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18일) 오후, 종합사회복지관 광장에서는 즐거운 소란스러움이 가득한 장터가 열렸다. 파란 천막들 아래엔 옷가지부터 신발, 장난감, 동화책, 화장품, 가전제품 등등이 가지런히 놓였고, 활쏘기, 비즈공예, 닥종이인형 등 체험부스에서는 때론 웃음소리가, 때론 진지한 손놀림이 이어진다. 비록 중고지만 깨끗이 빨고 닦아놓아 당장 가져가 쓰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보였다. 더러 새 물건들도 있어서 남들보다 더 빠른 눈으로 훑어보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득(得)할 수 있다. 

남해군도시재생지원센터가 주관하고 우분트학부모기획단이 주최했으며 남해학부모네트워크협의회, 남해안남중권COP28유치위, 남해문화원, 남해시대, 남해탄소사냥연합회가 후원한 ‘지구와 함께하는 알뜰장터’가 유쾌한 판을 벌였다. ‘2020 남해군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열린 이번 장터는 물건을 나눔으로써 자원을 순환시켜 환경에 보탬이 됨과 동시에 소소한 이웃과의 재미를 느끼는 시간이 되고자 기획됐다. 

장터에 도착하여 처음 들른 부스에서는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100원에 다섯 번을 쏠 수 있고 얻은 점수만큼 물건들을 가져갈 수 있다. 바로 옆 부스에서는 추억의 종이뽑기가 한 판에 200원이다. 꼴등을 해도 사탕과 젤리를 주기에 아이들은 꽝을 뽑고도 그저 즐거워한다. 1등 상품은 5개들이 라면 한팩! 집에 가면 널렸을 라면인데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저걸 뽑을거라며 기를 쓰고 계속 돈을 낸다. 누구 아이디어였는진 몰라도 오늘 제대로 흥했다. 또 다른 매대에서는 어린이 동화책이 한가득이었는데, 마침 큰 아이가 읽을 책을 고민하던 중이라 눈길이 갔다. 스무권 남짓만 살 생각이었는데, 사장님의 유려한 언변에 매료되어 정신을 차려보니 100권이 넘는 책을 트렁크에 싣고 있었다. 가격은 단돈 만원.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나온 한 셀러는 “안 쓰지만 버리긴 아까운 물건들을 다 싸들고 나왔다. 이렇게 펼쳐보니 그동안 얼마나 아무 생각없이 소비를 했는지 보여서 부끄럽다. 다음부턴 하나를 사더라도 신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의 판매 목표는 10만원이라는데, 얼마나 달성하셨냐 물으니 “이미 넘었다”라며 활짝 웃으신다. 

오늘 장터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별난교육연구소 정기영 소장은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너무 좋다. 이런 공간과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문화로 자리를 잡아 내년부터는 지원 없이도 자체적으로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쓸모 있으면서도 혁명적인 가격의 중고물품에다 아기자기한 체험들로 더욱 풍성했던 우분트 알뜰장터. ‘우분트’란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로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라는데, 이웃과 더불어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니 과연 그러하다. 다음달 15일(일)로 예정되어 있는 2차 장터가 사뭇 기대된다. 접수는 11월 1일부터 10일까지며, 문의는 우분트학부모기획단(☎864-1688)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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