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은 지난해 1월 27일 삼동면사무소에서 진행된 군민과의 대화에서 ‘군청사신축’ 계획에 대해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
남해군은 지난해 1월 27일 삼동면사무소에서 진행된 군민과의 대화에서 ‘군청사신축’ 계획에 대해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

우리 남해군 최대 현안 중 하나는 증․개축이 한계에 다다라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군청 청사를 새로 짓는 일이다.

박 진 평 (남해군 재무과 청사신축팀장 )
박 진 평 (남해군 재무과 청사신축팀장 )

조선 광해군 5년인 1613년 현 청사 터에 지은 동헌(東軒) 건물은 일제강점기를 지나 1950년대까지 근 350년 가까이 행정업무에 사용해 왔던 것으로 추정되며,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옛 동헌을 헐고 1960년 지금의 새 청사를 지어 60년을 사용해 오고 있다. 

​​​당시로서는 최고의 기술로 지었을 것이나, 60년이 흐른 지금 지반침하에 따른 균열과 누수 등으로 안전성에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2012년 정밀안전진단 결과 긴급 보수 보강이 필요한 D등급을 받아 수차례 보수 보강을 거쳐 간신히 C등급을 유지해 오고 있는 실정이며,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았다.

또, 늘어나는 행정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조립식 건물을 여러차례 지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어 근무여건 또한 열악하고 엘리베이터가 없어 장애인과 노인층들이 불편을 많이 느낀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 청사 부지가 좁아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민원 주차공간은 임산부, 장애인 주차장까지 포함해 37대 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거의 매일 만원인 상태이고 청사 내에 주차를 하지 못한 분들은 인근 도로변에 주차를 해 북새통을 이룬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 나마 해소해 보기위해 주민복지과, 체육진흥과, 상하수도과 3개과와 일부 팀들을 청사 밖으로 옮겼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청사 신축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2001년 청사신축기금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사업비 548억원을 모았으며,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입지분석과 타당성조사를 진행했고, 2016년에는 후보지에 대한 군민 설문도 진행했다. 그러나 매번 부지 확정 단계에서 큰 산을 넘지 못했다.​

​2018년 8월 공공건축물 리뉴얼 4차 선도사업에 선정되면서 다시 한번 청사 신축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2019년 1월 군민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의견 수렴절차에 들어갔다. 100인으로 구성된 군민소통위원회​ 소속 5개 분과위 토론과 청사이용 실태조사, 세 차례 경제살리기위원회 토론, 2월에는 언론사 주관 토론회와 남해읍 주민자치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했고, 3월에는 청사신축팀을 신설해 박차를 가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청사부지 확정을 위해 2019년 6월 청사신축추진위원회 운영조례를 제정하고 주민대표, 군의원, 교수, 언론인, 공무원 등 25명으로 청사신축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공론화 작업에 착수했다.

​추진위원회는 현장조사와 비교견학, 전문가 의견청취, 토론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모두 다섯 차례의 공론화과정을 거쳐 후보지를 3곳(현 청사, 유배문학관, 공설운동장)으로 압축했고 위원투표를 거쳐 ‘현 청사 부지 확장(안)'을 확정해 남해군에 건의하였다.

​조례로 정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건의된 장소를 바탕으로 군은 군의회와 협의를 통해 최종 부지를 공동발표함으로써 청사신축의 난제로 남아있던 부지선정 문제를 확정짓게 되었다.

​‘현 부지 확장 신축’은 도심 중심에 군청이 위치해 읍내 인구밀집지역 어디서든 부담 없이 도보 접근이 쉽고, 인구 감소에 따른 기존 원도심의 보호와 상권 활성화 필요와 은행, 관공서, 시장, 병원 등 기존 시설과의 이동 연계성도 좋다는 이점이 있다. 또, 옛 동헌자리인 현 청사의 위치적 중요성과 함께 청사 이전 시 지역활성화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한 몫을 했다.

​현 부지를 확장해 청사를 짓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남해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과거 남해 백성을 왜구의 침입으로부터 지켜주던 남해읍성과 평산포, 적량, 미조항진, 성고개보, 상주포보, 곡포보의 석성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면서 일제에 의해 훼손되어 그 흔적이 또렷이 남아있지 않다.

​청사 신축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남해읍성 매장문화재 발굴절차 인데, 주변 주택지가 포함돼 면적이 대폭 확장됨에 따라 땅속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 고유의 옛 문화유산을 찾는 규모 있는 발굴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문화재가 나오면 모두 원형보존 되는 것이 아니라 복원과 이전 그리고 기록보존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처리하고 건축행위를 할 수 있다. 전남 해남의 신청사 건축사례가 그 예이다.

​성곽이 적절한 복원절차를 거쳐 문화재와 조화된 군 청사를 짓게 된다면 도심지 한 가운데 휴식과 문화공간이 생겨나 군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고, 관광객들도 남해읍 중심부로 불러들일 수 있어 주·야간 사람들이 모여드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 충분한 주차공간을 마련하면 면에서 차를 타고 오는 분들도 일정시간 차를 대고 걸어서 다른 볼일을 볼 수 있고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도로변 무분별한 주차 행위도 근절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도심 통행량이 감소하고 걷기 좋은 도시환경을 만들 수 있다. 친환경 도심 순환버스와 공유형 이동수단 등을 도입한다면 접근성이 더 좋아진다.

​과거 공무원들의 행정업무 수행공간으로만 인식되던 군 청사에 대한 시각은, 경제발전과 문화수준이 향상되면서 군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향유와 질 높은 휴식을 제공해 주는 복합공간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신청사 건립 과정에 군민들의 참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100년 후를 내다보는 안목과 남해의 후세들이 우리 땅에서 보다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현 세대가 바라보는 미래세대의 가치관과, 정성과 염원을 모두 담아내야 한다. 그런 군민들의 격조 높은 염원들을 ‘신청사 건립’에 올곧이 모아주기 바란다.  

​끝으로 청사신축 부지에 편입되어 살던 곳을 떠나 낯설은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가야 하는 편입부지 내 주민들께 죄송함과 함께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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