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랭이마을 짚공예 체험중인 남명초 학생들
다랭이마을 짚공예 체험중인 남명초 학생들
스포츠 방과후수업중인 삼동초 학생들
스포츠 방과후수업중인 삼동초 학생들
죽방렴 체험중인 도마초 학생들
죽방렴 체험중인 도마초 학생들

진주에 사는 이주희(가명)씨의 초3, 초6 두 아이들은 주1회 등교를 한다. 등교를 하지 않는 날은 온라인수업을 하고, 특별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은 전무하다. 주희씨는 “이런 수업에 익숙해지면 애들 입장에선 굳이 학교가 필요한가 할 것 같다. 큰애는 수학여행 못 가는 걸 제일 슬퍼하고, 방송 동아리도 이제 6학년이라 활약할 때였는데 그것도 못하게 되어 부모로서 아쉽다”라고 전했다. 사천에 사는 초1 현지(가명)양은 월, 화만 학교에 간다. 수목금은 온라인수업을 듣고, 방과후는 운영되지 않는다. 엄마인 박서영(가명)씨는 “학교에 가도 거의 혼자 있다시피 해야 하고, 밥 먹을 때 서로 이야기도 못하게 하니까 아이가 그나마 두 번하는 등교도 하기 싫어 한다. 온라인은 온라인대로 더 재미없어하고. 이제 입학했는데 학교는 ‘재미없는 곳’으로 각인될까봐 걱정스럽다. 4교시 후 점심 먹고 바로 오는데, 둘째도 있어서 일주일 내내 정말 쉴 틈이 없다”라며 걱정과 양육부담을 함께 털어놨다. 

이제는 그 이름조차 친숙한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한 2020년도 어느덧 10월을 맞았다. 바이러스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부터, 여기저기 이동해야만 하는 특강·학습지 교사, 행사를 뛰는 프리랜서 등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자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싶지만 그중 단연, 본인의 의식 여부를 뛰어넘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이들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 아닐까 싶다. 특히 입학식도 하지 못한 채 영문 모를 온라인 개학으로 인생 첫 공교육을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그들에게 지난 1년간 학교란 어떤 공간이었을까. 온라인 학교는 과연 얼마나 학교다웠을지, 5월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들어온 교실은 이전 세대들이 거쳐 간 교실과 과연 같은 곳이었을지. 급식실은, 운동장은, 체육관은 과연 온전히 아이들의 것이었을까. 

그러던 지난달, 남해 소재 한 작은 학교에서 전교생이 죽방렴 체험활동을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또한 같은 달, 여러 학교에서 방과후 특별활동과 학교별 자체 계절학기를 운영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 기간 연장으로 도내 유·초·중학교가 학교 내 밀집도를 1/3로 유지해야 함에 따라 사천, 진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 학생들은 모두 격주 또는 주 1~2회 등교에 특별활동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인데, 이런 다른 세상 같은 이야기가 우리 남해의 작은 학교들에서 펼쳐지고 있다. 

남해의 작은 학교들, 대면·체험수업 진행해

지난 달 16일, 도마초등학교(교장 정금도)는 전교생이 지족면 죽방렴 체험장에서 갈치와 전어를 잡으며 색다른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해설사로부터 죽방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직접 죽방렴 안에 들어가 뜰채로 물고기를 잡으며 몰려다니는 멸치떼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얼마 전 도시에서 전학 온 학생은 “너무 기분이 좋다. 친구랑 가족에게 자랑하고 싶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남명초등학교(교장 박진우)는 지난 달 21일부터 일주일간 전교생이 나만의 책 만들기, 다랭이마을 전통 짚공예 체험, 바리스타 체험 등 ‘우리 고장의 가을 모습’을 주제로 한 가을계절학기를 운영했다. 학생과 학부모, 마을 주민까지 함께 하는 ‘가을 돗자리 영화제’도 준비중이었는데 같은 달 12일, 확진자가 남면 소재 식당에 다녀가는 바람에 아쉽게 취소되었다. 

삼동초등학교(교장 탁일주)는 지난 달 21일 방과후 특별활동을 재개했다. 스포츠, 사물놀이 등 전교생이 넓은 체육관을 활용하여 땀 흘리며 뛰고, 친구들과 몸을 부대낀다. 탁일주 교장은 “마땅히 아이들이 누렸어야 했을 활동과 공간인데 이제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다. 그런 중에도 방역수칙은 엄격히 지켜 안전한 학교와 행복학교를 함께 충실히 이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밀집도 제한과는 별개로 학교장 자율로 등교와 특별활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율결정 가능학교’는 학생수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이자, 학교 시설에 여유가 있어 학생 간 생활속 거리두기가 충분히 가능한 ‘농산어촌 소재 학교’를 말한다. 남해에서는 남해초·해양초·창선초를 제외한 면단위 초등학교들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 

작은 학교, 구호 아닌 현실적인 대안

지난 9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학교들은 하루에 확진자가 1000여명씩 나오는 상황에서도 대면 수업 개학을 강행했다. 영국 정부 보건의료 자문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학교 결석이 바이러스보다 더 해롭다”고 말했다. 같은 달 25일에 이탄희 의원(더민주)은 ‘학급당 기준 학생 수 20명 이하 법’을 발의했다. 학교와 교육의 회복을 위해, 온라인 수업 확산이 아닌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정책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사태는 더 이상 ‘긴급’ 또는 ‘일시’가 아닌 ‘정식’ 대응 체계가 요구된다. 그렇다면 작은 학교는 그저 ‘희망’이라는 구호를 넘어, 교육이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적이고도 유일한 대안이다. 학부모 채윤희(가명)씨는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곳은 아니지 않나. 애들이 선생님, 친구들과 얼굴 보고, 살 부대끼며 사회를 배우고 그걸 넘어 ‘살아가는 맛’을 알아차리는 곳, 그걸 바탕으로 성장하고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한다. 우리 애들이 남해에 살아서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삼동초등학교 방과후수업 담당교사는 "온라인 수업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엄청난 피로와 스트레스를 준다. 우리 같은 작은 학교는, 비록 마스크를 쓰고 지켜야 할 수칙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등교를 하고 있고, 교외로 나가는 체험활동은 자제하더라도 학교가 해야 할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교실에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특활을 하면서 학년이 섞여서 수업을 할 때 또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지점들이 많다. 아이들이 특별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교육의 질이냐, 바이러스 확산 방지냐라는 선택하기 어려운 가치판단의 문제로 온 세계가 논란에 빠진 지금, 우리 남해의 작은 학교들은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은 채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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