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한달 지내보니 어떠신가요?”
“남해, 한달 지내보니 어떠신가요?”
  • 최윤정 인턴기자
  • 승인 2020.09.25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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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한달 살러 온 청년들
남해군과 남구체험휴양마을이 IT청년들과 실험하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
참가자들이 머물고 있는 남구체험휴양마을 시크릿바다정원 활성화 센터
참가자들이 머물고 있는 남구체험휴양마을 시크릿바다정원 활성화 센터
남구체험휴양마을 김강수 사무장
남구체험휴양마을 김강수 사무장

누구나 한번쯤은, 노트북 하나 달랑 끼고 훨훨 떠나는 상상을 해 보았을 것 같다. 노트북과 책상, 와이파이만 있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 그들이 지금 남해에서 한달동안 살아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남해군이 지원하고, 남면 상덕권역 남구체험휴양마을이 진행하고 있는 ‘남해바다 디지털 홀리데이’프로그램 1차 참가자 13명 중 4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늦었지만 남해에 오신걸 환영한다. 소개를 부탁드린다
여 : 서울에서 왔고, 개발자다. 개발자가 되기 전에는 미학과 프랑스 문화를 소개하는 글을 써서 투고하는 일을 했다. 취미로 웹툰도 그리고 있다. 
김 : 대학생이고, 휴학한 상태다. ‘42서울’이라는 아카데미에서 코딩 공부를 하던 중 SNS에서 남해 한달살이 모집글을 보고 지원해서 오게 됐다.
엄 : 6월까지 서울에서 회사를 다녔는데 그만두고 지금은 창업 준비중이다. 서울살이와 코로나 모두에 지쳐서 지방에서의 기회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마침 이곳을 알게 되어 바로 신청했다. 
전 : 개발자가 되려고 공부 중이다. 원래 러시아어를 전공했는데, 개발에 흥미가 생겨서 배우고 있다. 이곳에서는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 팀이랑 온라인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남해에 오신지 3주가 지났다.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여 : 산책하고, 코딩한다. 조금 걸어가면 잉어빵이랑 옥수수를 파는 트럭이 있는데, 거길 다녀오는 게 하루 일과 중 하나다. 주말에는 사무장님이 렌탈한 차를 타고 양모리학교랑 이락사도 가보고, 남해 구경도 다니고 있다. 
김 : 처음엔 거의 독서실처럼 틀어박혀서 공부만 했다. 친구들은 다 취업했는데 나만 뒤처진 것 같아서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그랬는데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주변 환경이 너무 힐링이다보니 조금씩 느긋해져서 요즘은 약간 공부에 손을 놓은 것 같다. (웃음) 지난 주말에 서핑을 다녀왔는데 또 가고 싶다. 
엄 : 오늘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외주가 있어서, 이거 해 놓고 낚시를 갈 예정이다. 대부분 낮에는 각자 할 일을 하고, 저녁 느즈막히 되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늦게까지 수다가 이어진다. 그러다보니, 매일 아침 하기로 마음먹었던 운동을 세 번밖에 못했다. 내려올 때 서울에서 7시간 걸려 산악오토바이를 타고 왔는데, 이동수단이 있으니 이곳저곳 다녀보고 있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전 :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랑 원격으로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 외엔 형들이랑 티큐브마트에서 장 봐와서 맛있는걸 해서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근처 아난티 뒤쪽 바닷가 산책을 하거나, 카페에서 일하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어제는 물회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 곳에 한달 살러 오면서 기대했던 점이 있었다면?
여 : 자연, 그리고 사람간 완벽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대하고 왔는데 기대 이상이다. 대도시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사람 간 거리가 너무 좁지 않나. 여기는 그런 면에서 숨이 트이는 기분이 든다. 가지고 내려온 프로젝트도 끝냈고, 지금은 웹툰 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 처음엔 남해를 즐길 생각보다 진짜 공부만 할 작정으로 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형, 누나들이 하는 걸 보면서 공부 계획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내일은 이걸 해야지, 하는게 없어졌다. 사람들 하는거 보고 배우고, 같이 하면 훨씬 재밌으니까. 또 어디 나간다 하면 따라 나가고. 
엄 : 여길 알게 되기 전부터, 한적한 곳으로 주거를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서울 토박이라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데 좋은 체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주변 환경도 너무 좋고, 가볼 곳도 많아서 만족하고 있다. 
전 : 처음에 모집글을 보고 이거 정말인가 의심했다. 조건이 너무 좋아서. 비슷한 업계 사람들이 모인다니까, 사람들과 교류하며 공유하는 것. 이것 자체가 목표고 기대하는 바였다. 또 이 체험 프로그램의 목적에 부합하는 시간을 보내고 가고 싶다. 내가 살아낸 결과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오고 싶도록. 그런 면에서 이곳의 환경과 사무장님의 배려는 정말 완벽하다. 

‘남해로 아예 귀촌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 솔직히 해보셨을 것 같은데
여 : 맞다. 하지만 언제나 일자리가 문제인 것 같다. 프리랜서는 정말 불안정한 직업이다. 아무래도 도시보다는 일감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솔직히 망설여진다.
김 : 마찬가지다. 회사들은 수도권에 다 몰빵되어 있다. 디지털 노마드, 프리랜서…자유로운 영혼일 것 같지만 정말 잘 나가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먼 곳에서 무리 없이 일감을 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래에는 세상도 변하고, 나도 성장하겠지만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걱정이 많이 된다.
엄 : 원래 귀촌을 고려하고 있어서 그런가,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고정수입을 얻을 기회는 적어지겠지만 또 뭔가 새로운 걸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두근두근하다. 오는 금요일에 남명초를 방문해서 아이들에게 IT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는데, 이런 식으로 지역과 연결되는 접점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IT뿐 아니라, 세대격차를 줄일 수 있는 아이템들을 개발해보고 싶다. 
전 : 홀홀단신으로 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체험처럼, 남해가 개발자들에게 열려 있음을 보여주고 우리가 그 첫 스타트를 잘 끊으면, 앞으로 이곳이 한국의 우붓(전세계 개발자들이 모이는 발리의 마을)이 되지 말란 법 없지 않나. 자연과 환경은 이미 갖추어져 있으니, 사람들이 와서 문화를 만들면 된다. 거기에 함께 할수 있으면 참 뿌듯할 것 같다. 

한달살기가 이제 일주일 남았다.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으신지
여 : 카페들을 좀 둘러보려 한다. 엄마 추석선물을 남해 특산물로 드리고 싶어서 이따 오후에 읍에 나가볼 생각이다.
김 : 계획은 딱히 없고, 곧 끝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이런 체험 프로그램이 지속되면 좋겠다. 
엄 : 보리암에서 일출을 보고 싶다. 사무장님과 이야기하며 장기로 머무를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  
전 : 나도 계획은 없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의 첫 참가자로서, 마지막까지 잘 살아내고 가겠다.

남구체험휴양마을의 김강수 사무장은, 참가자를 모집하면서 ‘실험’이라고 말했다. 휴양하며 하던 일도 계속해야 하는 참가자 입장과, 남해에 활력이 생기길 바라는 초청자 입장이 접점을 찾아 이후 어떤 형태로의 상상도 가능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취지를 담았다고 한다. 실험의 결과는 성공적이었을까?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오늘 만나본 청년들의 표정과 말에서, ‘실험목표 달성’ 그 이상의 무언가가 그들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듯 했다. 그건 바로 ‘가능성’과 ‘설렘’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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