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최 봉 춘 (창선면 지족리)
농민 최 봉 춘 (창선면 지족리)

맷돌호박의 위대한 경이로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농사를 지으며 이러한 생명의 대담함을 느끼면서 우리 인간이 호박의 1/100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아간다. 나 자신이 지혜롭지 못했을 부분은 무엇인지를 생각, 또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올해 내 인생 처음으로 호박농사를 지었다.
단호박을 4월1일, 5일, 10일 노지에 정식해 6월에 수확을 마쳤다. 이후 맷돌호박은 4월 25일 노지 500평에 국한해 멀칭도 하지 않고 정식해 9월5일 수확, 9월7일 타군 맷돌호박 작목반에 위탁해 3kg이상 가격은 1kg당 800원에 전량 판매하기로 했다.

농장주인인 나는 하루에 한 두 번은 꼭 밭마다 둘러보고 작물들이 잘 자라는 모습과 무엇을 해주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 연구에 연구를 더하고 있다.성장과정이 빠르고 광범위한 맷돌호박의 자라고 뻗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내가 어린 시절 풋호박, 늙은 호박과는 그 비교가 안될 만큼 잎사귀마다 새끼 줄기가 나오고 또 나오고 끝이 없는 것을 보았다. 한 포기의 호박이 30평도 모자랄 만큼 왕성하게 자라는데다, 어쩌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고 수정이 되면 하루가 다르게 열매가 크고 있었다. 호박 밭은 항상 노란 꽃으로 물결을 이룬다. 수꽃이 너무나 잘 핀다는 사실을 다른 호박에서는 볼 수 없다. 호박은 30일 이내에 자기 몸의 크기가 다 자란다.

최소 10킬로 이상의 무게를 지닌 맷돌호박, 같은 호박을 두 군데서 모종을 구입해 심었는데 그 중 한 종이 줄기가 너무 왕성하며 호박이 많이 열리지 않고 크기도 작고 잎사귀마다 새끼줄기가 나오면 거기에는 호박도 열리지 않고 줄기에 너무 많은 수분과 거름이 낭비 된다는 사실이다. 호박의 열매가 자라면서 자세히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열매의 배꼽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 아니면 비스듬히 옆으로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맷돌호박은 열매가 맺히고 꽃이 피고 수정이 되면 모양이 일반 애호박과 별 차이 없이 7일이 지나면 모양이 점차 납작해지면서 자란다. 이때부터 이 위대함이 시작되는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밤낮 없이 돌고 돌아 배꼽이 하늘을 향하고 돌다가 걸리고 걸리면 그대로 비스듬히 익어간다. 맷돌호박은 일반호박보다 무게가 비교가 안될 만큼 무겁다. 보통 호박과 같은 크기라고 해도 그 무게를 재어보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아 큰 맷돌호박, 속이 꽉 찬 맷돌호박의 경우는 어지간한 여자의 힘으로 칼질하기 힘든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런데 그 무거운 맷돌호박이 어째서 거꾸로 익어가는 것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밭에 갈 때마다 생각해 보다가 답을 알게 되었다.

올해같이 긴 장마로 비가 많이 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 사실을 평생 알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 맷돌호박은 불편하게 거꾸로 앉아 있었을까? 이유는 자기 몸, 자기 열매를 살리기 위해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 그 어려운 돌고 돌기로 했던 것이다.

하루는 밭에 가니 노랗게 익어가던 맷돌호박이 싹 주저앉아 썩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다른 놈은 다 멀쩡한데 왜 이놈은 그럴까? 하루 만에 그 답을 스스로 알았다. 이놈은 게으르고 얌전했던 것일까, 돌고 돌아야 하는데 그 어떤 이유에서였든 돌지를 못한 것이다.

돌지 못한 채 얌전히 앉아 있으니 움푹 파인 줄기 부분에 물이 고여 그 부분이 견디지 못하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신비한 사실을 잘 알았으니 더 세심한 관리로 맷돌호박이 잘 돌아가게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인생 농사 끝날 때까지 맷돌호박 농사가 잘 될 수 있도록 이웃 농민들에게도 작목반을 만들어 모종부터 재배 판매까지를 같이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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