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기승으로 지난 계절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 것 같은데, 어느새 파란 하늘에 햇볕이 따가운 가을이 찾아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음껏 다닐 수 없는 지상에서의 삶에 답답함을 느꼈다면, 올 가을엔 하늘을 한번 날아보자. 태풍이 물러가고 진정한 가을 날씨를 맞은 요즘, 청년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핫플’로 뜨고 있는 남해 패러글라이딩의 김진우 팀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비대면이 키워드인 코로나19 시국속에서 패러글라이딩은 최고의 가을 액티비티인 것 같다
= 여기는 탁 트여 있지 않나. 코로나 영향을 거의 안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신혼부부들이 해외여행을 못 가니까 남해로 많이들 오는 것 같은데, 올 여름은 장마가 너무 길어서 비행을 못 한 날이 많았다. 이제 날씨가 좋아지니까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체험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해-블랙이글 패러글라이딩 소개를 부탁드린다
= 남해 패러글라이딩과 블랙이글 패러글라이딩이 연합 형태로 운영 중이다. 시작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처음에는 체험객이 하루에 한 명 있던 날도 있었다. 인터넷 홍보도 꾸준히 하고, 또 최근에 독일마을 주변에 집주인 어르신들의 허락을 받고 표지판을 달았는데 홍보 효과가 좀 있는 것 같다. 주로 체험 위주이고, 수강 프로그램은 요청은 많은데 여건이 안 되어 못 하고 있다.
패러글라이딩과 함께한 시간이 28년이다. 이 출구 없는 매력에 어쩌다 빠져드셨는지
= 아버지가 취미로 패러글라이딩을 하셨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어느 날 아버지를 따라갔는데 그날 바로 지상 훈련을 시키더라. 그때는 체험프로그램 같은 게 없어서, 일단 시작하면 훈련 들어가는 거였다. 그런데 그날, 그만 푹 빠져버렸던 것 같다. 그때부터 계속 해서 대학도 레저스포츠학과의 패러글라이딩부를 나왔다.
패러글라이딩의 매력은 우선, 똑같은 바람, 똑같은 기상이 한 시도 없다는 점인 것 같다. 일단 비행을 시작하면 매 순간이 변화의 연속이다. 질릴 수가 없다. 사람이 기분이 좋으면 ‘하늘을 나는 것 같다’라고 표현하지 않나. 바로 그거다. 여기 강사들 모두 취미로 시작했다가 빠져든 사람들이다.
그냥 둘러만 봐도 주위 환경이 너무나 멋지다. 남해가 패러글라이딩의 성지가 될 수 있을까?
= 이곳은 전국의 활공장 중 가장 높은 고도를 자랑한다. 출발지인 망운산이 해발 786m인데, 여기서부터 바다로 떨어지니까 숫자 그대로다.
하늘에 뜨면, 주변 6개 시군이 한눈에 다 보인다. 남해, 하동, 광양, 순천, 여수, 진주까지. 나는 하늘을 날고, 앞으로는 바다, 발 밑으로는 다랭이 논이 펼쳐져 있다. 이 모든 것을 온전히 누리도록 비행 시간도 충분히 길다.
일출, 그리고 노을이 질 때 패러글라이딩을 하면 정말 환상적일 것 같은데
= 체험객이 원하면 하기는 하지만, 사실 추천하지는 않는다. 비행을 하려면 바람뿐 아니라 대지의 열이 필요하다. 땅이 좀 달궈져야 더 높이 뜰 수 있다. 그래서 최적의 시간대는 오후 1시~3시다. 일출, 일몰시는 배경이 멋지긴 하지만 비행의 재미는 덜하다.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예약 당일 체험이 취소되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요새 참 예보가 안 맞는 것 같다.
서핑이나 패러글라이딩처럼, 야외에서 즐기는 체험거리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기쁘다
= 그렇다. 처음에 비해 여건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다른 활공장보다 높고, 체험시간도 긴 데다 체험객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운영하니 만족도도 높다. 다만 남해 안에서도 관광업 종사자들과 그렇지 않은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다. 우리만 해도, 군에서 찾아와 계속 잘 운영해달라 격려해주고 갔는데 정작 마을에서는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걸 그리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 착륙장에는 화장실도 없어서 인근 주민집 화장실을 빌려 쓰고 있다. 남해의 관광이 더욱 발전하려면,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약간의 호의 그리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
인터뷰를 마쳐갈 즈음에, 다음 체험객 예약 시간이 되었다며 일어서는 김진우 팀장을 따라 착륙장으로 나갔다. 때마침 한 팀이 착륙중이었는데, 마치 높이 날던 그네를 세우듯, 숙련된 강사가 탕, 탕 두 발로 땅을 딛어 가며 활주하고 그 뒤로 커다란 낙하산이 떨어져내린다. 방금 내려온 체험객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정말 좋았다. 말이 필요없고, 그냥 최고다”라며 아직 비행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을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날들은 많지 않다. 그저 이불 속에서 웅크리고만 싶은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밖으로 나서보자. 그리고 지상에서만 누리기 아까운 남해의 하늘을 비행해보면 어떨까.
(※남해-블랙이글 패러글라이딩 : 서면 남상리 1473-3 / ☎ 010-5255-6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