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규 (독서모임 : 아름다운 사람들 회원)
김 동 규 (독서모임 : 아름다운 사람들 회원)

지난 10월 9일 한글날 오후 3시, 독일마을 바닷가 어부림이 끝나는 곳에 이현근 회장이 지난여름에 개업한 엘림존(Elim Zone)이라는 이름의 복합 리조트에서 기억에 남는 작은 음악회가 있었다.

그곳에는 남해서는 보기 드문 아트센터와 요트가 구비된 마리나 리조트, 무인도 체험의 열림 아일랜드 그리고 아담한 음악당이 있었다. 
그날은 미조에 거주하는 남해출신 대양상선 대표이사 정유근 사장의 초청으로 남해에 온 서울의 음악인들이 공연하였다. 
레퍼토리는 피아니스트 김경옥의 연주로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를 시작으로 쇼팽의 야상곡과 가을 정서에 알맞은 코스마의 노래 고엽(Autumn Leaves)을 테너가수 임주식의 연기로 아름다운 목소리의 노래가 이어졌다.

여기서 연기라고 표현한 것은 무대에 등장한 임주식이 객석을 향해 ‘방금 이태리에서 남해에 도착한 세계적인 가수 코스마를 소개하겠다고 하면서 자신이 잠깐 무대 뒤로 사라졌다가 자신의 얼굴에 콧수염을 붙이고 나타나서 코스마라고 자기소개를 하여 관객을 웃게 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연출이었다. 그리고 그는 유명한 사연이 깃든 남미 칠레의 1971년도 노벨수상 작가 네루다 시인과 칠레의 한적한 섬에서 자란 청년 우편배달부와의 사연을 담은 영화 ‘일 포스티노’의 이야기와 함께 부른 노래도 인상적이었다. 
순박한 우편배달부 마리오가 네루다의 도움으로 마을 처녀와의 사랑을 이루자 무섭기도 하고 가슴 뛰는 자신을 나타낸 한편의 글을 소개한다. 

“시인 동무, 당신이 저를 이 소동에 빠뜨렸으니 책임지고 저를 구해주세요.
당신이 제게 시집을 선물했고, 우표를 붙이는 데에만 쓰던 혀를 다른 데 사용하는 걸  가르쳤어요.
사랑에 빠진 건 당신 때문이에요.”

이 얼마나 아름답고 청순한 섬마을 시골청년의 모습입니까!
그리고 평소 가수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함께 좋아하는 최백호의 ‘가을엔 떠나지 마오’ 노래가 이어졌다. 
정유근 사장의 예술사랑으로 문화예술의 불모지 남해에도 서서히 아름다운 노래가 들려오고 있어 남해섬이 한국의 나폴리로 태어나기를 바라면서, 바닷가에 정박해 있는 하얀 요트와 파아란 가을하늘을 머금고 있는 엘림존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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