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과 아쉽고 외로운 가을
설레임과 아쉽고 외로운 가을
  • 남해신문
  • 승인 2020.10.1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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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의 설레임

하늘은 그 어느 해보다 맑다. 마스크 때문에 불편했던 것도 어느새 잊고 이 계절 가을이 설레게 한다. 
사계절 가운데 가장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맑고 그지없는 날들. 서늘한 아침 공기는 머리를 맑게 해주고 따뜻한 가을 햇볕은 마음을 개운하게 해준다. 선선한 바람은 살갗을 쓸어주며 사랑의 손길을 건넨다. 아름다운 남해에 살고 있음을 절절히 느끼는 요즘이다. 걷기 좋은 계절이고 가을의 설레임으로 입현매립지 갈대 습지를 걸으면서 고개 들어 하늘을 보고 주위를 둘러보고 느릿느릿 걸어 보면 남해에 살며 두 발로 걷고 있는 느낌에 감사드리며 눈앞의 갈대와 철새 그리고 냇가의 숭어가 노니는 풍경 속에 빠져들 것이다.
휴일 입현매립지 갈대 습지에 가면 요즘 남해에서는 보기 힘든 젊은 아빠가 아이를 목말 태우고 성큼성큼 걷는 부부와 아이의 모습에 이 젊은이들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누구나에게 있었던 청년시절의 풋풋했던 과거를 생각해 보고 가을의 설레임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한편으론 걱정이다. 맑은 하늘, 선선한 바람,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이 기후변화 때문에 더는 오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 이상 기후 현상을 일상처럼 겪는 현재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어찌 될까. 

가을의 느낌

자연이 잠시 쉬어가라고 명령을 하는 것 같다는 말을 요즘 많이도 듣게 된다. 코로나가 바쁘게만 살아온 한국인들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갖고 살라는 것이라는데 어느새 바람이 차고 부쩍 서늘하다. 일을 하고 운동을 하면 땀이 흐르지만 금방 식어버리고 저녁은 따뜻한 것이 좋기만 하다. 가을바람과 봄바람과의 차이는 서늘하고 건조하지만 가을 특유의 낭만적인 냄새가 있다는 느낌이다. 그냥 집에만 틀어 박혀서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름다운 이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이 가을 창을 열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남해의 해변 길을 걸으면서 가을의 느낌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장 외로운 가을

마스크로 코와 입을 막고 있어도 가을이 온 걸 누구나 느낀다. 남해는 가을의 감상에 젖을 틈도 없이 다른 지역보다 더 빨리 다가온다는 느낌이다. 아직도 다른 지역에 가면 들판에 누렇게 익은 벼가 그대로인데 남해는 벼수확은 물론 마늘과 시금치 파종도 거의 다 끝나가고 있다. 남해의 가을은 이처럼 빨리 왔다가 참선을 마치고 하산하는 수도승처럼 조용히 의젓하게 아무 일 없다는 듯 느낌의 틈도 주지 않은 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겨울의 긴 침묵의 시간으로 떠날 것이다.
현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2020년 이 가을이 가장 외로운 가을로 남을 것이다. 더는 초등학교 운동회의 함성도, 읍면민 체육대회도, 가을축제도 없다. 
그런데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가을은 언제나 외로웠다. 누군가는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여서 그렇다고도 하고, 가을이 본디 쓸쓸한 계절이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풍성하고 푸르던 세계가 한순간 저무는 색으로 변하는 계절이어서, 한여름같이 뜨거웠던 청춘이 끝나 버린 중년의 힘없는 발걸음처럼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국에는 외로움부 장관도 있다는데 외로움은 살아가는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가을은 더 외로운 계절인 것 같다. 외로움을 풀어줄 사람은 없다. 오롯이 자신의 숙제다. 아가씨들은 봄꽃 지는 것 보고 홍안이 사라질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선비들은 가을의 낙엽을 보면서 덧없는 세상에 또 한 해가 기울고 자신들은 초라하게 늙어 가는 것에 대해 비애를 품는다는 것이다.
커피향이 모락모락 올라가는 순간,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순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입현의 갈대숲에서 가을의 향기와 커피한잔의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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