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양 우 준 (76세, 서면)
농민 양 우 준 (76세, 서면)

저는 1946년생 76세 서면에 농사를 짓는 농부입니다. 
가난해서 큰 농사는 못 짓고 대다수의 농부들과 비슷하게 이 논 저 논 합쳐서 1200평 남짓 땅에 자그맣게 벼 농사를 오랫동안 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들의 시골 농촌살이가 그랬듯이 풍족하지도 못하고 대부분 어렵고 가난했지요. 옛날 시골엔 의료시설이 거의 없어 병원이 뭔지도 모를 시기에 아파도 치료도 제대로 못 받았고 의료혜택을 못 받으니 제대로 살지 못하고 사망하는 형제, 자매들도 있었어요. 제 가족 이야기를 좀 하면 큰 형을 잃어도 관공서에 사망신고도 할 줄 몰랐고 이러는 사이 다음 동생이 태어나 큰 형 사망신고도 못한 채 동생을 키웠으니 동생이 형 대신 삶을 사는 듯한 어렵고 기구한 생활을 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이 그랬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손바닥 만한 밭엔 고구마 등 작물을 심어 먹었는데 대부분 작물보다 풀이 더 웃자랐고 척박하기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농사짓는 하루하루를 흉작이 들지 않기를 바라는 불안한 심정으로, 매년 먹고 살 식량이 부족하지 않도록만 해 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어렵게 농사를 짓습니다.

매년 태풍 피해로 농민들은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올해에는 긴 장마와 함께 장미,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이름도 생소한 태풍이 짧은 기간동안 4개나 우리 지역을 찾아와 태풍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심합니다. 특히 태풍 마이삭이 왔을 땐 벼 논 피해가 컸습니다. 농사가 어떻게 될지 막막하고 우리를 비롯해 태풍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없는 농가들은 앞이 캄캄할 지경입니다. 

정말 기가 막히는 건 태풍 피해가 심각한데도 논의 피해면적 지원 기준이 1800평이라서 저처럼 1300평 남짓 되는 소농들은 구제를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1800평 이상이면 중ㆍ대규모 농사를 짓는 대농들인데 대농들은 지원을 받고 다수의 소농들은 구제받지 못한다는 게 정상적인 국가 정책인지 묻고 싶습니다. 소규모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대다수이고 그 해 먹고 살 식량을 자급자족하기 위해 정말 뼈빠지게 농사에 임하는데 어디서 만든 기준인지는 모르지만 기준 면적 이하라고 소농들을 구제 못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먹고 살라는 말입니까. 

많은 농사를 짓는 중ㆍ대농들의 피해도 없지는 않겠지만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농사짓는 소농들은 그 해 농사 망치면 굶을 수 밖에 없는 지경입니다. 소농들의 현실적인 상황을 헤아려 태풍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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