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연초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어디에 살든, 어디를 가든 향유하고 있던 일상의 '자유'를 송두리째 빼앗아 가고 경제, 사회, 문화, 생활 패턴을 모두 바꿔 놓았다. 문제는 충격이 언제 끝날지 장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코로나 시대 여행의 현실
지금 이 순간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고 여행이 그리워 지는 건, 새로운 시작을 제공해주던 의식이 사라지고, 삶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게 해 줄 장치가 사라졌기 때문이고 잔뜩 움츠린 우리의 감각들을 소생시켜줄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말대로 ‘결정적 순간(critical moments)’을 발견하는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나간 출국자 수는 총 2900만명에 달했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 시기에 이들 중 일부만 남해여행으로 방향을 틀어도 커다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여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이야말로 남해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찾아올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 남해를 처음 찾는 이들에게 어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향후 남해를 지속적으로 찾아오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 여겨진다.

남해관광의 특별함
지난 6월 한국관광공사가 올 1월20일부터 5월30일까지의 국내 관광객 이동패턴과 행동변화를 SKT와 KT의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19 시대의 관광 트렌드를 찾아냈다. 새로운 관광 트렌드는 근거리, 야외활동, 가족단위, 자연친화 등이었다. 세계적인 여행 플랫폼인 에어비앤비가 내놓은 코로나 이후의 트렌드 분석도 비슷한 맥락을 담고 있다. 깨끗하고 사적인 전용공간을 찾으려 하고, 도시에서 벗어나길 원하고,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며,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다.

위기 속 기회라고 했던가. 청정 남해는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에 의해 오히려 더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우선 남해의 이미지는 자연이 살아있다는 인식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수도권에서는 멀리 있지만 대전·대구·광주 등 지방대도시에서 2, 3시간 거리, 진주·순천·창원 등에서는 1, 2시간 만에 접근할 만큼 가깝다. 특히 바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도시에서 벗어나 산과 바다의 대자연 속에서 힐링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는 곳이다. 

남해입현간척지의 갈대숲과 철새들, 내산의 바람흔적 미술관, 돌창고 미술관으로 변한 마을의 오래된 창고, 서면 장항해변의 숲과 카페촌, 남면의 섬이정원등 조금 색다른 경험을 즐기는 젊은 층의 수요에서 볼 수 있듯이 코로나 이후에는, 생소하지만 특별한 곳들이 주목받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에 따라 기존관광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받던 작은 지역도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남해보다 다른 지역에서 더 유명한 심천마을의 피자집과 같이 소규모 자영업자로서 지역에서 활동 중인 로컬 창업자들도 얼마든지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남해 곳곳의 숨어 있는 보석 같은 곳을 발굴해서 적극적인 기반시설과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 CNN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관광의 형태를 영원히 바꾸거나, 더 나은 관광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느리고 사려 깊은 관광, 지역 사회와 거주민에게도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지속가능한 관광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여행의 끝에는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여행은 이제 단순한 먹거리, 볼거리가 아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더해 정신적인 품격 함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공감하면서, 이름 없는 들꽃과 같이 자연스러움을 지키고 있는, 알려지지 않은 남해바닷가의 평범한 길들이 남해여행 오는 나그네들에게는 꼭 외국을 나가지 않아도 남해만 왔다가더라도 도미니크 크레지아크 프랑스 교수가 말한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고 창조적 사고 능력을 키우고 달성”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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