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다른 주제의 강의가 열리는 남해신협의 우리동네 어부바 인문학교실 중 김형득 원예치료사의 강의가 지난달 24일 있었다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다른 주제의 강의가 열리는 남해신협의 우리동네 어부바 인문학교실 중 김형득 원예치료사의 강의가 지난달 24일 있었다

살아가기도 벅찬데 왜 자연까지 지켜야 하나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거꾸로 사람에게 왜 자연이 필요한가 물어본다면 어떨까. 지난달 24일, ‘2020 남해신협 우리 동네 어부바 인문학교실’ 강좌에서 만난 김형득 원예치료사는 “속은 아무도 모른다. 자기 속이건 남의 속이건 어디든 비춰봐야 안다. 자기 내면은 자연에 비춰보면 안다. 자연이 일종의 거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장항숲의 석양이 아름답다는 것은 그 노을을 자신의 마음에 비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일종의 거울인 셈이다. 자기 내면에 짜증과 부정적인 감정만 가득하다면 과연 매 순간 아름답다는 탄성이 나올 것인가. 자연이 황폐해질 때의 가장 큰 위협은 전염병이나 기후변화뿐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체험하지 못해 영혼이 피폐해진다는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시대로 상추 모종이 평소보다 400% 더 팔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치유의 길을 사람들이 아는 것이다. 건강한 상태를 뭐라고 하나.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즐겁고 내가 손 내밀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상태, 몸, 마음, 관계, 영혼이 평안한 상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서 자라며 ‘재난’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이 피고 수확을 한 후 소멸한다. 자연의 모든 과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근본적인 치유는 소멸, 죽음을 받아들이는 삶일 것”이라며 “자연을 매개체로 기력 회복을 하는 것이 일종의 치유”라고 했다. 그는 “벗어나기, 확장, 매혹, 편안함은 자연이 주는 4가지 힘이다. ‘벗어나기(being away)’란 일종의 자기모습 객관화인데 ‘휴가 떠나기’처럼 자기 문제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바라보는 것을 뜻한다. 확장이란 자연에서 느낀 이치를 더 넓혀 가는 것, ‘매혹’이란 평소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가 매혹이 일어나는 ‘와’ 하는 순간 죄다 싹 날아가고 ‘매혹의 탄성’하나만 남듯 자연에는 순간순간 집중시키는 매혹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집중하기 위해 게임이나 도박 등 자극적인 것을 찾으나 이러한 매혹은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자연의 매혹은 아무런 위험이 없다. 매혹이 에너지를 축적 시키는 것이다. 매혹의 순간이 우리에게 활력을 준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갑작스럽게 난민이 되었다 할지라도 언제 죽을지 모르니 막 살겠다는 부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으니 잘 살아보겠노라는 부류가 있다. 폐허 속에서 배추를 심는다? 그렇게 씨앗을 심는 행위 자체가 희망이 된다. 씨앗을 심으니 희망을 붙들게 되는 셈이다. 오죽하면 펭귄이 사는 남극에서도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우주에서 식물을 심어 우주정원을 만들겠는가. 저 또한 오랫동안 원예특작원에 근무하며 실험하고 보고서 쓰는 등 주로 머리로 살았다. 남해에서 결심한 게 ‘이제부턴 몸으로 살아보자’였다. 그렇게 친자연적으로 집짓기부터 시작해 ‘애즈 네이처 마음의 뜰 가꾸기’, 공동체 원예프로그램, 독거노인-청소년 원예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농사로 땅을 바꾸는 만큼 농사도 그만큼 나를 바꾼다’는 것을 배웠다. 정원 가꾸기는 더 나은 자신을 위해 마음을 보살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의를 들은 한 수강생은 “신협 어부바 강좌를 첫 화부터 오늘까지 들으면서 우리가 사는 남해에 이렇게 훌륭한 분들이 많았나 싶어 놀람의 연속이었다. 이번 강의는 특히 재밌었다. 상처 없는 사람이 너무 많다. 매 순간 치유 받을 수 있는 자연이 좋은 보물섬에 산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고, 이런 좋은 강의로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또 다행”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한편 신협 강연은 11월 12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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