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발생지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도 2일에서 6일간 폐쇄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 7월 4일 여주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라운딩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골프장을 2일간 폐쇄한 경우도 있다 (사진은 현장과 무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지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도 2일에서 6일간 폐쇄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 7월 4일 여주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라운딩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골프장을 2일간 폐쇄한 경우도 있다 (사진은 현장과 무관)

A골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본지는 제보를 받고 비공개 지역 중 A골프장을 현장 취재했다. 지난 18일 오전 7시 29분경 A골프장의 프론트 정문에서 현장을 살폈다. 군 보건당국은 지난 17일 이 시설을 전면 폐쇄하지는 않고 여러 사람들이 투숙해 있는 상황에서, 경주75번 확진자인 K씨의 동선만을 따라 오후 7시 30분경 시설 내 체류ㆍ이동선을 따라 방역 조치했다. 이후 12시간 동안 K씨의 동선 내 접근이 차단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K씨가 묵었던 객실과 이동했던 로비, 골프 대기실(스타트하우스), 사우나&파우더 룸 등을 방역조치했고 K씨가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식당은 방역 대상에서 제외됐다. K씨의 동선과 객실, 골프 스타트룸은 개방 전까지 이용이 중단됐다. 투숙했던 사람들은 K씨의 동선이 아닌 곳으로 둘러서 골프장 필드로 이동하고 복귀했다. 방역 조치 후 12시간이 지난 18일 오전 9시부터 이 골프장은 영업을 재개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확진자 나타나면 대부분 ‘폐쇄’

코로나19 ‘경주75번 확진자’가 A골프장에서 1박을 하고 락커를 이용하고 스타트하우스를 드나들면서 골프를 즐겼던 지난 12일과 13일, 그때 그와 함께 이 골프장을 이용한 군내 골퍼들과 주민들, 관광객들은 이 사람이 코로나19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식당 등 소규모 시설과는 달리 이 골프장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규모 시설인데 이 때 이미 일부 또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어 코로나19 잠재기를 겪고 있을 가능성은 아예 없는 것일까?     

K씨의 동선만 봐도 지난 12일 당일 오후 1시 이 업소에 체크인 해서 객실과 로비, 골프장을 오가면서 락카와 스타트하우스, 사우나와 파우더룸을 이용하고 캐디를 비롯해 골퍼들이나 다른 이용자들과 직간접적으로 빈번하게 접촉했을 것이다. 식당은 이용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곳으로 들고 나는 사람들에게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어떻게 장담할까? 
이런 상황들을 감안한다면 지난 17일 K씨가 코로나19 확진자임이 밝혀졌을 때 군 방역당국이 취한 조치에 대해 어떤 군민이 인정하겠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8월 26일 김해시청은 확진 판정을 받은 김해시 산하 지방 공기업 사장이 다녀간 사실을 파악하고 오후 1시께 청사 본관, 별관, 김해시의회 등을 잠정 폐쇄했다. 또 지난 7월 4일 여주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3일전인 지난 7월 1일 여주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골프장을 이틀간 폐쇄 조치했다. 또한 지난 8월 31일 충남 서산시의 경우, 서산공군체력단련장에서 닷새 전에 골프를 쳤던 60대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6일간 폐쇄한 사례도 있다.  

A골프장에서 골프 치던 주민들 뒤늦게 알고 ‘화들짝’ 
주민들 “왜 폐쇄 안했지? 봐준 거 아냐?”

아직까지는 코로나19 청정지역임을 자부하는 대다수 남해군민들은 코로나19 감염 대응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 A골프장에 대한 군 방역당국의 느슨한 조치와 관련해 군민들은 “확진자가 다녀갔고 아무 거리낌없이 활보하고 다녔는데 그 사람이 움직인 동선만 방역한다고 코로나 확산 위험을 잡았다고 자신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가 만난 사람이며 함께 움직인 사람들, 가까운 거리에서 움직였던 사람들, A골프코스장 및 실내(클럽하우스 등)에서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심지어 일부 군민들은 “군 보건당국이 골프장과 협의해 골프장의 영업을 위해 군민의 안전을 내팽개친 것 아니냐. 폐쇄하면 골프장 영업에 차질이 생기니까 봐 준 것 아니냐는 말”이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한 일부 주민들은 코로나19 ‘경주75번 확진자’의 동선상에 나타난 방문지의 공개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한 주민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 이곳 골프장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남해군민에게는 정작 알리지도 않고, 짧은 시간 식사만 하고 간 B식당만 군민에게 안내문자를 보냈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한 코로나19 확진자 K씨가 이 A골프장을 다녀갔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은 골프장 이용자들도 화들짝 놀라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왜 우리에게는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건지 이해가 안된다. 군에서는 당연히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항변했다. 

경주75번 확진자 K씨의 동선 공개와 관련해 보건소 관계자는 “확진자 동선 공개는 방역 원칙에 따른다”며 “확진자가 방문한 음식점이나 호텔 등 시설에 대해, 모든 방문자의 명단과 체류시간, CCTV 등 필요자료를 확보해 방문자와 동선이 확실히 <파악되고> 방역조치와 검사가 가능한 경우에는 검사관의 판단에 따라 <비공개>한다.”고 설명했다. 
확진자와 관계자들의 모든 것이 파악되고 검사나 치료를 권고하거나 신병을 확보할 정도로 <통제 가능한 경우>라면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면 B식당의 경우 공개한 이유를 묻자 보건소 관계자는 “이것도 방역원칙에 따라 B식당 출입자의 신원과 명단, 체류시간 파악이 불분명해서 이곳 출입자들에게 검사를 권고하고 조속히 코로나19감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우리 남해지역의 코로나19 감염 확산 예방과 방어를 위해 온 군과 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식당 등 소규모 시설에 대한 경계와 대응은 철저히 하면서도 A골프장과 같이 비교적 많은 인파가 모이는 대규모 시설에 대해 느슨하게 대응한 군 방역당국의 조치가 과연 적절했는지 군민들은 궁금해 한다. 

코로나19의 공격으로부터 계속 청정한 남해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일선에서 고생하는 방역당국 뿐 아니라 온 군민의 정보 공유와 총의를 모으지 않으면 완전 방어는 불가능하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나 체류 사건이 생겼을 때 온 군민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방역 대처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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