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출신으로 생산·제조·체험이 결합한 6차산업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있어 만났다. 화제의 인물은 지난 1월 전북 고창군 소재의 상하농원 대표로 취임한 류영기 향우다.

류 대표는 1961년 남해군 설천면 진목리에서 출생했다. 전남대 식품가공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발효공학으로 석사를, 연세대에서 생명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식품기술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식품산업에서 현장 중심의 실력자이자 마케팅 전문가로 손꼽힌다. 류 대표는 설천면 진목리 출신 류병준 재경향우의 장남으로서, 자연의 소중함과 인간과 자연공존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며 살아왔다.

류 대표는 상하목장 책임자가 되기 전 유기농 회사인 풀무원에서 오래 근무했다. 1988년 공채 1기로 입사해 풀무원 R&D센터장, 풀무원(B2C)·푸드머스(B2B) 마케팅&구매본부장, 부사장(E2), 매일유업 사외이사, 풀무원 상근자문, 동반성장위원회(적합업종) 위원, 신안산대 겸임교수로 일해왔다. 고창군 생명산업발전자문위원으로 현재 상하농원이 위치한 고창군을 위한 발전에도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류 대표는 상하농원 대표에 취임한 소감으로 “6차산업이 미래산업의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6차산업의 실현가능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곳은 상하농원이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풀무원에 공채 1기로 입사해 30여년간 근무하며 부사장까지 오른 인물이 상하농원 대표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며 ‘6차산업 도전’이라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상하농원은 농산물을 생산 또는 수집해 유통시키고(1차), 농원 내 공방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식품을 제조(2차)하는 한편 농원을 방문한 이들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3차)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상하농원의 6차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상하농원의 과일공방은 지역 농가에서 엄선한 유기농 과일을 이용해 장인의 고집스러운 방식으로 잼과 청을 만든다. 이때 각종 첨가물인 합성보존료, 인공색소, 인공향료를 사용하지 않아 자연의 영양분이 살아있어 고객들이 신뢰하고 좋아 한다. 또 발효공방에서는 유기농 콩과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해 1000일을 발효 숙성한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상하농원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고급 브랜드로 불린다.

류 대표는 농촌이 직면한 현실을 직시하며 상하농원 모델에서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는 “미래 농촌은 젊은이들이 없어서 점점 피폐해질 수 있다. 세대가 변하면 농촌은 빈집 투성이가 될 수 있고 정부가 토지를 매입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농촌이 상하농원처럼 됐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가 이처럼 판단하는 이유는 상하농원이 있는 고창의 경우 도시에서 떨어져 있음에도 생산, 제조·가공, 문화체험 등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농원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지역의 일자리도 늘어나고 농가소득도 증가하는 선순환구조를 말한다.

류 대표는 상하농원이 구현하고 있는 6차산업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네덜란드에 가면 목장에서 치즈를 상품화하고 목장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있지만 생산, 제조·가공, 문화체험을 모두 할 수 있는 곳은 상하농원 외에는 전 세계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반영하듯 상하농원은 코로나19 시대에도 방문객과 매출이 늘고 있다. 개장 4주년이 된 상하농원은 개장 첫해 1만명이던 방문객이 올해는 10여만명을 훌쩍 넘었고 각 시즌별 행사를 코로나19를 반영해 가족단위로 농원을 거닐며 자연을 배우고 즐기는 행사로 운영되는 10월 할로윈 행사가 준비 중이다. 향후 사업전략에 대해서는 그는 “그동안에는 명품 전략과 시그니처 전략을 사용해왔지만 향후에는 고객들과 같이 나눌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라며 “아무리 좋은 제품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고객들이 찾지 않는다. 현실적인 가격대로 낮추면서 회원제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상하농원 안에는 ‘짓다, 놀다, 먹다’라는 3대 테마에 맞는 시설들이 고루 있다. 유기농 원유의 건강함을 지키기 위한 시범 연구를 진행하는 친환경 유기농 시범목장과 햄·발효·빵·잼 등을 만드는 4개의 공방(工房), 옥수수·벼 등을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하는 논밭이 있다. 공방 옆에는 빵과 소시지, 치즈 등을 직접 만드는 체험 교실과 닭·돼지를 키우는 우리와 착유실도 있다. 농원식당과 상하키친, 파머스 빌리지와 야외 수영장은 ‘놀다’와 ‘쉬다’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상하농원에는 매일유업이 지금도 매년 큰 규모로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지금의 가능성을 확인하기까지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의 용기와 창의,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상하농원이 없었을 것이다.
전체 직원 128명 가운데 대부분이 인근 전북 고창군민이다. 현지 고용창출에 기여한 것이다. 매월 고창군수 및 경제산업담당관과 만나 협조방안을 긴밀하게 협의한다. 올해 고창 수박을 수도권에 집중 유통시키고 수박쥬스 음료를 개발 판매했고, 고창 식초와 김 등을 공동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고창군 사물놀이, 판소리 등 국악행사와 농·축산 관련 기술지원도 한다.

류 대표는 “앞으로 상하농원 내에 전시관, 미술관을 짓고 6차산업 관련 교육 등을 하며 농촌 신지식인을 양성하는 스마트 사관학교 같은 것을 계획하고 있다. 농축식품 판매를 늘리고 체험융합공간 등을 보강해 내실(內實)도 더 다져야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류 대표는 농업에 대한 기존 관점을 바꾸면 농업에도 가능성이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농식품 가공기술과 농촌 현지의 연계로 가공산업을 키우고 체험과 연계한 판매, 이커머스를 통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6차산업의 성공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류 대표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우리의 고향 남해에도 새로운 농업의 싹이 트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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