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 기간이 코로나19 대확산을 막는 주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고향방문을 자제하고 대면 접촉을 줄여달라는 당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실제 발송된 여러 문자 캡처
이번 추석 연휴 기간이 코로나19 대확산을 막는 주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고향방문을 자제하고 대면 접촉을 줄여달라는 당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실제 발송된 여러 문자 캡처

코로나19 대확산을 막는 가장 큰 변수가 될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정세균 국무총리부터 시작해 각 지자체 시장과 군수는 지역 간 이동을 제한해달라는 간곡한 요청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실제 체감하는 추석 풍경은 어떨까. 남해군 내에 시댁-친정이 한데 모인 이들은 대부분 코로나19와는 무관하게 차례를 지내거나, 별도의 차례상은 차리지 않더라도 모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댁이나 친정이 타지인 경우에는 주로 시댁만 가는 경우가 많았다. 같은 지역에 시댁, 친정이 다 있는 경우일지라도 친정 부모님의 경우는 딸이나 사위에게 부담 주기 싫어 “이번은 안 와도 된다”라고 추석 한참 전부터 선을 긋는 경우가 많으나 시댁의 경우는 “그래도 제사는 지내야지. 다 가족끼린데. 승용차로 이동하는데 뭐 어때”하는 분위기가 우세한 듯하다. 신문사로 직접 접수된 사례 중 일부를 간추려 싣는다. 아래에 표기된 지역명은 ‘본가’인 시댁이 있는 곳이며, 이름은 모두 가명임을 미리 밝혀둔다.

서울시-박희주(여, 40대)
이번 추석 때 희주씨 가족은 양가 모두에 가지 않는다. 본가는 서울이고 명절 차례는 해마다 경주 큰집에서 지내서 늘 경주-서울 코스로 오갔는데 현재 시부모님이 사시는 아파트에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 중이라 시부모님이 먼저 자발적으로 ‘자녀들 방문금지령’을 내리셨단다. 그리고 친정은 “추석이 대수냐. 일단 살고 봐야지”라는 문자를 일찌감치 보내셨다고. 

대구시-여현경(여, 30대)
남해군에서 친정 식구와 함께 살고 있는 현경씨도 비슷하다. 평소 가족 모임의 미덕을 강조하시던 대구 사는 시어머니가 어쩐 일로 먼저 모이지 말자고 이례적인 선언을 하신 것. “이런 전 세계적인 난리가 있었나. 이번만큼은 정부의 방역 방침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나. 이번에는 모이지 말자”라는 내용의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셨다고 한다. 

김제시-이서방(남, 40대)
사위가 전하는 추석 풍경도 있다. 이서방은 “사정이 있어 원래 처가 모임은 잘 하지 않고, 본가 모임은 해마다 김제에서 했는데 올해는 제일 큰 형님께서 먼저 모이지 말자고 부모님께 의견을 내시고 동생인 우리들에게도 제안하셨다.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안 모이기로 결정이 났다”라고 전했다. 이어 “집안의 제일 맏형님이 먼저 운을 떼주셔 일사천리로 결정된 것 같다. 사실 이런 일은 아직 가부장제 성격이 큰 한국사회다 보니 남자 쪽인 시가에서 먼저 말해주는 게 가장 모양새가 좋은 것 같다”며 사위인 이 씨는 말했다. 

부산시-김지영(여, 30대), 이진희(여, 40대)
시부모님과 같은 지역에 살고 계신 지영 씨는 “아들이 요즘 어린이집을 못 가고 있어서 시부모님이 격주로 우리 집에 오셔서 손주를 봐주고 계신다. 이미 그렇게 자주 보는데 굳이 명절이라고 또 모일 거 없다며 추석 때는 따로 모이지 말자고 먼저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 사정이 있어 지난 8월, 시부모님이 2주 넘게 아이들을 봐주셨다는 진희 씨 또한 이번 추석 모임은 취소됐다며 “코로나19로 시부모님께서 아이들 둘을 보름간 봐주시면서 아마도 그때 고생을 좀 많이 하셨던 것 같다. 이번 추석 때 와봤자 고생이니 그냥 오지 말라고 하시는데 애들이 평소보다 좀 덜 보고 싶으셔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평소 같았으면 애들 보고 싶다며 ‘조심해서 운전해서 올라오라’고 하셨을 것”이라며 웃었다. 

속초시-은미주(여, 40대), 고성군 강윤영(여, 30대)
이번 정부의 방침과 이에 동참하는 주변 분위기에도 불구, 미주씨는 멀고 먼 시가로 떠나야 했다. 설마 했다지만 역시나, 이번 추석 역시 늘 그래왔듯 제사를 지내러 간다고. 신랑을 포함한 자녀 중 누구도 시부모님께 모이지 말자는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에 비해 미주 씨네 친정 모임은 취소됐다. 본가에서의 제사가 끝나면 친정 식구들이 모이는 것이 본래 순서인데, 친정 부모님께서는 애당초 나서서 오지 말라고 하셨다고. 
고성군이 시댁인 윤영 씨네 사정도 이와 같다. 남해와 멀지 않은 곳이라 굳이 명절이 아니어도 한 번씩 찾아뵙는다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추석 때 그 누구도 ‘방역 방침에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말을 못 꺼냈다고. 반면 친정은 멀어 명절을 포함해 일 년에 겨우 두 세 번밖에 못 보는데도 불구하고 친정 부모님께서 먼저 손사래를 치시며 모임을 취소하셨다고 한다. 윤영 씨는 “무슨 코로나가 친정집만 찾아다니면서 감염시키는 것도 아닌데 왜 친정식구들만 못 보는 건지 모르겠다. 안 갈 거면 둘 다 안 가야 하지 않느냐”며 “코로나19로 가장 고충을 겪는 이가 영세소상공인과 육아를 도맡고 있는 주 양육자가 아닌가 싶다. 어린이집 휴원, 학교 휴교, 바깥 외출 자제 등 고충을 겪다가 이 속에서 노심초사 추석 차례까지 치르자니 애들이 감기 등으로 아플까봐도 걱정된다”며 속내를 터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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