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송 감충효시인 / 칼럼니스트저서 : 크리스털의 노래, 남녘 바람 불거든읍성의 문창에 시혼걸기
벽송 감충효시인 
칼럼니스트저서 : 크리스털의 노래,
남녘 바람 불거든
읍성의 문창에 시혼걸기

이 무슨 황망한 청천벽력의 소식을 듣게 됨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비통한 심정을 창천에 걸어봅니다. 하지만 아직도 현실이 아닌 듯 어디선가 후배 동생들을 다독이며 다정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군향우회지 [남해가 그리운 사람들]을 집필하느라 저를 포함한 편집위원들이 마포 도화동 군향우회 사무실에서 하얗게 밤을 새울 때 형님은 남테모를 이끌면서 소중한 글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모교의 역사를 이어가는 동문회지에 산증인의 기록을 남기는 크나큰 일을 해주셨습니다. 원래 한 뿌리였던 남해중과 제일고 두 동문회 통합의 역사는 물론, 지금 기록해 놓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질 모교에 대한 학창주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기록에 남길 수 있도록 인터뷰에 응해 주셨지요.

이제 이렇게 후배들에게 깊이 각인된 인자하신 모습과 지사풍의 의젓하고 도타운 모습을 더는 뵈올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수가 없군요. 
형님은 저희들 곁을 떠났으나 후배들에게 심어주신 큰 가르침은 가슴 깊이 간직하려 합니다.

곽영우 형님의 중·고등학교 한 해 선배이신 이처기 시인님은 모교의 재경총동문회지 [망메새]의 [주마등 같이 떠오르는 학창의 실루엣]이라는 글에서 형님은 학교의 체육부장을 맡아 배구팀의 주멤버로 도대회에서 우승하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재경남해군향우회 4대 정영섭 회장님 때는 체육대회를 제안하여 체육운영위원으로 활동하시면서 체육활동을 통한 향우 단합의 계기를 마련하시기도 하였습니다.

형님이시여!
이제 그 좋아하시던 테니스공에 혼백의 날개를 달아 가을 하늘에 헤아릴 수도 없이 흩어 뿌리시고 저 하늘로 가셨습니다. 영결식장에서 추도의 글을 올려야 마땅하오나 코로나 19사태가 여러 상황을 옥죄는 바람에 지상으로 추모의 글을 올리오니 부디 용서하십시오.

병원장례식장과 유족의 강력한 요청으로 고향과 항우사회의 지인들조차 조문이 뜸하여 형님의 마지막 가는 길이 너무나도 외로울 때 김재일 전 재경남해군향우회 사무총장님의 지혜와 의리를 담은 SNS가 울려 퍼지는 바람에 방역지침을 어기지 않을 범위의 조문이 이어져 향우사회의 훈훈한 미담이 되었습니다. 이 모두가 형님이 쌓은 덕이 아니고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향우회에서, 동문회에서 또한 소모임에서 어려운 시기마다 후배들에게 등을 두드려 주시며 방향을 열어주시던 그 모습들을 그리며 이 글을 접습니다.
가시는 걸음걸음 굽이 살피시며 편안히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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