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궤 어촌계장
차성궤 어촌계장

‘여섯시 내고향’ 방송의 힘일까. 아니다. 남해 갈화왕새우를 키워낸 어민의 힘이다. 
코로나19팬데믹의 여파로 가을철 대표 먹거리 축제로 자리매김하던 갈화 왕새우 축제는 전면 취소되고 새우 판매행사로 축소해 진행한 갈화마을의 이야기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도 여전히 재택근무는 먼 나라 이야기이고, 주5일제 시행마저 제대로 안착되지 않은 시골 남해군에서 비대면 선진적 판매의 모범예시로 대두되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로 판매행사를 진행해 더 놀라운 광경을 자아낸 갈화왕새우 판매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고현면 남서대로 2927번길 72, 주소를 찍고 향하면 굽어진 시골길과 새우양식장을 지나 갈화항에 당도하게 된다. ‘드라이브 스루-여기서 접수, 계산하세요’라는 입간판이 안내를 알리며 그 길을 따라 천천히 운전해가면 등록원부 작성과 함께 친절한 청년이 주문을 받는다. 계산이 끝나면 즉석에서 싱싱한 왕새우를 뜰채로 떠서 아이스박스에 아이스팩을 깔고 담아 차에 실으면 끝나는 시스템이다. 별다른 양념이나 비법 없이도 구워 먹거나 쪄먹거나 그 무엇을 하더라도 1차적인 조리과정을 거침과 동시에 ‘맛있다’를 연발하는 새우만큼이나 심플한 판매시스템이다. 지인이나 가족에게 선물로 맛과 영양가득한 새우 택배를 보내고 싶을 경우에는 남해군청 쇼핑몰 ‘남해몰’을 이용해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주문이 어려운 분을 위해 현지 판매장에서도 바로 택배신청을 할 수 있었다. 이 경우엔 잠시 차에서 내려야 한다.
택배신청 때문에 차에서 내리면 곧장 ‘잠시 멈춤 캠페인-2미터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30초 손씻기, 기침예절’ 등이 적힌 큼지막한 입간판이 먼저 반긴다. 마스크를 쓴 채 등록원부를 작성하고 택배주문을 위한 주소작성과 연락처 기재, 계산하고 나오면 된다.

코로나19라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지난 8월 7일부터 갈화흰다리새우를 판매하기 시작한 갈화어촌계.
차성궤 어촌계장은 “갈화어촌계 100여 어가가 모여 21헥타르의 축제식 새우양식장에서 남해의 청정 바닷물을 이용한 자연수를 보충해 친환경으로 키워온 새우다. 4월부터 8월까지 정성으로 키운다. 이 새우들은 매년 이맘때부터 10월말경까지 판매를 이어가는데, 제 아무리 코로나19라도 철이 분명한 ‘생물’이다 보니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에 ‘드라이브 스루’를 직거래 판매에 도입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갈화 새우에 달린 사람들은 비단 100명의 어촌계원만이 아니었다. 어촌계원이 아니어도 참여하는 마을 주민 50명이 더 있었으며, 이 판매행사를 위해 마을부녀회원들도 총 6개조로 나눠 매일 6~7명씩 참여해 적극적으로 새우 홍보에 나섰다. 현장을 찾은 날에는 고현면사무소에서도 발 벗고 나서 돕고 있었다. 
한 부녀회원은 “2017년부터 왕새우축제를 시작해 이제 자리매김하려던 찰나에 몹쓸 코로나 때문에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며 “여기서 직접 먹고 맛있어서 더 사가던 작년 축제에 비하겠느냐. 이 바다를 배경으로 보며 구운 새우, 찐 새우, 새우라면까지 맛볼 수 있어 참 낭만적이었는데 올해는 너무 아쉽다고 오시는 분마다 과거의 추억담을 꼭 들려준다”고 말했다.

9월 8일까지 총 판매량 12톤
2억 5천만원어치 판매…택배주문 이어가

그렇다면 판매량은 어떨까. 9월 8일까지 총 12톤, 2억 5천만원어치를 판매한 갈화흰다리새우는 약 50톤 정도 생산되므로 아직 팔 새우가 남아있다. 차성궤 어촌계장은 “새우라는 소재 자체가 워낙 좋다 보니 이 시국에서도 팔리는 것 같다. 드라이브 스루의 경험에서도 또 한번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여기는 들어오는 입구가 분명해 출입자파악이 잘 되고 판매장은 트인 바닷가 야외다 보니 코로나19예방에 적격한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먹고 가면 안 되느냐는 요청이 워낙 많았기에 벌써부터 다음 축제가 기다려지는 게 모두의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새우 택배 문의: 갈화어촌계 주문 m.010-6551-6536, 010-6415-2913/ 남해몰 고객센터 ☎070-7717-0193 )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