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지난 봄 여름 땀 흘려 이룬 풍요로운 결실을 함께 축하하고 나누는 자리다. 멀리 떨어졌던 가족 친지가 한데 모이는 명절이 다음 주로 다가왔는데도 매년 오는 추석 같지가 않다. 올해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다른 추석이 될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국내에 본격 확산된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이다. 포스트 코로나 추석 풍경은 우선 멀리 있는 친인척이 한데 모이는 건 피하고 함께 성묘하고 차례를 지내는 것도 자제하고 모이지 말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고 모두가 동참해 방문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회적 분위기다. 바이러스의 공포에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게 된 추석의 풍경은 씁쓸하고 서글프다.

해마다 경향 각처에 흩어져 살던 집안 형제들이 추석을 앞두고 고향 선산에 모여 벌초를 한다. 조상들의 머리와 손, 발톱을 정성껏 깎아드리고 나서 큰절을 올린 뒤 읍내 음식점등지에서 남해의 싱싱한 맛있는 가을 전어회를 맛보고 가는 풍경이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고향 남해를 가야 하는 일이 때로 귀찮고 성가시긴 하지만 벌초가 아니라면 산다는 핑계로 자꾸 미루게 되는 고향 방문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우리 남해는 평장묘원을 만들어서 옛날같이 온 산을 다 찾아가는 어려움이 없긴 하지만 집안별로 평장묘원, 이장하지 않은 묘지 벌초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그런 모습도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다. 하긴 이런 연례행사처럼 치러야 하는 벌초 횟수도 점차 줄어들게 분명하고 어쩌면 벌초는 현세대가 끝나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묵은 관습이 될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추석 풍경은 우리 남해의 완연한 옛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추석 전 장날이다. 추석 명절만 되면 고향을 찾아온 향우와 부모, 형제자매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남해사람들의 자취와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남해 읍시장이다. 

추석장날 대목장날은 시장에 점포에서 파는 물건보다 외지에서 온 상인들의 좌판에서 더 새로운 물건, 남해에서 나지 않는 어떤 물건들이 선보일까 하는 호기심에 평소 시장을 찾지 않던 사람들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장날은 노점 볼거리가 풍성하다. 사람구경, 물건구경, 흥정구경, 추석장날 만큼은 없는 게 없는 곳이라는 느낌이다.
추석장날은 풍요, 낭만, 따뜻함을 품고 있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붕어빵, 국화빵, 다른 한쪽에서는 도너츠와 호떡 등도 맛보는 날이기도 하고 얼큰한 순댓국, 칼국수, 팥죽 등이 입맛을 당기는 특별한 장날이다. 평소에는 체면 때문에 서서 먹기 힘들었던 것도 대목 추석장날만은 자연스럽게 시장 한쪽에 서서 친구들과 아니면 지인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맛보는 날이기도 하고 요즘은 찾기 힘든 대장간에서 만든 낫이나 호미도 구경할 수 있는 날이다. 

추석장의 최고 인기 코너는 누가 뭐라 해도 어종을 파는 수산물 코너다. 남해사람이면 누구나 어릴 때부터 맛들인 조개, 홍합, 요즘엔 가리비조개, 한쪽에서는 남해서 나는 멍게, 해삼과 전어, 장어 등 남해바다에서 잡히는 다양한 어종의 전시장 같은 곳이 읍시장의 수산물코너다. 

어릴 적 들었던 옛날 얘기도 들을 수 있는 곳이 추석 대목장이다. 좌판과 점포 어느 곳을 가도 젊은이 보다 나이 지긋한 사장님들이 더 많이 보이다 보니 지금장날은 옛날 같지 않다는 얘기 등 다양한 얘기들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듣는 곳이 추석장날이다.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고향과 같은 곳, 모레 27일 추석 대목장날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 올지 매년 다가오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하면서 사람이 많이 모여도 걱정, 한편으론 거리두기로 사람 없는 추석대목장을 보는 건 아닌지 이래도, 저래도 걱정이 된다.

올해 추석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삶에 지친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정(情)을 조금씩만 나누어 채워주는 그래서 환한 보름달을 올려다보는 모두의 마음이 희망으로 가득 차서 다시 힘차게 뛸 수 있는 뜻 깊은 추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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