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이 머물고 있는 남구체험휴양마을 시크릿바다정원 활성화 센터
참가자들이 머물고 있는 남구체험휴양마을 시크릿바다정원 활성화 센터
남구체험휴양마을 김강수 사무장
남구체험휴양마을 김강수 사무장

누구나 한번쯤은, 노트북 하나 달랑 끼고 훨훨 떠나는 상상을 해 보았을 것 같다. 노트북과 책상, 와이파이만 있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 그들이 지금 남해에서 한달동안 살아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남해군이 지원하고, 남면 상덕권역 남구체험휴양마을이 진행하고 있는 ‘남해바다 디지털 홀리데이’프로그램 1차 참가자 13명 중 4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늦었지만 남해에 오신걸 환영한다. 소개를 부탁드린다
여 : 서울에서 왔고, 개발자다. 개발자가 되기 전에는 미학과 프랑스 문화를 소개하는 글을 써서 투고하는 일을 했다. 취미로 웹툰도 그리고 있다. 
김 : 대학생이고, 휴학한 상태다. ‘42서울’이라는 아카데미에서 코딩 공부를 하던 중 SNS에서 남해 한달살이 모집글을 보고 지원해서 오게 됐다.
엄 : 6월까지 서울에서 회사를 다녔는데 그만두고 지금은 창업 준비중이다. 서울살이와 코로나 모두에 지쳐서 지방에서의 기회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마침 이곳을 알게 되어 바로 신청했다. 
전 : 개발자가 되려고 공부 중이다. 원래 러시아어를 전공했는데, 개발에 흥미가 생겨서 배우고 있다. 이곳에서는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 팀이랑 온라인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남해에 오신지 3주가 지났다.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여 : 산책하고, 코딩한다. 조금 걸어가면 잉어빵이랑 옥수수를 파는 트럭이 있는데, 거길 다녀오는 게 하루 일과 중 하나다. 주말에는 사무장님이 렌탈한 차를 타고 양모리학교랑 이락사도 가보고, 남해 구경도 다니고 있다. 
김 : 처음엔 거의 독서실처럼 틀어박혀서 공부만 했다. 친구들은 다 취업했는데 나만 뒤처진 것 같아서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그랬는데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주변 환경이 너무 힐링이다보니 조금씩 느긋해져서 요즘은 약간 공부에 손을 놓은 것 같다. (웃음) 지난 주말에 서핑을 다녀왔는데 또 가고 싶다. 
엄 : 오늘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외주가 있어서, 이거 해 놓고 낚시를 갈 예정이다. 대부분 낮에는 각자 할 일을 하고, 저녁 느즈막히 되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늦게까지 수다가 이어진다. 그러다보니, 매일 아침 하기로 마음먹었던 운동을 세 번밖에 못했다. 내려올 때 서울에서 7시간 걸려 산악오토바이를 타고 왔는데, 이동수단이 있으니 이곳저곳 다녀보고 있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전 :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랑 원격으로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 외엔 형들이랑 티큐브마트에서 장 봐와서 맛있는걸 해서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근처 아난티 뒤쪽 바닷가 산책을 하거나, 카페에서 일하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어제는 물회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 곳에 한달 살러 오면서 기대했던 점이 있었다면?
여 : 자연, 그리고 사람간 완벽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대하고 왔는데 기대 이상이다. 대도시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사람 간 거리가 너무 좁지 않나. 여기는 그런 면에서 숨이 트이는 기분이 든다. 가지고 내려온 프로젝트도 끝냈고, 지금은 웹툰 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 처음엔 남해를 즐길 생각보다 진짜 공부만 할 작정으로 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형, 누나들이 하는 걸 보면서 공부 계획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내일은 이걸 해야지, 하는게 없어졌다. 사람들 하는거 보고 배우고, 같이 하면 훨씬 재밌으니까. 또 어디 나간다 하면 따라 나가고. 
엄 : 여길 알게 되기 전부터, 한적한 곳으로 주거를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서울 토박이라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데 좋은 체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주변 환경도 너무 좋고, 가볼 곳도 많아서 만족하고 있다. 
전 : 처음에 모집글을 보고 이거 정말인가 의심했다. 조건이 너무 좋아서. 비슷한 업계 사람들이 모인다니까, 사람들과 교류하며 공유하는 것. 이것 자체가 목표고 기대하는 바였다. 또 이 체험 프로그램의 목적에 부합하는 시간을 보내고 가고 싶다. 내가 살아낸 결과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오고 싶도록. 그런 면에서 이곳의 환경과 사무장님의 배려는 정말 완벽하다. 

‘남해로 아예 귀촌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 솔직히 해보셨을 것 같은데
여 : 맞다. 하지만 언제나 일자리가 문제인 것 같다. 프리랜서는 정말 불안정한 직업이다. 아무래도 도시보다는 일감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솔직히 망설여진다.
김 : 마찬가지다. 회사들은 수도권에 다 몰빵되어 있다. 디지털 노마드, 프리랜서…자유로운 영혼일 것 같지만 정말 잘 나가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먼 곳에서 무리 없이 일감을 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래에는 세상도 변하고, 나도 성장하겠지만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걱정이 많이 된다.
엄 : 원래 귀촌을 고려하고 있어서 그런가,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고정수입을 얻을 기회는 적어지겠지만 또 뭔가 새로운 걸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두근두근하다. 오는 금요일에 남명초를 방문해서 아이들에게 IT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는데, 이런 식으로 지역과 연결되는 접점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IT뿐 아니라, 세대격차를 줄일 수 있는 아이템들을 개발해보고 싶다. 
전 : 홀홀단신으로 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체험처럼, 남해가 개발자들에게 열려 있음을 보여주고 우리가 그 첫 스타트를 잘 끊으면, 앞으로 이곳이 한국의 우붓(전세계 개발자들이 모이는 발리의 마을)이 되지 말란 법 없지 않나. 자연과 환경은 이미 갖추어져 있으니, 사람들이 와서 문화를 만들면 된다. 거기에 함께 할수 있으면 참 뿌듯할 것 같다. 

한달살기가 이제 일주일 남았다.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으신지
여 : 카페들을 좀 둘러보려 한다. 엄마 추석선물을 남해 특산물로 드리고 싶어서 이따 오후에 읍에 나가볼 생각이다.
김 : 계획은 딱히 없고, 곧 끝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이런 체험 프로그램이 지속되면 좋겠다. 
엄 : 보리암에서 일출을 보고 싶다. 사무장님과 이야기하며 장기로 머무를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  
전 : 나도 계획은 없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의 첫 참가자로서, 마지막까지 잘 살아내고 가겠다.

남구체험휴양마을의 김강수 사무장은, 참가자를 모집하면서 ‘실험’이라고 말했다. 휴양하며 하던 일도 계속해야 하는 참가자 입장과, 남해에 활력이 생기길 바라는 초청자 입장이 접점을 찾아 이후 어떤 형태로의 상상도 가능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취지를 담았다고 한다. 실험의 결과는 성공적이었을까?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오늘 만나본 청년들의 표정과 말에서, ‘실험목표 달성’ 그 이상의 무언가가 그들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듯 했다. 그건 바로 ‘가능성’과 ‘설렘’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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