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든 길든 여행이란 우리네 삶에 여백을 가져다준다. 길 위의 만남이란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소중한 법이리라. 이번 답사에서 두 번의 귀한 만남이 있었다. 적량마을에서 뵌 평온한 안색의 정정하신 아흔둘의 어머님과 금산 대신 찾은 엘림마리나리조트에서 만난 이현건 대표.

일단 성공하려면 목소리가 좋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 성공을 하는 것인지. 부드러운 음색의 그는 느닷없는 방문에도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 우리의 요청에 마이크를 들었다. 이 대표는 “58년 개띠다. 제 나이 50이 되었을 때 정말 놀랐다. 나는 오십이 될 줄 몰랐는데(웃음) 어느새 오십이라니 충격이었다. 회사-교회-집만 오가던 내가 나이 50부터 오프로더에 눈을 떴다. 오토바이부터 시작해 요트, 이런 세계를 알게 됐는데 이게 너무 행복한 거다. 남은 생은 좀 다르게 살고 싶었다. 연매출 300억대 회사를 상속이 아닌 영국에 매각키로 결심하면서 인생 2막이 시작됐다. 자식들에겐 돈을 물려주기보다 시간과 기회를 물려주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고 직원들 또한 더 나은 삶의 질을 선물로 줄 수 있겠다 싶었다. 나도 시간을 벌자는 마음으로 행복을 찾고, 이 행복을 나눌 방법을 모색했다”며 “인천 엘림아트센터를 지은 후, 요트를 좋아해 해양수산부 10항10색 국가어항프로젝트 공모사업 중 하나인 물건항 다기능어항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 회장은 “고교때 우리반에서만 18명이 서울대를 갔다. 오십 넘어 친구들 소식을 들어보면 내내 일만 하다가 병원 좀 다니다가, 부인에게도 가정에서도 대접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더라. 그게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 세대들이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좀 누려야 되는데 하는 마음이 컸다. 우리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표현하는 방법으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엘림’이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간절한 휴식을 상징한다. 이러한 엘림존에 오셔서 ‘바다에서 보는 바다’, 따뜻한 기후를 만끽하며 쌀 떨어지면 죽는 줄 알고 살아온 강박을 잊길, 이제는 인간의 몸부림이 담긴 문화와 예술도 느끼면서 살도록 하고팠다”고 했다. 또 “공동의 추억이 있으면 가족끼리도 대화가 된다. 3대가 같이 와서 일밖에 모르는 한국 남자에게 자꾸만 여행의 맛, 공연의 맛, 문화의 맛을 경험하게하면 그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지 않을까. 어느 가정이라도 늘 순탄할 순 없다. 영원히 살지 않는다. 남겨진 시간을 귀하게 쓰는 법은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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