 오후 열린 제39기 KBS바둑왕전 준결승에서 이영구 9단을 상대로 92수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50승을 달성했다. 신 9단의 결승전 상대는 안성준 9단. 신 9단은 대회 2연패와 함께 올해 다섯 번째 우승을 바라본다.
신진서 9단은 고현면 대곡마을 출신 신상용·송윤옥 부부의 2남 중 차남이다. 아버지 신상용 향우를 마포구 재경남해군향우회 사무실에서 만나 신진서 9단이 비공식 랭킹세계 1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신진서 9단이 올해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며 바둑 비공식 랭킹 세계 1위로 랭크돼 있다. 그동안 뒷바라지를 해온 부모로써 소감은?
“한마디로 정말 기쁘다. 제가 바둑 학원을 운영했다. 진서가 학원에 와서 놀았는데 바둑에 흥미를 보이기에 한수 두수 가르쳤는데 무언가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5세 때 ‘진서는 바둑을 위해 태어났구나’ 생각했다.”

▲신진서 9단이 바둑 신동을 넘어 비공식 랭킹세계 1위로 성장한 과정을 이야기해 달라.
“외할머니가 진서를 돌보았는데 지병으로 돌아가셔서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적응이 되지 않았다. 당시 진서 어머니는 초급반 어린이 바둑을 가르치고 있었다. 진서를 데리고 와서 2개월 가르쳐보니 다른 어린이에 비해 월등하여 소질이 보였다. 그래서 제가 정석으로 가르치게 되었다. 저는 아마 5단인데 진서를 가르친 지 1년이 지나니 적수가 없었다. 단이 된 진서에게 사활책을 단계별로 구해 진서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공부를 잘했는지 확인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6세 때 고전 사활책을 척척 해결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실전이 약한 진서에게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가서 실전을 익히도록 했다.”

▲신진서 9단의 바둑은 어떤 바둑인가? 이창호, 이세돌 바둑과 비교해 본다면?
“진서는 바둑계의 신격인 이창호, 이세돌 사범의 기보를 위주로 연구했다. 내가 진서를 본 스타일은 이세돌 사범 스타일에 뭔가 알 수 없는 게 얹혀있다는 것을 느꼈다. 실전은 처음에는 바둑학원 원생들 위주로 했으나 실력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한·중·일 강자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으로 바뀌었다. 사람과의 대국이 부족했기에 자연스럽게 부산과 가까운 김해에 평소 친한 아마강자 권병섭 사범이 2년여 동안 실전 선생님이 되어 진서의 능력이 보강되는 걸 느꼈다.”

▲부산에서 바둑학원을 운영하다가 아들을 위해 서울로 이사까지 와서 지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신진서 9단을 위해 부모님이 평소 어떤 노력을 하시나?
“진서에게 매달리다보니 바둑학원에 학생이 급격히 줄었다. 처음에 120명이었는데 서울로 전학 올 즈음에는 40명으로 줄어들었다. 부산 개림초 5학년 때 서울로 이사를 왔다가 바둑의 명문 충암초 6학년으로 전학했다. 그리고 충암중을 다니다가 바둑에 몰두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진서 엄마가 진서의 건강관리와 음식관계와 정서적인 면에서 정성을 다했다. 저는 강한 진서를 만들기 위해 체계적인 바둑책과 바둑에서 지켜야할 모든 것을 심혈을 기울여 가르쳤다.”

▲신진서 9단은 현재 적수가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언론인터뷰에서 AI와 겨뤄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한다. 성사될 수 있나? 신진서 9단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진서는 비공식 세계 랭킹 1위지만 중국에는 진서와 비슷한 기사가 많고 한국에는 몇 없다. 중국의 랭킹 1위인 커제 9단과 슈퍼매치를 하고 싶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불가능하다. 언젠가는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중국 기사들과도 인터넷으로 리그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이 10~12월 남해에서 슈퍼매치를 갖고 있다. 아버지 고향에서 빅매치가 벌어지는데, 이 매치가 성사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 해 달라. 남해에 어떤 효과가 있을까?
“장충남 군수님이 바둑을 좋아하고 남해군 홍보차 한국기원 총장과 수차례 의논하여 성사시켜 이번 대회를 주선한 것 같다. 저는 총장과 연결시켜 준 것 밖에 없다. 전남 신안군이 이세돌 9단으로 인해 관광지가 된 것처럼 남해도 그러길 바란다. 이번 대회에 맞춰 중국 CCTV에서 남해군을 1시간 정도 방송한다고 한다. 그래서 코로나19 이후 남해군으로 중국인들이 관광차 많이 들르지 않을까 싶다. 이번 대회는 남해군을 알리는 홍보 차원이다.”

