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면 독일마을 가는 초입 화천 앞에 자리한  ‘독일로181’의 주인장 최원빈 씨
삼동면 독일마을 가는 초입 화천 앞에 자리한 ‘독일로181’의 주인장 최원빈 씨
현재 휴업중인 ‘독일로181’은 단순 가게가 아니라 ‘동천영화제’나 ‘아이들 생일파티’등 이웃을 위한 공간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현재 휴업중인 ‘독일로181’은 단순 가게가 아니라 ‘동천영화제’나 ‘아이들 생일파티’등 이웃을 위한 공간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독일로 181. 인별그램에서 예쁜 감성 있는 편의시설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런 편의시설이 또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가게 앞은 유유히 ‘화천’이 흐르고 앞마당과 내부 또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겐 공간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좋은 공간도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멈춰 있다. 창원서 살다가 고향인 남해군으로 귀향했다는 최원빈 씨. 그녀를 만나 ‘다시 만난 고향, 남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 주>

창원에서 남해군으로 귀향하게 된 계기는=아동미술을 전공해 아이들 미술교사를 하다가 결혼하면서 두 아이 엄마로 사느라 내 일을 접었다. 창원에서 살았는데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두 아이 돌보기도 바빴다. 그런데 아이들이 특히나 비염이 심했다. 신기하게 외할머니 집인 남해로 놀러 와 지내는 동안은 비염이 좋아지더라. 공기 질의 문제인지 아니면 음식점을 하는 외할머니께서 늘 좋은 음식을 많이 먹여서인지 남해만 오면 아이들이 눈에 띄게 좋았다. 그 무렵 아이 아빠는 늘 일로 바빠 육아를 도울 새도 없었고, 어찌 보면 시위하듯 친정 동네인 남해행을 감행했다. 사업 때문에 남편은 창원에서 남해로 왔다갔다 하고, 나와 아이들은 남해로 완전히 이사했다. GM대우 다니던 하나뿐인 오빠 가족도 건강한 삶의 질을 위해 1년 먼저 남해군으로 귀향해 엄마 식당일을 돕고 있다. 

코로나19로 장기 휴업중인데 자영업자로서, 두 아이 엄마로서 겪는 고충이 크겠다=일장일단이라고 해야 하나. 코로나19가 여러 변화를 끼쳤고, 여러 생각에 이르게 했다. 6개월 전 가게를 열었고 얼마 안 돼 코로나19가 심해 거의 문을 닫았다. 아이 엄마다 보니 코로나19 소식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당초엔 좀 잠잠해지면 열어야지 했는데, 휴업이 길어졌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이 코로나 시국에 남해에 살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엄마로서 느끼는 안도감도 컸다. 학교 못가는 날에는 가게 공간에 마을 아이들과 엄마들이 모여 함께 밥도 해 먹고 아이들을 맘껏 놀게 했다. 아이들 생일파티도 하고, ‘꽃피는 남파랑 동천영화제’라 해서 우리만의 작은 극장을 열어 마을 아이들이 같이 즐길 수 있도록 엄마들이 준비했다.

동천영화제는 참 기획부터 예뻤다. 면 단위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 고민인데 좋은 대안이 되어준 것 같다=어차피 우리가 계속 살아가야 할 곳이니까, 이 아이들을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남해로 귀촌하고 싶어하는 도시 엄마, 아빠들 참 많다. 물론 일자리가 가장 문제겠지만 그다음 따라오는 게 아이 양육의 문화적 환경과 교육환경이다. 특히 면 단위는 전무후무하다. 도시 엄마들이 ‘아파트 밖 놀이터도 못 가는데 시골 사는 우리는 어딜 가나 캠핑할 곳이니 부럽다’고들 말하지만 사실상 우리가 가진 건 이것뿐이다. 남해행을 고려할라치면 ‘공부와 입시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특성을 찾아주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지조차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는 고민을 터놓는다. 발레나 플루트 등으로 불리는 소위 예체능을 접할 기회조차 찾는 게 어려운 게 부모로서 아이에게 미안한 입장이다. 나 역시도 여기에 자유로울 순 없으나 ‘자연을 많이 접하면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극복해가고 있다. 

어떤 공간으로 준비해 가고 있나=여기 온 분들께서 ‘이곳은 무한한 공간’이라고 용기를 많이들 주신다. 개인적으론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차박과 캠핑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이런 편의시설에 대한 수요가 있는 점을 감안해 단순히 컵라면이나 음료수 등만 팔 게 아니라 필요한 수제 도시락이나 다른 아이템도 고민해보려 한다. 솔직히 남해 사는 사람으로서, 자영업자로서 ‘여수나 순천처럼 바닷가에 쫙 늘어져 있는 포장마차촌 같은 곳은 없느냐? 방송 보고 남해가 너무 예뻐서 왔는데 멸치쌈밥 집 말고 갈만한 밥집을 추천해달라, 차박을 할 건데 어디가 좋으냐, 비 오는데 아이도 데리고 들어갈 만한 관광지 좀 추천해달라’는 등 관광객들의 하소연이 쏟아질 때면 난감하기도 하고, 어찌해야 하나 고민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해에 사는 우리들=아이들 건강 때문에 귀향을 결심한 남해, 다행히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고 다짐한다. 창원에선 바쁜 남편 때문에 홀로 하는 독박육아에 지쳤는데 여기는 식당 때문에 육아를 도와주실 순 없어도 친정엄마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이 크다. 아이들이 나보다 더 먼저 시골에 완벽적응해 ‘다시 도시로 이사 갈까?’하면 ‘엄마 거긴 차도 많고 싫어. 안 갈래’라고 한다. 도시의 불빛보다 시골의 반딧불에 더 친해진 아이들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더 만들어줘야지 하는 책임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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