▲바둑의 꿈을 키우고 있는 어린 유망주와 그 부모들에게 조언을 하면.
“20년 동안 기원을 하면서 많이 보았다. 바둑을 두면 성격이 차분해지고 바둑을 통해서 리더십과 패배를 받아들이는 자세, 예의, 도덕, 바른 인성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야한다. 즉 바둑은 공부와 연관된 학습능력 향상을 위한 보조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야한다.”

▲신진서 9단을 자랑스러워하고 응원하고 있는 남해군민과 향우들에게 한마디 하면.
“남해고향을 무척 사랑한다. 그리고 군민들의 지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박정환 9단과 진서의 빅매치는 군수님께서 직접 행사를 진행한다. 진서가 차분하고 인내심이 강한 것은 남해인이기 때문인 것 같다. 아직 어려서 더욱더 조심하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남해군의 자랑스러운 한 사람으로 우뚝 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10년 동안 연구하고 바둑에 몰두하면 훗날 좋은 결과를 얻어 중국랭킹 1위인 커제를 초청해 대국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신진서 9단의 친척들은 남해에 살고 계시나?
“고인이 되신 진서의 할아버지(신금생)께서 하동에서 남해군 고현면으로 오셨다. 진서의 할머니(장춘엽)는 현재 부산에 계신다. 친척들이 고현면 대곡에 많이 살고 계신다. 제가 초·중·고를 남해에서 나왔기에 친구들이 많아 1년에 두세 번 남해에 간다.”

한국 바둑랭킹 1위와 2위인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이 참가하는 ‘사계절 힐링의 섬 남해군 신진서vs박정환 슈퍼매치 바둑대회’가 10월 19일부터 12월 2일까지 남해군 주요 관광지에서 7차례에 걸쳐 열린다.
‘알파고’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무서운 기세로 세계 정상에 오른 신진서 9단과 ‘무결점 바둑’을 선보이며 세계 바둑을 호령해 온 박정환 9단 간의 불꽃 튀는 대결은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맑고 푸른 바다와 가을 풍경이 환상적인 남해군의 대표 관광지에서 벌어지는 이번 대회는 바둑의 묘미와 함께 천혜의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하며 바둑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국 날짜와 장소는 ▲10월 19일 이순신 순국공원 ▲10월 21일 상주은모래비치 ▲10월 22일 독일마을 광장 ▲11월 14일 노량대교 인근 남해각 ▲11월 16일 노도문학의 섬 김만중 문학관 ▲12월 1일 설리스카이워크 ▲12월 2일 유배문학관 등이다.

장충남 남해군수는 “코로나19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어려운 시기에 아름다운 보물섬 남해의 풍광과 어우러진 대국을 통해 전 세계에 힐링을 선사하고 싶다. 세계 최정상급 두 프로 기사가 기꺼이 이번 대국에 응해준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신진서 9단은 초등 4학년 때 정현산배, 조남철배, 이창호배, 대한생명배, 전국체전 초등부 우승을 했다. 이후 프로가 되어 합천군 하찬석배 3년 연속 우승, 메지온배 신예대회 우승 등을 기점으로 국내 메이저 대회인 렛츠런배, GS배 3연속 우승, KBS 바둑왕전과 세계TV 속기전 우승, 쏘팔코사놀배 우승, 올해 초 세계 메이저 기전인 LG배를 우승함으로서 기대감을 높혔다. 현재 세계대회인 중국 개최 춘란배 8강과 4년마다 열리는 바둑 올림픽격인 응씨배 4강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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